[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바이오 IPO(기업공개) 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신약개발에 도전하려면 현금이 대거 몰리는 희귀질환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에 집중하는 동시에 우선순위 재설정과 구체적인 개발계획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시네오스헬스(Syneos Health) 니콜라스 케니 최고과학책임자는 최근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의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 워크숍에서 최근 제약바이오산업의 투자 동향과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시네오스 헬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둔 제약바이오분야 통합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세계 110여개국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컨설팅과 임상시험대행(CRO) 등을 진행하고 있다.
케니 최고과학책임자는 "최근 경기 후퇴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타격 등으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모든 시장에서 펀딩이 감소하고 있으며, 제약바이오 분야는 파이프라인의 가치 판단 기준이 대폭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IPO환경이 매우 안 좋아졌다. 투자자들은 그간 비임상단계에서 베팅을 했으나 최근 들어 임상시험 후반부에 집중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1~2년간은 많은 투자가 코로나에 몰렸으나 이제는 mRNA 기술이나 희귀질환 등 다양한 곳으로 우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으며, 특허권 독점 기간을 늘리는 방향에 관심이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투자자와 다국적사들이 온콜로지(항암)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축소하고 있으며, 실제 올해 들어 투자 비용이 전년대비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바이오회사들은 차별성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졌고, 임상연구에 있어서 적합한 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이해당사자간의 의견 조율을 거쳐 명확한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니 최고과학책임자는 "IPO시장이 대폭 무너지면서 2018년 수준 이하로 내려왔다. 지난해만해도 투자처를 찾는 현금이 많이 돌았지만 지금은 자금 흐름이 막혀있다"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희귀질환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의 전망은 밝은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국내 바이오사들에게 국내 IPO와 국내 투자처에 머무르지 말고 미국 등 큰 시장으로 눈을 돌려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타국가에 비해 약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 여론에 따라 최근 미국에서 IRA 약가개혁을 추진하려고 한다. 글로벌 제약 매출이 42%에 달하는 큰 시장에서 과거 대비 약가가 낮아지면 결국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에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결국 R&D 투자가 줄면서 파이프라인 다변화를 위한 라이선스인 계약을 확대하고 우선순위 조정, M&A(합병)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자체적인 연구개발 추진 보다는 제약의 전반적인 시장을 지켜보면서 혁신적인 회사나 파이프라인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가는 만큼, 국내사들이 글로벌 진출에 앞서 이 같은 니즈와 공동 성공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빅파마들은 이 같은 전략과 함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먼저 개발하고자 AI(인공지능)를 통한 약물탐색을 확대하고, 개발 속도를 올리고자 리얼월드데이터(RWD)를 활용한 연구도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예전에는 실패 가능성이 높아도 끝까지 가져갔다면, 최근에는 AI로 약물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값이 좋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죽여버리는 시도도 많아질 것"이라며 "결국 빅파마와 VC(벤처캐피탈)에 어필하려면 과거 대비 세련되고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제시하고 개념입증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가치-비용 호환성과 지속 가능한 혜택을 제시해야 하며, 규제 기관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정보 교환을 통해 적절한 엔드포인트 설정, 환자 중심적인 표준화된 임상시험 설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는 신약개발에 있어 대상 약물의 개념확립(proof of concept, POC)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POC는 모든 약물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다. 약물개발자가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며, 가능한 많은 바이오마커를 사용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바이오마커 채택과 함께 환자 전달이 빠르게 이뤄져 투여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 기전 모델링으로 최적의 용량(투여용량, 투여빈도)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이스트(KAIST) 바이오혁신경영대학원 박기환 교수는 신약개발에 있어 반드시 끝, 즉 상용화와 판매를 염두에 둘 것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동시에 강력한 효능과 안전성을 갖춘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면, 자국 밖으로 나갈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신약개발 초기부터 임상 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상용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은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 방식부터 시작해서 ▲전략적 제휴, ▲공동개발, 공동상업화, ▲공동프로모션, ▲직접 개발·판매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대부분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라이선스아웃을 최종 단계로 고려하는데,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리턴이 적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든 옵션은 각각 리워드와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반드시 자사에 맞는 옵션을 선택해 전략을 짜야 한다"면서 "내부역량과 자금력을 비롯해 관리감독, 역량, 투자 등을 우선 검토하고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본 후 옵션을 결정하라"고 말했다.
그는 펀딩 역시 국내에 집중하지 말고 해외로 시야를 넓혀볼 것을 조언했다. 박 교수는 "글로벌 마켓(시장)에 진출하려면 회사 내 외국 전문가 확보도 필수며, 글로벌 리소스(자원)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