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료계가 전문가 스스로 면허를 관리하는 자율규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의사면허 등록과 갱신부터 이력 관리, 지속적인 교육과 역량 평가, 문제 회원에 대한 조사까지 의료계가 주도하는 전문적인 면허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면허원설립준비위원회·서울시의사회는 22일 대한의사협회에서 '국민이 신뢰하는 의료를 위한 전문가 중심 의사면허관리체계'을 주제로한 대한의사면허원 설립 공동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특히 이날 심포지움에선 면허관리원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의료사고 이력공개법'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받았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최근 이소희 의원이 의료사고 이력공개법안 그리고 일부 개정안을 만들었다"며 "내용을 보면 중대한 의료사고로 형사처벌이 확정된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의료계는 반대하지만 국민은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고 했다.
김 의장은 "성범죄나 대리수술 등 악의적인, 고의적인 범죄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고난도 수술 등 불가항력적 사고를 같은 레벨로 본다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과 복지부를 설득해서 의료계에 필요하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면허관리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4월 의사 면허를 자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대한의사면허원' 신설을 위한 안건을 최종 통과시켰다.
의사면허원 설립은 젊은 세대로부터의 내부 자정 요구, 회원 보호의 기본이 될 형사면책 논리의 사회적 성립 조건, 정부와 대등한 정책결정자로서 먼저 전략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왔다.
의사면허원과 비슷하게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평가와 인증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꼽힌다.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기준과 방향을 정부가 아닌 의료계가 주도하게 된 대표적 사례로, 의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 제2항에 따라 의평원의 평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의사면허 국가시험은 의료법에 따라 의평원의 평가,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한 경우에만 응시할 수 있다.
(아래 왼쪽부터)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 대의원회 한미애 의장, 25개구의사회장대표 박종환 회장
의협 김택우 회장은 '의협의 미래가 면허관리원에 달려있다'며 면허 자율규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앞으로 대한의사협회의 미래는 실질적인 자율규제 권한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스스로 잘못을 바로 잡을 권한이 없는 전문가 단체는 휘원의 권익을 주장할 수는 있어도 국민 앞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단체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고 정부에 처분을 요구하는 데 그친다면, 협회의 권위와 국민의 신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협회가 분명한 윤리 기준을 세우고 문제 회원을 조사하며, 징계와 면허 제재로 이어지는 과정을 주도할 수 있다면 회원의 정당한 권익을 지켜낼 힘도, 외부의 부당하고 획일적인 규제에 맞설 명분도, 책임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자율규제는 대한의사협회가 책임있는 전문가 단체로 존립하고 발전할 수 있느냐가 걸린 문제"라며 "의사면허 등록과 갱신, 회원의 면허 이력 관리, 지속적인 교육과 역량 평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조사와 개선까지 아우르는 전문적인 면허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자율 면허관리를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들도 제시됐다.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의사면허원 설립은 단순히 새로운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의료와 전문직 자율 규제의 원칙을 구체적인 제도와 시스템으로 확립하는 과정"이라며 "자율 규제는 의료계가 권한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닌 국민에게 더 높은 책임을 약속하고 의료인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의료계 스스로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다만 회원 우려에도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며 "면허와 이력정보를 어떤 원칙으로 관리할 것인지,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법적 근거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자율규제의 범위와 절차적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대의원회 한미애 의장은 "의사에게 면허는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다. 국민이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맡길 수 있도록 부여한 신뢰의 증표이자 책임의 무게"라며 "자율 규제 역시 단순히 국가의 규제를 덜 받기 위한 논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율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고, 독립은 방임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규율할 수 있는 능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