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가량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 하지만 잠은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기들로 가득하다. 밤이 되면 잠들고 아침이 되면 눈을 뜨게 되는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현상은 수많은 과학자들을 좌절하게 한 인류의 난제 중 하나다.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잠은 건강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건강해지기 위해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떤 운동을 해야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잠은 성공을 위해선 때로는 기꺼이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런 잠의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지난 30여년간 수면 연구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이가 야나기사와 마사시(柳沢 正史) 국제통합수면의과학연구기구(IIIS) 기구장(츠쿠바대학 교수)이다. 세계적 석학인 그는 평소 연구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도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근 일본 츠쿠바대 IIIS에서 야나기사와 기구장을 만나 수면 연구의 미래와 수면 관련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그가 창업한 수면 중 뇌파 검사∙분석 서비스 기업 수이민(S'UIMIN)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어봤다.
야나기사와 마사시 기구장은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츠쿠바의대를 졸업한 후 대학원생 시절 혈관수축 작용을 하는 물질 ‘엔도텔린’을 발견해 유명해졌다. 이를 계기로 몇년 후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SW)에 영입됐다. 당시 야나기사와 기구장을 영입했던 건 콜레스테롤 관련 연구로 198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조셉 골드스타인, 마이클 브라운 교수다.
야나기사와 기구장이 수면 분야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순전한 우연이었다. 그는 1998년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SW)에서 교수로 일하던 중 뇌내물질인 ‘오렉신’을 발견했다. 오렉신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로, 오렉신이 결핍된 사람들은 일상생활 중 갑작스레 렘수면 상태에 빠지는 기면증을 앓는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브레이크스루 상(Breakthrough Prize)’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클래리베이트 피인용 우수 연구자(Clarivate Citation Laureates)’로도 선정됐다. 브레이크스루 상은 페이스북 창업장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등이 지난 2012년 제정한 상으로, 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 드루 와이스먼이 직전해 수상자였다.
현재 야나기사와 기구장은 수면 중 뇌파 검사∙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이민(S'UIMIN)의 대표, 일본수면학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츠쿠바의대를 졸업한 후 대학원생 시절 혈관수축 작용을 하는 물질 ‘엔도텔린’을 발견해 유명해졌다. 이를 계기로 몇년 후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SW)에 영입됐다. 당시 야나기사와 기구장을 영입했던 건 콜레스테롤 관련 연구로 198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조셉 골드스타인, 마이클 브라운 교수다.
야나기사와 기구장이 수면 분야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순전한 우연이었다. 그는 1998년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SW)에서 교수로 일하던 중 뇌내물질인 ‘오렉신’을 발견했다. 오렉신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로, 오렉신이 결핍된 사람들은 일상생활 중 갑작스레 렘수면 상태에 빠지는 기면증을 앓는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브레이크스루 상(Breakthrough Prize)’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클래리베이트 피인용 우수 연구자(Clarivate Citation Laureates)’로도 선정됐다. 브레이크스루 상은 페이스북 창업장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등이 지난 2012년 제정한 상으로, 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 드루 와이스먼이 직전해 수상자였다.
현재 야나기사와 기구장은 수면 중 뇌파 검사∙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이민(S'UIMIN)의 대표, 일본수면학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어릴 적부터 연구자 꿈꿔…오렉신 발견 계기로 수면 분야에 매진
그가 이끄는 국제통합수면의과학연구기구(IIIS)는 일본 츠쿠바대학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수면연구소로 지난 2012년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현재 수면의 기능과 수면∙각성의 메커니즘의 규명, 수면장애와 관련 질환의 규명, 수면장애 예방 및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200여명의 연구자와 학생들이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문샷 연구개발 사업에 ‘수면과 동면’이라는 주제로 선정돼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매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야나기사와 기구장은 “노벨상 수상은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면에 대한 기초연구 분야가 이렇게 주목받는 건 기쁜 일”이라며 “향후 수면과 각성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완전히 밝혀내는 게 최종 목표다. 나를 포함해 누군가가 이 원리를 규명해낸다면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과 함께 국민들의 수면 시간이 짧기로 악명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서는 “잠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와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사들이 수면장애 환자들을 잘 진료할 수 있도록 의대 교육에서부터 수면의학에 대해 보다 본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Q. 의대 졸업 후 임상의사가 아니라 연구자가 된 이유는 뭔가.
어릴 때부터 연구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의대에 들어가서 임상실습을 경험하고 나선 많이 고민했지만, 질환 연구에서 임상적인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임상의사와 공동연구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Q. 처음부터 수면 분야를 연구했던 건 아닌 걸로 안다. 수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연구를 하던 때였다. 상응하는 분자가 발견되지 않은 수용체인 일명 '고아 수용체(Orphan receptor)'의 상대를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가장 먼저 발견한 물질이 오렉신이었다. 오렉신을 발견한 단계에서는 물질의 생리학적인 역할이나 작용에 착안해서 발견하게 아니라 수용체에 상대가 된다는 생화학적 기준으로 발견했었기 때문에 오렉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식욕과 관련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오렉신을 없앤 넉아웃 마우스(knock out mouse,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형질을 변질시킨 쥐)를 만들어서 관찰해봐도 식욕이나 체중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모처럼 발견한 오렉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몰라 고민하고 있던 중 떠올린 게 쥐가 야행성 동물이란 점이었다. 적외선 카메라로 넉아웃 마우스가 밤에 하는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밤에 활발하게 깨어나 움직이던 쥐가 갑자기 쓰러지는 현상이 포착됐다.
그 순간 쥐의 뇌파 형태가 미묘하게 바뀌었는데 렘수면 패턴을 띄었고, 근전도는 완전히 소실됐다. 두 개의 데이터를 종합해보니 각성 상태에서 논렘수면을 거치지 않고 바로 렘수면 상태로 빠지는 기면증과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게 수면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였다. 당시에는 아직 유전자 수준이나 단일 물질 수준에서 수면을 설명하는 게 불가능했던 시대였고, 수면이 매우 흥미로운 분야라고 느꼈다.
日 정부 지원 '문샷 프로젝트'로 인공동면에 도전…실현되면 응급의료 분야 혁신
Q. 현재 국제통합수면의과학연구기구(IIIS)가 일본 정부의 지원 하에 진행하고 있는 문샷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달라.
문샷 프로그램은 2040년까지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목표로 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다. IIIS는 ‘수면과 동면’이라는 두 가지 잠을 주제로 해당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수면에 대해선 수면의 기초적인 원리, 렘수면과 논렘수면의 역할 및 제어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동면의 경우는 인공동면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 중이다. 실제 수면은 모든 동물들이 하지만 동면은 포유류로만 좁혀봐도 계통 내에 하는 동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동물들도 있다. 역으로 보자면 동면을 하는 능력은 모든 포유류가 갖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쥐는 원래 동면을 하지 않는 동물인데 IIIS 소속 연구자는 쥐를 인공동면에 빠지게 하는 데 성공해 지난 2020년에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만약 사람도 인공동면이 가능해지면 응급의료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환자 이송이나 치료 준비 과정 등에서 증상 악화를 막아 소위 ‘시간 벌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Q. IIIS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정부 차원에서 수면 연구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계기는 뭔가. 연간 정부의 지원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물론 정부가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해줬던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했던 건 나를 포함해 주위에 있는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 24년간 미국에서 연구책임자(PI)로서 일하면서 느낀 미국의 장점들을 일본의 연구 환경에도 이식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실제로 미국은 나이가 어리더라도 연구책임자가 될 수 있고, 랩 사이의 울타리가 없어 상호 교류도 활발하다. 정부가 문샷 프로그램으로 IIIS에 지원하는 금액은 10년동안 연간 6억엔(약 52억 7000만원)이다. 그 외에 연구책임자들이 따오는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연간 11억엔(약 96억 6000만원) 정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정부 제도 국제 기준 못 따라가…의대 교육서도 수면의학 강화해야
Q. 일본수면학회 이사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어떤 수면 문제를 안고 있고, 학회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언을 하고 있나.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수면이 부족한 나라다. 그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일본은 정부 정책 차원에서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구체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판(ICD-11)부터는 수면장애가 새롭게 독립적으로 분류가 됐다. 그 전까지는 호흡기, 정신과, 신경내과 등 여러 분야에 수면장애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젠 아예 별도의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수면과를 소위 ‘표방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병원 간판 등에 수면과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수면 전문의 제도 역시 학회 수준에서 인정하는 수면 전문의만 있다. 당연히 후생노동성에도 다른 과와 달리 수면 분야를 특정하게 다루는 부서가 없다. 국제 표준에 뒤처져 있는 셈이다. 여러 수면 관련 검사 중 보험적용이 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항목들도 많다.
Q. 의대생이나 의사들에게 수면의학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일본 의대는 학생들에게 수면의학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의사국시에 수면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가 나오지 않다보니 의대에서도 굳이 가르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면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일본의 일반적 의사들은 수면에 대해 거의 모른다.
반면 수면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각이 없는 사람들까지 합칠 경우 국민의 3~4명 중 1명꼴이다. 실제 일본에 치료가 필요한 중등증, 중증의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900만명이로 국민 10명 중 1명이다. 경증까지 포함한다면 그 몇 배가 될 거다. 불면증도 4~5명 중 1명이 앓고 있다. 특히 수면 부족은 일하는 세대의 경우 흔하지만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다. 그렇게 삶의 질도 생산성도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여러 질환의 위험을 높혀 건강까지 위협한다.
이미 수면 문제는 그 빈도로 보면 감기나 복통 수준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이걸 온전히 전문의에게만 맡겨서는 감당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불면증은 이미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1차 진료의나 다른 진료과 의사들도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수면장애에 대한 진단, 치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런 부분 역시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수면 부족' 한국도 정부가 나서야…"수면 제어의 원리 완전한 규명이 최종 목표"
Q. 일본 정부나 국회에서 국민들의 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없나.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수면 부족 등 수면 문제로 유명한 나라인데 조언을 해달라.
최근에 일본은 수면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24시간 일하지 않겠습니까’라는 TV 광고가 유행했을 정도의 나라인데 이제는 변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 초당파 단체인 수면의원연맹이 생겨 국민의 수면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고, 후생노동성도 국민건강지침을 갱신하면서 수면과 관련한 목표를 처음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늦은 감도 있고 정부의 목표치도 아직 아쉬운 수준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다. [관련 기사=수면 문제 해결에 진심인 일본…국회선 초당적 협력∙정부는 정책 목표 설정]
한국도 수면 부족 국가이기 때문에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또 수면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정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Q. 하루에 얼마나 자나. 잘 자기 위한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알려달라.
아무리 바빠도 수면 시간만큼은 줄이지 않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는 수면 코어 타임으로 정해두고 최대한 지키려고 한다. 통근 시간이 10분 정도로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게 이럴 땐 좋은 점이다. 실제로 수면이 조금만 부족해져도 동기 부여가 떨어진다든지 바로 자각증상이 나오는 편이기도 하다.
잠을 잘 자기 위한 비결까진 아니지만 자주 얘기하는 방법은 3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침실의 온도를 아침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너무 덥거나 추운 건 좋지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놓은 채 잔다.
두 번째는 거실과 부엌의 조명을 너무 밝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일본 주택은 거실과 부엌이 너무 밝다. 이렇게 밤에 강한 빛이 눈으로 들어오면 체내 시계가 늦어지고 멜라토닌도 나오지 않는 등의 요인으로 인해 늦게까지 잘 수 없다. 침실이 어두워야 하는 건 당연하고 침실에 들어가기 전에 주거 환경도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정도의 조명 밝기가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잠에 들기 위한 입면(入眠) 의식이다. ‘이렇게 하면 나는 졸립다’라는 건 사람마다 다르니 뭐라도 좋다. 일종의 스포츠 선수의 루틴같은 것이다. 스마트폰도 너무 상호작용이 활발한 소셜미디어 등만 아니라면 입면 의식용으로 괜찮다. 나는 재미없는 논문을 읽는게 입면 의식이다. 그렇게 하면 금방 잠이 든다.
Q. 연구자로서 최종 목표는 뭔가.
수면 제어의 원리를 완전히 규명하고 싶다. 내가 다 한다기보다는 이 분야 전체에서 거기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각성과 수면 전환 스위치 자체는 신경회로에 의해 제어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전환 원인이 되는 게 뭔지, 전환 타이밍을 전달하는 신호가 뭔지는 모른다. 전체적인 흐름을 설명할 순 있어도 왜 그렇게 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인 셈이다. 이 원리를 내가 현역에 있는 동안 나를 포함해서 누군가가 찾아줬으면 좋겠다. 이걸 규명해낸다면 그야말로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다.
정확하고 접근성 높은 수면검사 제공위해 창업
Q. 수면 중 뇌파 측정∙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이민(S’UIMIN)도 창업했다. 계기는 뭔가.
최근 자주 보이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활동량계로는 심박수, 진동 등으로 수면 시간을 파악할 수는 있어도 수면의 깊이나 수면 상태에 대한 세세한 수치까지는 알 수 없다. 수면 검사의 골드 스탠다드인 수면다원검사(PSG)도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야하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없이 받을 수 있는 검사라고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재택에서 간단하게 의료 레벨의 수면 검사를 제공할 수 있다면 사업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미 그 전부터 IIIS에서 수천, 수만마리 쥐의 뇌파를 효율적으로 균일성을 유지하며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창업의 계기였다.
Q.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수이민은 재택에서 누구나 수면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와 클라우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얇고 가벼운 시트 형태의 전극을 이마와 귀 뒤에 붙이고 자기만 하면 자동으로 수면 중 뇌파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클라우드 상의 AI로 수면 단계에 대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뇌파 측정 기기의 발송부터 결과 해석, 전문의의 코멘트, 리포트 제공까지를 수면 계측 서비스 ‘인솜노그래프(InSomnograf)’로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는 병원, 검진시설, 클리닉 외에도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 다양한 곳에 제공되고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대규모 검사를 하지 않아도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가 의심되는지 파악이 가능하고, 환자는 자신의 수면을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불규칙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인솜노그래프를 이용하도록 하기도 하고, 수면 개선에 효과적인 식품, 음료수 등의 제품 평가에도 이용되고 있다. 앞서 말한 문샷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인 ‘맞춤형 예방의료’도 수이민의 서비스와 연결된다. 수이민의 서비스를 통해 모인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각종 질환과 수면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 레벨의 정확성 입증…해외는 우선 연구지원용으로 진출 계획
Q. 수이민의 인솜노그래프는 의료용으로 활용될 정도로 정확한가.
골드 스탠다드인 PSG와 비교하면 전극 수는 적지만 취득한 데이터(뇌파 파형)를 우리만의 독자적 기술로 재조합해 PSG와 동일한 파형을 출력해내는 데 성공했다. 숙련된 수면검사 기사로부터 PSG와 인솜노그래프를 동시에 계측한 정상인 데이터에 대한 해석을 받았더니 수면 단계의 일치율이 87%를 넘었다. 두 수면 검사 기사가 같은 데이터를 해석했을 때 일치율이 80%를 넘으면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87%는 매우 높은 수치다.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PSG와 인솜노그래프로 동시 계측을 했는데, 역시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검증됐다. 조만간 관련해서 논문도 나올 예정이다. 하드웨어 기기의 경우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것도 있고, 현재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현재 어느정도 보급과 사용 실적은 어떤가. 서비스 이용 비용도 궁금하다.
약 200곳의 의료기관에 수면검사용으로 도입됐고, 연구지원사업에서는 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합쳐서 100곳 이상의 거래 실적이 있다. 지금까지 약 4000명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뇌파 계측 검사를 받았다. 비용은 이틀 밤동안 계측하는 플랜과 5일 밤동안 계측하는 플랜에 따르 다르다. 최종 사용자 가격은 의료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틀 밤에 약 1만 8000엔(약 15만 8000원), 5일 밤에 약 2만 8000엔(약 24만 6000원) 정도다. 수면 검사의 골드 스탠다드인 PSG 검사는 1박 입원이 필요한데 입원비, 검사비 등을 합치면 약 2만~5만엔(약 17만 6000원~약 44만원)정도 든다.
Q.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
물론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본 국내에서만 가능하다. 우선 휴대폰 네트워크를 활용해 데이터 전송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국제화가 필요하고 언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가장 어려운 부분이 각국의 규제인데, 사물인터넷(IoT) 기기이다 보니 규제 통과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먼저 노리는 분야는 제약회사들의 임상시험용이다. 현재 제약사들의 주요 임상시험은 모두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도 해외에서 사용이 가능해져야 한다. 해외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는 그 나라에서 새로 사업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우선은 연구 지원부터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