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더불어 보건의료정책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적정의료인력 공급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 및 적정수가 등의 조건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는 5일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큰그림,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제안 한다' 토론회를 개최하고,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의견을 논의했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5조에 따르면 정부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2000년 법 제정·시행 이후 보건의료발전계획은 단 한 차례도 수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보건의료발전계획 부재는 현재의 보건의료 관련 법정 계획들 간의 상호 모순 및 충돌을 야기하고, 보건의료 내 갈등을 심화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어 계획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치매국가책임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여러 세부 과제들은 그 방향성과 목표 등이 불명확한 상태로,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은 더욱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이야기하다' 주제발표에서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은 필요가 많은 국민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보장성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행위 중심의 지불제도에서 가치 중심 지불제도로 공급자의 책임과 연계한 의료의 질 기반 보상체계로 개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신현웅 위원은 "양적기반 보상체계 하에서 공급자는 살아남기 위해 시설, 장비 등 외형적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대비 손해를 막기 위해 진료량을 극대화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기획위원장은 보장성 강화, 국민보건 향상 등의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에는 동의하나, 이는 적정의료인력 공급, 의료전달체계 확립, 적정수가 등의 선결조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성규 위원장은 신현웅 위원이 발표한 가치 중심 지불제도는 의료 질 수준과 내용이 각종 정부 평가나 지표의 충족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위원장은 "의료질평가 지원금을 보더라도 감염관리, 환자안전, 질관리 등 각종 평가의 정책종합선물세트라고 생각 한다"면서 "의료의 질이라는 것은 서비스나 의료인의 술기, 환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정부가 정한 평가에 따라서는 결국 의료공급자와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성규 위원장은 보건의료 인력의 적정공급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현재 의사와 더불어 간호사의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커녕 수술실, 입원실 운영 유지도 어렵다"면서 "간호사와 의사들 모두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성규 위원장은 "과거 하루에 40~50번 초음파를 했던 의사들이 이제는 근골격계를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의미"라면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할 때 의료인력 적정화를 위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보건의료 인력의 핵심으로 논의되는 간호 인력 수급 문제도 대두됐다.
대한간호협회 김원일 정책자문위원은 "보건의료발전계획에서 가장 화두로 삼아야 하는 것은 분배와 적정인 것 같다"면서 "간호 인력도 그렇다. 특히 현재 전공의들 업무가 간호사에게 돌아가고 있다.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더 그런 것으로 파악되는데,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일 위원은 "현재 PA(Physician assistant, UA라고도 불림)가 7~8천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필요하니까 활용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공의 업무를 분담하고 있지만 전공의 상당수는 또한 PA에 대해 적대적이다.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질책했다.
이와 함께 김원일 위원은 "이번에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정부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2022년까지 10만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면서 "양으로 정해서 추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어디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정윤순 과장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의 큰 그림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계획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의료계가 요구하는 적정수가, 보건의료인력 적정화,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에 대한 대안을 병행하고 있다고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