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사명감에 의존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외과 등 필수의료 수술 분야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김종만 이식외과 교수는 12일 "간담췌외과는 고도 전문성으로 인해 원래부터 지방 병원에 의료 인력이 부족했다"며 "의정사태 이후 비수도권 암 환자의 간담도·췌장 수술 접근성이 매우 악화됐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한국간담췌외과학회에 따르면 올해 전공의 선발률은 60% 가량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선발률은 63%, 비수도권 선발률은 53.5%다.
전임의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최근 10년 국내 38개 대학병원 중 간담췌외과 전임의 현황을 보면, 올해 신규 전임의는 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규 전임의 수는 2022년 41명을 기록했으나 2023년 19명, 2024년 16명으로 줄더니 2025년 12명, 2026년 5명을 기록했다.
김종만 교수는 "38개 대학병원에서 28개 병원에 간담췌외과 전임의가 아예 없다"며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까지 사라지면서 수술할 의사 자체가 소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수도 적지만 수련 환경 변화 요소도 있다. 복귀한 전공의들은 과거와 달리 장시간 근무를 지양하는 등 '당직 최소'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간담췌외과처럼 당직이 많은 과에선 수술 역량 유지와 연결되는 문제"라며 "전공의 복귀 후 PA간호사의 본 부서 복귀 문제로 현장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시 생명을 방어할 24시간 백업 인프라도 와해 수순을 맞고 있다.
대한간이식학회 정동환 홍보이사는 "학회 내부 설문 결과 간이식 중환자 치료 전담 중환자실 의사가 없다는 응답이 87.5%에 달했다. 또한 24시간 즉각 대처가 가능한 인터벤션 전문의 부재 비율은 59.4%였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3명 이하의 '초소형 팀'이 고난도 수술과 24시간 케어를 모두 감당하는 기형적 구조인 병원도 75%에 달했다. 현재 24시간 수술 백업 인프라는 와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력 부족으로 간이식 외에 위·대장 천공 등 일반 응급 외과 공통 당직까지 병행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의료진 번아웃과 이탈 등 악순화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방 거점 병원 수술 건수는 지속적으고 급감하고 동시에 환자들도 수도권으로 유출돼 주니어 의사들의 임상 경험 박탈과 동기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수가 가산과 구조적 혁신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동환 이사는 "응답자 90.6%가 비수도권 가산 수가 신설과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수도권 쏠림에 따른 수술 볼륨 감소를 보전하고 중증도 대비 턱없이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비수도권 간이식 프리미엄 수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응급 외과 당직과 간이식 당직의 분리가 필요하고 당직 수당의 현실적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단계를 넘어 전담 ICU 의사 및 간이식 코디네이터 확충을 위해 직접적인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명감에 의존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설문에서 78.1%는 타 병원 의료진과의 공동 수술 및 당직 공유 모델 참여 의향을 밝혔다. 광역 단위의 장기 적출 의사 당번제가 실시돼야 한다"며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지방 거점 병원 간 간이식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 수술로 주니어 의사들에게 독립적인 술기 경험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