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2024학년도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N수생 증가라는 부작용이 예측되는 가운데 정작 의대 증원으로 달성하려던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현 초중고 학생들은 물론 현 대학교 재학생과 직장인까지 의대 입시에 뛰어들게 만드는 원인이 '경제적 보상'과 '적업적 안전성'인 상황에서 어렵게 의대에 들어간 사람들이 근무 강도는 세고 위험하면서 보상은 적은 '필수의료', 일명 '낙수과'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4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과 보건의료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제1차 의대정원 확대 연속토론회’에서 이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전문의 안 따도 미용·성형 일반의로 '경제적 보상' 달성 가능…열악한 필수과 안 간다
이날 토론회에서 울산의대 소아청소년과 고경남 교수(울산의대 학생사정관)는 "학생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희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가 크게 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가 크게 줄어들었다"라며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자신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그 길을 가보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학생이 늘어났다. 결국 의대 지원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경제적 보상'과 '직업적 안전성' 두 가지를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3년 11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의사를 희망 직업으로 선택한 학생들의 선택 이유 중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를 택한 비율이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였는데 특히 고등학생은 2018년 39.9%에서 2022년 19.6%로 20.3%p 감소했다.
반대로 고등학생 중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비율은 2018년 13.8%에서 2022년 19.6%로 5.8%p 증가했고, 초등학생에서는 2018년 14.7%에서 2022년 30.1%로 무려 15.4%p 늘어났다.
고 교수는 "현재도 의대 정시 합격자의 80%가 N수생이고, 그중 36%는 3수 이상이다. 의대를 증원하면 그것의 배로 지원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N수 문화로 이공계 공동화 현상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의대 정원이 늘면 이러한 파행은 더욱 심화되고 사교육시장도 덩달아 팽창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특히 고 교수는 현재의 의대 증원 정책이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하반기 전공의 추가지원 현황을 보면,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는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대신 인기과인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는 지원자가 넘쳐서 54명이 지원에서 떨어졌다. 과연 이 54명이 '낙수효과'에 따라 필수의료과를 지원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과거에는 전문의를 따지 않으면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정말 낙수효과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전문의를 따지 않으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미용 등 비급여 시장이 부풀면서 굳이 원치 않은 전공으로 들어가 전문의를 따지 않아도 일반의로서 충분히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원하는 바가 있어서 N수까지 해서 힘들게 들어온 의대에 본인이 원치 않는 낙수과를 지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지적대로 최근 전문의 합격자 수는 감소 추세에 있으며, 최근 5년간 개원한 일반의원의 개수는 979개인데 그중 800개가 피부과를 진료한다고 내세운 상황이다.
그는 "동네 피부미용 클리닉 의사(일반의) 수만 7명이다. 서울아산병원도 피부과 교수가 7명이 안 된다. 이 피부미용 클리닉 지점이 전국에 12개가 있는데. 여기 있는 의사 다 합치면 62명에 달한다. 웬만한 종합병원 전공의 한 연차를 채우고도 남는 숫자"라고 우려했다.
고 교수는 "이처럼 전문의 따지 않아도 일반의원으로 개원해 돈 벌 수 있는 옵션이 있다. 따라서 젊은 의사들이 정말 열악하고, 위험하고, 힘든 필수의료과에 밀려서 올 것인가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제적 보상, 직업의 안전성, 워라밸 추구는 전 세계적 트렌드이다. 필수의료는 인력 보충이 안 돼 수련 및 근무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고, 미용과 비급여 실비는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고 교수는 "의대 정원은 지금 늘려도 10년 뒤에 효과가 나온다. 지금 있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10년뒤에 해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다"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이공계 공동화 등 당장의 부작용이 뻔한 상황이기에 응급의료, 소아의료, 지역의료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의대 증원은 객관적 평가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역대 최저치 경신하는 합계 출산율…의대 4000명 늘면 20년 뒤엔 수능 응시생 3%가 의사 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한지 의문이다. 정부가 OECD 통계를 자주 인용하는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진료 건수는 15.7회에 달한다. 이는 미국 3,4회의 5배다"라며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값싼 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박 회장은 심각한 저출산인 우리나라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반문했다.
그는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합계 출산율이 0.7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단 25만명에 불과했다"며 "제가 수능을 치렀던 2009년도에는 수능 응시생이 55만명이었다. 이중 의대 정원이 3000명이니 수능 응시생의 0.5%가 의사가 된 것이다. 만약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20년 뒤 대학에 갔을 때, 의대 정원이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처럼 7000명으로 늘어나면 응시생의 3%가 의사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러한 저출산 문제로 인해 의대를 제외한 다른 전공들은 학령인구 감소를 우려해 대학입학정원을 줄인다고 발표하고 있다. 일부 지방대는 폐교 위기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이처럼 다른 전공들은 모집인원을 감소하고 있는데 의대만 증원을 주장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시급한 과제인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해법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의료 분쟁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 역시 이제 전공의 2년차인데 그만두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개원가로 가면 응급실에서 겪는 압박감이 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이런 고민들로 많은 젊은 의사들이 개원가로 빠지고 수련을 포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2024년도 전공의 모집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는 항상 정원을 충원했다. 저 때만해도 경쟁이었다. 그런데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과연 다 찰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당장 닥친 필수의료 의사 부족을 해결하려면 의료분쟁특례법, 전공의 처우 개선 등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을 먼저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