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전세계 제약회사, 연구기관, 학계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연구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적극 공유·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이전의 상태부터 시작해 진단, 치료, 회복까지 모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수집돼 다양한 연구과제의 자료원으로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16일 HIRA 빅데이터 미래포럼을 개최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과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공유했다.
우선 세종대 이승원 데이터사이언스학과장(의사)과 차의과학대학교 연동건 전문의가 HIRA 빅데이터를 활용해 양성자 펌프 억제제(proton-pump inhibitors·PPI)와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이 학과장은 "PPI는 매우 광범위한 약제인 동시에 기존의 많은 연구들에서 호흡기감염성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메르스 역시 PPI 복용시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어 코로나19와의 연관성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학과장은 심평원 데이터셋을 활용해 올해 5월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23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PPI의 연관성 연구를 시행했다. 이중 18세 미만, 1개월 이전에 H2블로커나 NSAID를 처방받은 사람을 제외해 연구대상은 총 10만명이다.
10만명을 현재 PPI복용하고 있는자, 과거(31일~365일전) PPI복용자,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그룹(최근 365이내 한번도 복용하지 않은자)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코로나여부를 조사했다.
이 학과장은 "프라이머리 엔드포인트를 코로나 양성 확진자로 하고, 세컨더리 엔드포인트는 코로나 중 중증환자로 디자인하고, 나이, 성별, 과거력, 심평원자료 등을 활용한 결과, 양성확진에 있어서 PPI복용여부가 유의미한 증가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PPI복용여부가 코로나 증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감염력을 높이지는 않지만, PPI를 복용하면 증상이 더욱 중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얀센 R&D 패트릭 리안(Patrick Ryan) 부소장과 아이큐비아(IQVIA) 크리스틴 코스트카(Kristin Kostka) 데이터 네트워크팀장이 팬데믹 대응을 위해 심평원 빅데이터를 비롯해 국제 분산연구망을 활용한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은 심평원을 비롯 각국의 자료를 활용해 연구하는 OHDSI(글로벌 의료데이터 컨소시엄·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s and Informatics)에 참여해 환자수준과 입원, 중증치료, 사망 등을 예측하는 프로그램 마련해 환자 관리의 효율화를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독감과 코로나19를 분류하는 특징을 연구해 보다 신속한 진단이 이뤄지도록 지원했다.
실제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에 따르면 58개국 1500여명이 연구데이터를 등록했고, 이중 32개국 412건의 연구프로젝트를 신청해 현재 129건의 HIRA 빅데이터가 제공됐다.
아주의대 허윤정 교수(전 심사평가연구소장)는 "전국민 정보 추출이 가능한 HIRA 빅데이터를 통해 코로나 방역 초기 마스크 중복 판매 방지 시스템을 마련했고, 정부, 병원, 산업기관 등에 데이터를 제공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다만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서 HIRA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기관, 타 공공기관과의 연계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 제도 등의 기반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아주의대 박래웅 교수 역시 "코로나19 뿐 아니라 신종감염병 계속될 것이다. 국제 협력과 자료 공유는 필수"라며 "데이터3법이 통과됐지만 시스템과 규제 등으로 민간병원의 빅데이터 연계·활용이 어렵다. HIRA데이터와 민간병원 자료가 합쳐져야 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문제를 개선하고, IRB면제 범위도 보다 확대해 연구의 시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