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초진진찰료가 1만원에서 5천원 오른 1만 5천원을 넘기는데 14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제도를 처음 도입한 1977년 이후 초진료 1만 5천원을 넘기까지는 40년이 걸렸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유형별(의원, 병원, 치과, 한방, 약국 등)로 수가협상을 시작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2.72%의 수가인상률을 기록했고, 초진 진찰료는 매년 평균 360원 꼴로 인상됐다.
따라서 매년 현재 수순으로 수가를 인상할 경우 원가의 70%대에 불과한 진찰료를 최소 2만원 이상으로 산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14년은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 동네의원 진찰료는 미국의 초진진찰료 5만 2170원, 재진진찰료 3만 1800원과 비교하면 1/3도 되지 않는 상황이며, 일본 2만 9600원과 비교해도 1/2 수준이다.
결국 이 추세대로 가면 영원히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의료계는 제도 개선을 통해 불합리한 수가 체계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70%대 원가보전율 개선 시급
의원급 의료기관은 지난달 31일 2018년도 수가협상에서 작년과 똑같은 3.1% 인상에 합의했다.
2014년 3.0%, 2015년 3.1%, 2016년 3.0%, 2017년 3.1%를 기록한데 이어 6년간 3%대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내년 동네의원 초진진찰료는 올해보다 450원 늘어난 1만 5310원이며, 재진료는 330원이 오른 1만 950원에 불과하다.
의사협회는 "협상 결과로는 원가 이하 건강보험 수가 구조를 개선할 수 없고,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낮은 원가보전율을 해결하고 적정 수가를 제공해야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결 방법은?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동네의원 진찰료 정상화를 위해 먼저 원가보전율 인상, 병원보다 높은 외래 진찰료 책정, 차등수가제를 넘어 할증수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7월 외래 진찰료 현실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건강한 의료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의료정책연구소는 건강보험 급여비에서 동네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수입 비중은 21.5%에서 31.3% 급증해 동네의원 본연의 외래 기능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은 "먼저 진찰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높은 수가 인상도 중요하지만 우선 원가보전율을 정상화시킨 뒤 수가를 인상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면서 "원가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수가만 인상하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용민 소장은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외래 진찰료 수준이 낮아 의사가 제한된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박리다매' 형태의 구조를 띠고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처럼 의원의 진찰료를 적어도 병원과 같거나 혹은 더 높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용민 소장은 10분, 20분 등 환자를 보는 시간에 따라 수가를 달리 책정하는 미국의 '차등수가제'처럼 '할증수가제'를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하루에 30명의 환자를 보면 200%의 수가를 가산하고, 60명의 환자를 보면 100% 가산, 6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할 경우 의료 질이 떨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 가산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용민 소장은 "지금처럼 진료량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의료의 질 측면에서도 좋지 않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