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9일 조기 대선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대선 후보자들이 '주치의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선 캠프는 '주치의'가 의사들에게 민감한 화두라는 점을 의식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주치의 제도는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불필요한 대형병원 이용와 일차의료 불신 등을 해결하고 자신이 사는 동네의원 의사에게 지속해서 건강관리를 받아 치료 효과를 높이고 의료비를 낮추는 방식이다.
현재 대선 지지율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이 생각하는 주치의 제도는 서로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엄밀히 말해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해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만성질환관리제란 1차 의료기관 의사가 만성질환 환자를 관리하는 제도로, 수가를 만들어 책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를 1차 의료기관 의사가 지속적으로 진료한다면 환자의 예후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일차의료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주치의 제도를 '단골의사제도'로 명칭을 붙이고, 원하는 의사와 환자에 한해 시행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과목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없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단골의사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의사와 환자는 지자체 신고를 통해 해당 제도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환자와 의사의 자율계약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의 정의당 역시 만성질환을 시작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해 다양한 질환 모형을 개발하는 한국형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치의 제도, 쉽지 않다" vs "필요하다"
의사들은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
상당수 의사들은 주치의 제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의사협회 또한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주치의 제도는 환자의 편의성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의료 이용행태와는 맞지 않는 제도가 될 수 있다"면서 "새로 개업하는 의사들은 기존에 환자를 많이 보던 개원의와 비교해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개원중인 A씨도 "주치의 제도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 수가 많고, 쉽게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주치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A씨는 주치의 제도가 진료과목 간 형평성을 떨어뜨리고 의원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과목을 보는 개원의가 주로 주치의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기타 안과나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의원에서는 주치의 제도가 불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면 환자가 몰리는 의원에만 더 몰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며, 새로 개원하려고 해도 쉽게 자리 잡기가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주치의 제도를 찬성하는 개원의들도 적지 않다.
주치의 제도가 의료지식이 부족해 방황하는 환자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고 의사들도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행위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원의 B씨는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면 환자에게 불필요한 상업적 의료는 줄어들고, 만성질환의 책임있는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주치의 제도는 환자의 의료이용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병원, 어느 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줄여줄 수 있다"고 단언했다.
B씨는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면 응급환자나 중환자가 병원의 적절한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주치의에게 되돌아오는 형식의 토탈 케어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