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제약업계 CEO들에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규제를 축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취임 첫 해인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새 지도부 아래 역사상 가장 많은 약을 승인하며 매우 뛰어난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규제를 거의 철회하지 못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암시했던 것과 같은 갑작스럽거나 전례 없는 변화는 없었다. 대신 과거 행정부들의 추세를 봤을 때 취임 2년째인 올해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보건연구원은 최근 새로운 보고서를 발간, "FDA의 2017년 주요 하이라이트 중 많은 부분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장기간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FDA는 새로운 규제나 경고장(warning letter) 발행을 급격히 줄이면서 신약과 제네릭 의약품, 희귀질환 의약품 최다 승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보고서는 "제약산업 측면에서 새 수장인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국장 재임 기간 동안 FDA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며 일관성 있을 것"이라며 "규제 접근 방식의 주요 변화에 대한 우려 없이 현재 규정 준수 프로그램에 따라 지속해서 약물 연구 및 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고틀립 국장의 규제 철학은 과거 FDA 국장들보다 산업 친화적일 수 있지만 시행에서 승인에 이르기까지 FDA의 광범위한 접근 방식은 기존 트렌드나 규범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특징인 ▲약물 품질 및 데이터 무결성에 대한 관심 증가 ▲희귀의약품 지정 최다 기록 ▲최근 규범 내 FDA 가이던스 발표 감소 ▲최근 20년 간 신약 허가 최다 기록 ▲제네릭 승인 최다 기록 ▲약물평가연구센터(CDER)의 경고장 발표 증가 ▲개선사항리스트(Form 483) 보고서 소폭 증가 ▲광고 위반으로 보낸 문서 최저 기록 등은 장기적인 추세에 의한 것이라 했다.
반면 지난 1년간 FDA의 규제 조치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의 어느 해와 비교해도 현저히 감소했다. 2017년 FDA는 중요한 규제 조치를 6건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도 30건에 비해 적었고, 제약산업 및 생명공학과 관련된 규제는 하나도 없었다.
보고서는 "그렇다고 FDA의 정책 수립이 늦춰진 것은 아니다. 규제 기관이 정책을 구체화하는 핵심 방안인 가이던스의 초안이나 최종안 발표는 이전 연도와 유사했다"면서 "이는 FDA가 새로운 규제를 내놓지 않지만 기존의 다른 법적 규제적 인가는 비슷한 속도로 진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FDA는 지난해 신약 53개를 승인해, 1996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허가 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의약품 허가 신청서 제출과 승인까지 일반적으로 10~12개월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허가 받은 의약품 중 상당수는 오바마 행정부 기간에 신청서가 제출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의약품 승인률 상승은 약 6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부분적으로 2012년 FDA 안전 및 혁신법(FDA Safety and Innovation Act), 2016년 21세기 치료법(The 21st Century Cures Act), 2017년 FDA 수수료 규정 재승인법(FDA Reauthorization Act)에 따라 FDA가 의약품을 더 빨리 검토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원과 권한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제네릭도 마찬가지로 FDA가 추가 검토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2012년 제네릭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개정법(GDUFA)을 통해 지난 4년간 더 많은 제네릭을 승인해왔고, 전체 승인 및 잠정 승인 비율이 거의 두 배가 됐다.
희귀의약품 승인 증가 추세는 많은 제약사들이 더 작은 환자 집단을 치료하는 항암제나 스페셜티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과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PwC는 올해에는 FDA가 규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규제들을 분석한 결과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에서는 취임 2년째에 FDA 규칙 제정이 100% 증가했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15.4% 증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FDA가 지난해 가을 백악관 규제정보관리실(OIRA)에 제출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개발 단계의 제약 관련 규제가 18건 있었다"면서 "FDA도 이미 제약 분야 18개 카테고리에서 98가지 지침 문서를 2018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의약품 품질과 제네릭 산업 및 임상시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규제 절차에 대한 절차상 변화를 다루는 가이던스가 많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규칙 제정(rule-making) 축소를 계속 추진할 것이고, FDA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면서 정책 선호도를 기술하고 기존 규제를 해석하는 지침 문서에 계속 의존할 수 있다"면서 "고틀립 국장은 제네릭 감독법을 개혁하기 위해 지침 문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접근법은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회사들은 FDA의 정책 선언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침에 답변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약가와 같이 연방정부에서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야에 대한 주정부의 관심이 증가해, "기업들은 해당 주 기관에 보고하기 위해 적절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일부 주 법률에 제정된 가격 인하 메커니즘에 저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