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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수 원장 "의정갈등, 사회적비용 컸다…갈등 넘어설 '대화·신뢰회복' 관건"

    [인터뷰] 정부 보건의료정책, 속도 보단 방향·과정이 중요…충분한 현장 논의 전제돼야

    민간-공공의료, 제로섬 관계 아냐…공공이 모든 것 못해, 민간의료와 유기적 연결 필요

    지역 의사만 늘린다고 지필공 문제 해결 안돼…'지역 묶는 정책' 아닌 '지역 남고 싶은 정책'

    기사입력시간 2026-09-14 10:22
    최종업데이트 2026-09-14 10:29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은 지난 7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속도보다 방향과 과정이 중요하다.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소위 '의료개혁' 정책들에 대한 경기도의료원 이필수 원장의 쓴소리다. 지난 7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 '속도보다 방향'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 과정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의정갈등 상황을 거울삼아, "이제는 대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정부가 의료계와 함께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41대 회장을 지낸 이필수 원장은 이제 지역 공공병원의 최일선에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그가 구상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는 민간과 공공이 경쟁하는 것이 아닌 서로 긴밀히 연결돼 상생하는 구조다. 

    이 원장은 "공공병원이 모든 것을 직접 하려 하기보다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 민간병원, 대학병원과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며 "민간과 공공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민간의료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충분히 존중하면서 공공의료는 시장 기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수 원장이 경기도의료원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는 의료인력 확보다. 특히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를 단순히 '의사가 부족하다'는 관점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의사들이 왜 지역 근무를 주저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의사를 어떻게 의무적으로 지역에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의사가 지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고 말했다. 

    의정갈등 이후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그는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원장은 "어느 한쪽의 잘잘못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왜 의정갈등 당시 대화와 협의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의협은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하나의 정책적 방향으로 모아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전공의와 젊은 의사, 개원의, 봉직의, 교수, 지역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고르게 반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래는 이필수 원장과 일문일답.

    정부 보건의료정책, 속도 보단 방향·과정이 중요…충분한 현장 논의 전제돼야 
                                          
    - 최근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 의료인력 양성 등 의료개혁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해당 정책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의료가 지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어려움,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의료인력의 지역·진료과 간 불균형 등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다만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속도보다 방향과 과정이 중요하다. 정책의 필요성만큼이나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의료정책은 정부나 의료계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객관적인 근거와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 하고, 실제 의료현장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 지역 공공병원 현장에 가보니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나. 

    공공병원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의료인력 확보다. 특히 지역으로 갈수록, 또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의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의사가 부족하다’는 관점으로만 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의사들이 왜 지역 근무를 주저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적정한 보상뿐 아니라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 부담 완화, 자녀 교육과 주거 등 정주 여건, 동료 의료진과의 협업, 전문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연구 환경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경기도의료원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사회와 대학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과 의료인력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사를 어떻게 의무적으로 지역에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의사가 지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지역으로 한번 온 의사가 오래 근무하고 싶은 병원을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다. 

    민간의료 강점 밀어주고 공공의료는 감염병·재난대응 집중해야

    -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공공의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실제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를 경쟁관계나 대체관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민간의료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충분히 존중하면서 공공의료는 시장 기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을 책임져야 한다. 응급·필수의료, 감염병과 재난 대응, 의료취약계층 진료, 의료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의료안전망 역할 수행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앞으로는 공공병원이 모든 것을 직접 하려 하기보다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 민간병원, 대학병원과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민간과 공공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때 지역의료가 완성될 수 있다. 

    - 경기도의료원은 지역 공공병원으로서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나. 

    경기도의료원이 모든 진료영역을 다 잘하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경기도의료원이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는 지역주민의 생명과 직결되지만 시장의 논리만으로는 충분히 공급되기 어려운 지역 필수의료와 의료안전망이다.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과는 만성질환 관리와 재택의료 등을 연계하고, 경기도의료원은 입원이 필요한 2차 의료와 응급·필수의료를 담당하며, 고난도 중증환자는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으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치료가 끝난 이후에는 다시 지역사회와 돌봄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 시스템이 바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다. 경기도민이 아플 때 어느 의료기관으로 가야 할지 혼란스럽지 않고, 환자의 상태와 필요도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적시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 그 중심에서 경기도의료원이 든든한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 공공병원에서 일하면서 의료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겼나.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일할 때는 전국의 의사 회원들과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반면 지금은 지역 공공병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또 다른 측면의 의료현장을 경험하고 있다. 입장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의료정책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의료계에 있을 때 제기했던 문제들이 공공병원 현장에 와보니 오히려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의사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시설과 장비가 있어도 진료를 할 수 없고,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보상과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대로 의료를 공급하는 입장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환자,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의료를 바라볼 기회도 많아졌다. 결국 어느 위치에 있든 기준은 같다. 좋은 의료정책은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게 하고, 그 결과 국민이 안전하고 좋은 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필수 원장은 의사 전체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지역의사, 강제성보다 지속가능성…숫자보다 근무환경 

    - 정부는 5년 평균 668명의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의정갈등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평가와 제도 후속 대책은.

    의료인력 문제를 단순히 의사 숫자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난 의대 정원 논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뼈아프게 경험한 것은 의료인력 정책은 충분한 근거와 사회적 합의, 특히 당사자인 의료계와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의정갈등을 겪으며 우리 사회가 치른 비용이 너무 컸다. 이제는 갈등의 반복보다 신뢰 회복과 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미 결정된 정책이 향후 의료현장에 안착하려면 무엇보다 교육의 질을 우선적으로 담보해야 한다. 의학교육은 강의실만 늘린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교수진과 교육시설, 임상실습 환경, 수련병원의 역량 등이 함께 준비돼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배출된 의사들이 실제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사의 전체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 부담 완화, 안정적인 수련환경, 지역 근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의료인력 정책은 ‘몇 명을 늘릴 것인가’보다 ‘어떤 의사를 어떻게 양성하고, 어디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지역의사제도에 대한 평가는.

    지역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책적 목표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어떤 제도든 의료인의 자발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뒤 모두 지역을 떠난다면 지역의료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일하는 것이 의료인 입장에서 더 나은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적정한 보상과 안정적인 근무환경은 물론이고 전문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연구 기회, 대학병원과의 인력 교류, 주거와 자녀 교육 등 정주 여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공공임상교수제와 대학병원 의료진 파견, 시니어 의사 활용 등 기존 제도도 보다 실효성 있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의료 문제의 해법은 ‘의사를 지역에 묶어두는 정책’보다 ‘의사가 지역에 남고 싶게 만드는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강제성보다 지속가능성, 숫자보다 근무환경에 더 많은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 갈등 넘어 대화·협의 통한 상생으로

    - 의정갈등 이후 의료계에 남은 숙제가 있다면. 

    지난 의정갈등 과정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어느 한쪽의 잘잘못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왜 대화와 협의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론 의료계 역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전문직 단체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의협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단체로서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의료정책이 정치적 진영논리로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정책의 판단 기준은 어느 정부가 추진하느냐가 아니라 ‘국민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의료현장에서 지속가능한가’, ‘과학적·객관적 근거가 있는가’가 돼야 한다.

    정부 역시 의료계를 단순한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중요한 정책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의료계가 전문직으로서의 높은 전문성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신뢰받는 전문가단체로 자리매김할 때, 정부와의 정책 협상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 앞으로 의사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정책이 의협과 회원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일치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 자체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료 발전이라는 원칙 아래 정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의료계의 전문적인 의견을 책임 있게 제시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국민 건강과 의료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고,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면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분명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하나의 정책적 방향으로 모아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전공의와 젊은 의사, 개원의, 봉직의, 교수, 지역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고르게 반영돼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도 전문가단체로서 지켜야 할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이런 원칙과 소통을 바탕으로 할 때 의협은 회원에게는 신뢰받고, 국민에게는 존중받으며, 정부에는 합리적이면서도 강한 정책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의협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높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