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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만 있고 관리는 없는 주치의 될라”…9월 시범사업 앞두고 실효성 경고

    방문진료 실제 참여 의원 0.6%·케어코디 직접고용 2.3%…국회미래연구원 “수가·인력·전산 함께 바꿔야”

    단독개원 81.8%인데 다학제 인력 요구…“행위별수가제 벗어나 월 관리료·성과급 지급해야”

    기사입력시간 2026-08-07 06:00
    최종업데이트 2026-08-07 06: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오는 9월 한국형 주치의 모델 구축을 위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충분한 보상과 인력·전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다시 ‘등록만 있고 관리는 없는’ 제도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실제로 기존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에서 환자 자택을 방문해 진료하고 보험을 청구한 의료기관은 전체 의원의 0.6%에 불과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위해 도입한 케어 코디네이터를 의원이 직접 고용한 비율이 2.3%에 그쳤다.

    6일 국회미래연구원 허종호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초고령사회 지속가능한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주치의 제도 설계 방안’ 보고서를 통해 기존 주치의 관련 시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한국형 주치의 제도 정착을 위한 지불보상·인력·전산체계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현재 추진 중인 시범사업이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현실적 유인과 환자 만족도, 지자체·복지기관과의 유기적 연계, 실효성 있는 다학제 협업 구조를 실증하지 못한다면 자칫 ‘등록만 있고 관리는 없는’ 미완의 제도로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문진료 실제 청구 의원 0.6%…장애인 주치의 참여자도 1% 미만

    보고서는 그동안 시행된 장애인 건강주치의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 일부 환자의 의료 접근성과 치료 지속성을 높였지만, 전국적인 주치의 제도로 확장하기에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2018년 시작된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포괄평가와 케어 플랜, 교육·상담,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등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실제 활동하는 주치의는 113명으로 등록 주치의의 14.7%에 그쳤다. 2025년 6월 기준 4단계 시범사업 참여 장애인도 1만3912명으로 전체 대상의 1%에 미치지 못했다.

    진료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난도가 높은 데다 복잡한 행정업무에 비해 수가 보상이 충분하지 않아 의료진의 실제 활동률이 낮았다는 분석이다.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등록해 맞춤형 건강관리 계획과 교육·상담을 제공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도 투약 순응도와 혈당 조절률 개선 등의 성과를 냈지만 인력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간호사나 영양사 등 케어 코디네이터를 활용한 비율은 10.1%, 의원이 직접 고용한 비율은 2.3%에 머물렀다. 행위별 보상체계에서는 의원이 별도 인력을 고용할 경제적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역시 참여율이 저조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참여기관은 전체 의원의 약 2.8%였지만, 2023년 실제로 환자 자택을 방문해 진료하고 보험을 청구한 기관은 참여기관의 20%에 불과했다. 전체 의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0.6%다.

    보고서는 2026년 의원급 방문진료 수가가 행위·약제·치료재료를 포함해 1회 약 13만1000원 수준이지만 야간·공휴일 가산과 교통비, 이동에 따른 기회비용, 차량과 휴대용 의료기기 구매 비용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자도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는 방문진료비의 30%를 부담해야 하고, 자택에서 진료를 받아도 처방전을 받으려면 의료기관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남아 있다.

    보고서는 “기존 시범사업들이 일부 참여 환자의 치료 지속성을 높이고 입원율을 낮추는 성과를 거뒀지만 행위별수가제 중심의 보상 구조와 통합 거버넌스 부재, 공급자 유인책 부족으로 포괄적 일차의료 서비스의 전면 확대에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9월 시범사업도 인력·공간·전산이 장벽…단독개원 의원 81.8%

    정부는 기존 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약 3년간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약 100개 의원이 참여해 50세 이상 지역 주민을 등록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다학제 팀이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을 평가해 질병 치료와 예방, 생활습관·복약 관리, 교육·상담, 의료·돌봄 자원 연계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의원이 자체적으로 다학제 팀을 구성하는 단독모형과 여러 의원이 병원·보건소 등 거점지원기관의 인력과 자원을 활용하는 협력모형으로 운영된다.

    참여 의원은 통합수가제와 현행 행위별수가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통합수가에는 30% 가산을 적용하고 단독모형에는 다학제 팀 운영지원비 3000만원, 거점지원기관에는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성과평가에 따른 추가 보상도 제공한다.

    하지만 국회미래연구원은 보상 확대만으로는 현장의 구조적 장벽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내 개원가의 81.8%가 단독개원 형태인 상황에서 간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 등 추가 인력을 고용하고 교육·상담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 포괄평가와 맞춤형 케어 플랜 수립, 다직종 사례회의, 지속적인 전산 입력도 의원에 상당한 행정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기존 전자의무기록과 시범사업 정보시스템이 원활하게 연동되지 않으면 의료진이 진료와 별도로 같은 정보를 반복 입력해야 한다.

    보고서는 통합적인 환자정보 공유 플랫폼을 갖추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면 전산 업무가 의료진의 참여를 막는 실무적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방할수록 수입 줄어드는 구조 바꿔야”…월 관리료·성과급 제안

    보고서는 주치의 제도가 안착하려면 행위별수가제 중심의 보상체계를 함께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행위별수가제는 진찰과 검사, 처치 횟수에 따라 보상하기 때문에 환자 교육과 예방, 지속적인 모니터링, 의료·복지 자원 연계에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기 어렵다.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해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을 줄일수록 오히려 의원의 수입이 감소하는 구조적 모순도 있다.

    이에 보고서는 등록 환자의 건강 상태와 관리 난도에 따라 환자당 월 포괄관리료를 차등 지급하고, 만성질환 관리지표와 예방접종률, 환자 만족도, 응급실 방문·입원 감소 등의 성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혼합형 지불보상체계를 제안했다.

    건강한 환자나 단순 만성질환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리료를 지급하고, 복합만성질환자와 기능저하 환자, 방문진료가 필요한 와상 환자에게는 더 높은 관리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관리료는 의원이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 전담 인력을 고용하거나 일차의료 지원센터로부터 인력을 지원받는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다만 월 포괄관리료가 과소진료로 이어지거나 의료기관이 중증 환자를 기피하는 ‘체리피킹’, 환자 상태를 실제보다 무겁게 분류하는 ‘업코딩’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치의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처방내역, 과거 진료비, 장기요양 인정등급 등을 활용해 환자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조정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의원과 공공 종합의원, 거점병원이 책임의료조직을 구성해 지역 환자의 건강 결과와 의료비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예방과 지속관리로 실제 의료비가 목표보다 줄어들면 절감액 일부를 건강보험공단과 참여 의료기관이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다.

    전자 의뢰·회송 의무화…주치의 비대면진료에는 정상 수가

    정보 공유와 전산체계 개편도 주치의 제도의 핵심 과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의원에서 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의뢰·회송뿐 아니라 의원과 의원, 민간과 공공 의료기관 사이의 수평적 정보 공유에도 전자 의뢰서와 회송서 작성·전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의 진료기록 요약과 검사 결과, 치료 계획을 단일한 국가 전산망을 통해 공유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에는 수가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제안했다.

    비대면진료는 불특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 중심 방식보다 등록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주치의가 필요에 따라 제공하는 형태가 적절하다고 봤다.

    주치의가 담당 환자에게 시행하는 비대면진료에는 정상 수가를 적용하고,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가 주치의를 중심으로 축적되도록 해야 약물 오남용과 중복처방,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제 등록보다 자발적 참여부터…적정 수가 정밀 검증해야”

    주치의 제도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의 수용성도 넘어야 할 과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환자 등록과 월정액 보상, 성과평가가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의료비 통제를 위한 총액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환자도 주치의를 거치지 않고 다른 의원이나 상급병원을 이용할 때 불이익을 받는다면 의료기관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느낄 수 있다.

    보고서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강제적인 주치의 등록이나 문지기 기능을 적용하기보다 의사와 환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충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며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랑스와 독일처럼 기존 행위별수가제의 틀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주치의 등록 환자에게 본인부담 혜택을 제공하고, 의사에게는 환자 관리료와 성과급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연착륙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주치의 제도 도입은 단편적인 보건의료 정책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별수가제에 의존해온 보건의료 공급체계를 가치와 성과, 환자 중심의 전인적 돌봄으로 전환하는 중장기적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일방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지역 상황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고 효과 근거를 확보하면서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초기에는 선택적 참여와 강력한 유인책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수용성과 적정 수가를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