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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있다고 계약 자유까지 박탈하나"…의사 86.9% “당연지정제 폐지·선택계약제 도입 찬성”

    병원의사협의회·미래의료포럼 647명 설문…의사 98.6% “현행 수가, 지속가능성 불충분”

    기사입력시간 2026-08-26 06:53
    최종업데이트 2026-08-26 11:53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의사 인식 설문조사 결과. 사진=대한병원의사협의회·미래의료포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또는 선택적 단체계약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도 변경에 따른 국민 의료접근성 저하를 우려하는 응답도 37.4%에 달해,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필수의료와 취약계층 보호 대책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래의료포럼과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7월 2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의사 회원 6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응답자는 40대가 44.0%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8.3%, 50대가 17.6%로 뒤를 이었다. 근무 형태별로는 개원의가 36.0%, 봉직의가 30.4%를 차지했다. 수도권 근무자는 415명으로 전체의 64.1%였으며, 개원의와 봉직의를 합하면 전체 응답자의 66.5%였다.

    설문결과, 당연지정제 전면 폐지 또는 선택적 단체계약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문항에는 562명, 86.9%가 찬성했다. ‘강하게 찬성한다’는 응답은 62.8%, ‘찬성한다’는 응답은 24.1%였다.

    중립은 7.6%, 반대는 5.6%로 나타났다. 찬성 응답과 반대 응답의 격차는 81.3%포인트(p)였다.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 운영과 진료 자율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 응답자는 96.0%였다. ‘매우 크다’는 응답이 71.1%, ‘영향이 크다’는 응답이 24.9%로 집계됐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가 의료기관의 지속가능한 운영에 충분한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부정 응답이 98.6%에 달했다. ‘전혀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만 77.6%였고,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0.3%에 그쳤다.

    비급여 통제와 관리급여 도입 논의, 심사·삭감 강화 등으로 의료기관의 자율성이 감소하고 있다고 본 응답자도 98.3%였다. 이 가운데 86.6%는 자율성이 ‘매우 크게 감소했다’고 답했다.

    향후 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을 묻는 문항에서도 변화 요구가 우세했다. 전면 폐지를 선택한 응답자는 40.2%, 완화 및 계약제 확대는 32.8%, 일부 영역에서 선택적 계약제를 시범 도입하자는 응답은 11.7%였다. 반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0.8%에 불과했다.

    가장 현실적인 정책 조합으로는 ‘당연지정제 폐지와 선택계약·민간보험 확대’를 꼽은 응답자가 48.4%로 가장 많았다. ‘선택계약 일부 도입과 필수의료 보호’를 선택한 응답자는 32.3%였다. 두 계약제 계열 대안을 합하면 80.7%에 달한다.

    의사들은 당연지정제 폐지 또는 완화가 의료기관과 진료 환경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긍정적 영향을 예상한 응답자는 77.1%였고, 부정적 전망은 7.6%에 그쳤다.

    다만 국민 전체의 의료접근성과 형평성에 미칠 영향을 묻자 의견이 분산됐다.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37.4%로 가장 많았지만,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도 34.9%였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7.7%였다.

    특히 제도 폐지·선택적 계약제 도입에 찬성한 562명 가운데 183명, 32.6%도 국민 의료접근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제도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필수의료 공백과 취약계층의 의료 이용 제한 가능성은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보호장치와 취약계층 보장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설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병의협과 미래의료포럼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개편을 의료계와 정부의 공식 정책의제로 즉시 올려야 한다. 필수의료와 취약계층 보호를 전제로 일부 진료영역 또는 일부 유형의 의료기관에서 선택적 단체계약제를 시범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가뿐 아니라 급여기준·심사기준·계약조건을 의료계와 보험자가 실질적으로 협상하고, 협상 결렬 시 정부의 일방 결정이 아닌 독립적 중재가 가능한 대등한 계약체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료기관에 공적 책임을 요구하려면 국가와 보험자 역시 그 책임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합리적인 규칙을 만들고,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의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강제에서 계약으로, 통제에서 협상으로, 일방적 부담에서 상호 책임으로 의료의 기본질서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