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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장관이 필요한 게 아니다

    기사입력시간 2015-08-18 06:39
    최종업데이트 2015-08-18 07:17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4일 정진엽(60)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정진엽 장관 후보자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분당서울대병원 병원장을 연달아 세 차례 맡을 정도로 안정적인 경영과 친화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메르스 사태는 보건복지부의 무능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발생 초기에 “개미 한 마리 지나지지 못할 정도의 방역 대책을 세우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감염자만도 186명 발생했고, 국민들은 두달여 동안 공포에 떨었다.
     
    비전문가들이 감염병 대책을 주도한 결과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와 복지부를 분리하거나 보건부 차관을 신설, 의료전문가들이 보건의료정책을 집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런 과정에서 정진엽 교수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의사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보건의료행정을 이끌 적임자인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국가방역체계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보건부 독립 또는 보건부 차관제 도입, 보건복지부 내 보건의료 부서장 의료인 배치, 질병관리본부 독립 방안을 포함한 보건의료 행정 전문화에 대한 소신도 밝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감기환자들까지 대형병원에 집중되고, 동네의원들이 위축되는 의료전달체계 왜곡,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의료현안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법을 내놓고 검증받아야 한다.
     
    특히 의료계는 청와대가 의료산업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시행하기 위해 정 교수를 후보자로 지명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어 후보자 스스로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정진엽 후보자가 보건의료분야를 이끌어갈 식견과 리드십이 있는지 제대로 검증해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을 방역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의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를 하나 하나 개선하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장관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속 좁은 생각이다.

    잘못된 의료정책의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 장관이 필요한 게 아니라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를 내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