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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은 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장 “기업 혼자 넘기 어려운 데스밸리, ‘메드텍 플랫폼’으로 지원”

    [인터뷰] 정부·전문기관·의료현장 연결해 전주기 지원…임상 근거 확보부터 해외진출까지

    기사입력시간 2026-09-09 05:37
    최종업데이트 2026-09-09 07:46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장은 "기업과 정부, 해외 시장을 잇는 메드텍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기기는 기술개발과 인허가만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어렵다.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의료현장에서 제품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며,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규제와 시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필요한 제도와 지원사업을 연결하고, 의료기관과 전문가를 매칭하는 지원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은 이런 관점에서 의료기기 연구개발부터 임상·실증, 의료현장 도입, 해외 진출까지 기업의 성장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와 의료기기·화장품·디지털 기술이 융합하는 뷰티테크까지 지원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장을 만나 산업단이 지향하는 ‘메드텍 플랫폼’의 역할과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시장 진입 과제, 오는 9월 15~16일 개최되는 ‘메드텍 인사이트(MedTech Insight) 2026’에서 다룰 글로벌 진출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황 단장은 GE헬스케어 라이프 케어 솔루션 디렉터(Life Care Solution Director)를 거쳐 2013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의료기기산업과 글로벌헬스케어 분야를 담당해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아부다비지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장 겸 의료기기산업 종합지원센터장으로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인허가, 보험 등재, 사업화, 해외 진출 등 전주기 지원을 이끌고 있다.

    [황성은 단장 동영상 인터뷰]


    정책 기획부터 해외진출까지, 기업 성장을 잇는 전주기 지원

    Q.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의 조직 구성과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  

    현재 산업단에는 의료기기 산업 관련 4개 팀과 화장품 산업 관련 1개 팀, 총 5개 팀이 있으며 저를 포함해 33명이 근무하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산업정책과 법·제도부터 R&D, 임상·실증, 허가 이후 시장진입과 의료현장 활용, 해외진출까지 기업의 성장 과정 전반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는 기술개발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인허가뿐 아니라 보험 등재, 신의료기술평가 등 시장진입 제도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진흥원은 이러한 과정에서 관계부처와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화장품 산업도 함께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뷰티테크처럼 두 산업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는 분야까지 지원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Q. 국내 의료기기·화장품 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 주목할 변화는 무엇인가.

    2025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생산액이 약 12조 3558억 원, 국내 시장규모가 약 11조 8769억 원을 기록했다. 의료기기 수출도 60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증가하며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팬데믹 당시에는 체외진단기기가 산업 성장을 크게 이끌었다. 체외진단기기 수출은 한때 45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확대됐다가 팬데믹 이후 조정됐지만, 일반 의료기기 수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5% 성장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 전체의 숫자만 보면 팬데믹 때보다 성장세가 다소 조용해 보일 수 있지만, 산업의 중심축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치과 의료기기, 초음파 영상진단장비 등 기존에 경쟁력을 가져온 분야에 더해 의료AI와 의료로봇,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의료기기가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나타날 것으로 본다.

    화장품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5년 화장품 수출은 약 114억 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동시에 화장품과 미용기기,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면서 뷰티테크가 새로운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의료기기와 화장품을 완전히 별개의 산업으로만 보기보다 기술과 소비자 수요 변화에 따라 두 산업이 만나는 영역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본다.
     
    규제와 시장진입, 기업이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점

    Q. 기업들은 규제와 시장진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의료기기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고 의료진과 환자가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인허가 자체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국내 규제 역시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 등 국제적인 규제조화 흐름과 연계돼 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특성에 따라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어떤 임상근거를 준비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허가 이후에도 보험 등재와 신의료기술평가 등 시장진입 절차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규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자신의 제품에 맞는 진입경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보건복지부 내 업무분장 변경으로 신의료기술평가 업무가 의료기기화장품산업과로 조정됐다. 의료기기 산업정책과 시장진입 관련 업무를 보다 밀접하게 살펴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진흥원도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와 산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개선과제로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넘어야 할 ‘네 개의 데스밸리’ 정부 지원 

    Q. 의료기기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안착시키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정부는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의료기기 기업이 극복해야 할 '데스밸리'를 네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데스밸리는 인허가, 두 번째는 보험 등재와 보험 코딩, 세 번째는 의료기관 도입과 사용 경험 확보, 네 번째는 해외 진출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 진입하려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기존 제품과의 비교임상과 사용자 경험 축적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이 세계 시장의 2%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은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은 기업이 이 네 가지 데스밸리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실사용데이터(RealWorldData, RWD)와 실사용근거(RealWorldEvidence, RWE)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생기면서 허가 단계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됐고, 유럽 MDR(의료기기 인증)과 미국 FDA(식품의약국) 규제 환경에서도 RWD와 RWE를 활용한 임상 근거 창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임상 근거를 확보하려면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병원·의료기관 중심의 지원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임상 근거 창출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기업이 의료진을 직접 찾아가 연구를 제안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과제사업을 기획하고, 그 사업을 통해 임상 근거를 창출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각종 사업을 운영하면서 좋은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임상 근거와 함께 교육·훈련도 중요하다. 특히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전통적 수술기기는 의료진의 장비 사용 경험과 숙련도가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은 교육·훈련을 통해 의료진이 자사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익숙해지도록 한다. 국산 의료기기도 국내 의료진이 더 많이 사용해 볼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이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혁신적인 의료기기는 기존에 없던 제품이어서 규제 단계부터 임상이 필요할 수 있고, 허가 이후에도 보험 등재와 신의료기술평가 등 시장 진입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하는 경우가 있다. 허가 전 탐색·확증 임상과 보험 등재를 위한 임상 근거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AI 기반 디지털 의료기기는 이런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지원사업이 더 확대돼야 한다.
      
    해외진출은 규제 지원을 넘어 현지 시장과의 연결 

    Q.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해외시장에서도 인허가와 임상, 보험, 유통채널 확보, 현지 의료기관 도입, 경쟁 제품 대비 차별성 확보 등 여러 단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올해는 해외 인허가에 필요한 시험·검사와 규제 대응, 컨설팅 등을 지원하면서 기업이 각 시장에 맞는 진입전략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비용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지 시장을 실제로 경험한 전문가와 의료기관, 대학, 컨설팅기관 등과 기업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어떤 정보가 정확하고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현지 기관과 전문가를 발굴해 기업에 연결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올해는 텍사스 메디컬센터를 비롯한 미국 현지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유타대학교 의료혁신센터(CMI)를 통해 규제·보험·유통 분야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및 시카고의 헬스케어 혁신기관 MATTER와도 협력해 현지 의료시장 이해관계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과 시장전략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지원의 목적은 해외 기관과 단순히 연결되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현지 의료진과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고, 자신들의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확인하면서 시장진입 전략을 구체화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유럽·호주·AI를 잇는 '메드텍 인사이트 2026' 

    Q. 올해 9월 15~16일에 열리는 '메드텍 인사이트'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현지 시장정보와 실무전략을 공유하는 의료기기 전문 콘퍼런스로 알려져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메드텍 인사이트 프로그램 

    올해 세 번째를 맞는 '메드텍 인사이트(MedTech Insight)'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필요한 현지 정보와 실무전략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국가별 규제와 제도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허가 이후 시장에서 제품이 어떻게 채택되고 활용되는지까지 살펴보는 것이 올해 프로그램의 중요한 방향이다.
     
    지난해에도 미국 시장진출과 의료AI 등 주요 이슈를 다뤘지만 올해는 한 단계 더 구체화했다. 유럽 시장진출을 새로운 주요 주제로 포함하고, 국가마다 다른 시장접근과 사업화 환경을 살펴본다. 미국은 FDA 허가 이후 실제 병원에서 제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구매·채택하는지 등 시장진입 전략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룬다.
     
    AI 의료기기 역시 지난해보다 프로그램을 고도화했다. 국내 AI 의료기기의 허가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제는 기술 성능이나 허가 여부뿐 아니라 AI 의료기기가 실제 진료과정과 워크플로우(workflow)에 어떻게 적용되고,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는 기업 중심의 설명보다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제품을 활용한 사용자의 경험을 듣는 데 중점을 뒀다.
     
    호주는 기업의 제품과 글로벌 진출전략에 따라 임상시험과 임상근거 확보를 검토할 수 있는 하나의 진출국가로 살펴보고,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과 MDR 임상평가, FDA 사용적합성 등 기업의 실제 수요가 있는 주제도 함께 마련했다. 의료기기와 화장품이 만나는 뷰티테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다룬다.

    또한 세미나를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해외 전문가와 기업이 직접 만나 상담하고 후속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기관의 경험을 국내 기업이 직접 접하고, 이를 다음 시장진입 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 메드텍 인사이트의 역할이다.
     
    전주기 지원의 강점을 살려 ‘메드텍 플랫폼’ 지향 

    Q. 마지막으로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의 강점과 앞으로 지향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의료기기 산업에는 연구개발, 임상, 인허가, 보험, 의료기관 도입, 해외진출 단계마다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부처와 기관이 있다. 진흥원의 가장 큰 강점은 어느 한 단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 전 과정을 바라보면서 필요한 기관과 제도, 전문가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의료기기산업법)에 따른 의료기기산업 종합지원센터와 혁신의료기기 연구개발 정보관리기관이라는 역할도 이러한 기능의 제도적 기반이다. 여기에 혁신의료기기의 시장진입과 관련된 업무, 의료기관을 활용한 임상·실증, 국산 의료기기의 현장 활용, 해외시장 진출지원까지 연결되면서 기술개발과 규제, 시장진입, 의료현장, 글로벌 사업화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의 특징이다.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역할은 ‘메드텍 플랫폼’이다. 플랫폼이라는 것은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지점에서 필요한 정보와 기관, 의료진과 전문가, 정부 부처와 지원사업을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관련 전문기관과 연결하고, 임상근거가 필요하면 의료기관과 연결하며, 해외진출을 준비할 때는 현지 전문가와 시장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어느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필요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곳, 그리고 현장에서 확인된 애로를 다시 정책과 지원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