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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후성 심근증 심방세동 위험 예측 ‘좌심방 4단계 병기 체계’ 개발

    10년 누적 심방세동 발생률 1기 4.8%에서 4기 49.1%로 증가…외부 코호트에서도 결과 재현

    기사입력시간 2026-09-28 14:44
    최종업데이트 2026-09-28 14:44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재현·김형관 교수팀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좌심방 4단계 병기 체계’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받은 비후성 심근증 환자 705명을 약 7.5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57.6세였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이완 기능이 저하되는 유전성 심장질환이다. 이완 기능 장애가 진행되면 좌심방 압력이 높아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거나 섬유화되면서 심방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 위험 인자로, 이번 연구 코호트에서는 추적 기간 동안 환자의 14.3%(101명)에서 심방세동이 새로 발생했다.

    기존 진료지침은 고위험 환자에게 정기적인 심전도와 홀터 검사를 권고하지만,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부족했다. 기존 지표인 좌심방 크기는 압력 부하가 누적된 결과로, 좌심방의 적응 과정과 기능 저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심초음파로 측정 가능한 좌심방 수축 기능(변형률)과 좌심방 압력을 조합해 4단계 병기 체계를 제시했다. 1기는 압력과 수축 기능이 모두 정상인 단계, 2기는 압력 상승에 맞서 수축 기능이 강화되는 과보상 단계, 3기는 수축 강화가 사라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기능 저하 단계, 4기는 압력이 높고 수축 기능이 정상 하한 아래로 떨어진 탈진 단계로 분류된다.

    전체 환자 중 1기는 18.6%, 2기는 40.6%, 3기는 25.7%, 4기는 10.9%로 나타났다.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1.83배씩 유의하게 증가했다. 4기 환자의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1기 환자보다 최대 7.4배 높았다. 10년 누적 심방세동 발생률은 1기 4.8%에서 4기 49.1%로 증가했다.

    외부 검증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42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82배씩 증가했다. 또한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증가할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도 1.81배씩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3~4단계 환자의 연간 뇌졸중 발생률은 약 1%에 달했다.

    첫 심초음파 검사 후 4~6년 뒤 추적 검사가 가능했던 217명을 대상으로 한 추가 분석에서는 39.6%가 같은 병기를 유지했고, 43.8%는 더 높은 병기로 진행하거나 심방세동이 발생했다. 이는 좌심방 병기가 연구팀이 제안한 순서대로 진행됨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임재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좌심방이 높아진 압력에 적응하다가 한계에 이르는 과정을 4단계로 보여준 것”이라며 “각 단계에서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 시점을 찾고, 고위험 환자의 심방세동과 뇌졸중을 조기에 예방하는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관 교수는 “좌심방은 그동안 좌심실 기능을 반영하는 수동적인 지표로만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스스로 적응하고 소진되는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심초음파 판독 과정에 이 병기 평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 본지인 ‘JACC(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IF 22.3)’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