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육아휴직 중인 간호사도 KTX를 무료로 타는데 공중보건의사, 군의관은 제외되고 있다. 힘이 풀린다."
전국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진정을 위해 대구‧경북지역 의료인 지원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 간의 역차별 논란이 붉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의료 지원 차 이동하는 의료진에 대해 KTX 등 이동수단을 전액 지원하고 있지만 공보의와 군의관은 여기서 제외된 것이다. 코레일과 중앙사고수습본부, 지자체 등은 각각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인데, 의료 현장에서 힘들게 근무하는 일부 의료진들의 힘을 빼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2월 28일부터 지난달 대구와 경북 지역으로 이동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KTX나 무궁화호 등 모든 열차를 무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은 지난 5일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의료봉사를 목적으로 열차를 이용하는 의료진은 승·하차하는 역 창구에서 의료봉사자 증빙서류를 제시하면 무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코레일 측이 무임대상기준이 '봉사'라는 점에서 공보의와 군의관의 경우, 무임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들의 의료지원은 자발적 참여가 아닌 차출에 의한 파견이라는 취지에서다.
무임 혜택 초기에는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공보의, 군의관의 무임 혜택이 허가된 바 있다. 그러나 규정을 정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막혀버렸다.
현재 공보의와 군의관 등은 특별재난지역 활동수당으로 12만원을 받고 있다. 민간 인력의 경우, 의사 일당 45~55만원, 간호사 일당 30만원이 지급된다. 또한 숙식·교통비 등을 포함해 광역시의 경우 하루 10만원(일비2, 식비2, 숙소비6), 시도의 경우 9만원(일비2, 식비2, 숙소비5) 등의 경제적 보상을 준다. 하지만 공보의와 군의관을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대구로 파견된 공보의 A씨는 "육아휴직 중인 간호사도 KTX 무료 이용이 가능한데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하는 공보의는 왜 불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이해하기 힘든 규정으로 인해 힘들게 고생하는 많은 공보의, 군의관의 힘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공보의 B씨도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의 공보의, 군의관이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신분 때문에 용어상 차출로 규정돼 있지만 이들 모두가 자발적인 마음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구 지역에서 근무를 지원한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공보의들은 코로나19 현장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가장 급박한 순간에 출동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각 시도별로 차출 협조가 이뤄지긴 하나 자원해 온 공보의도 많다. 현 규정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민간 지원단 같은 경우도 별도의 수당이 책정돼 있다. 차출된 인력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보의만 열차 지원에서 제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자체와 코레일 측은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의료봉사 목적의 이동이 확인 가능한 의료봉사 신청서, 확인서가 있어야 열차 무료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무임대상은 전국 철도역을 승하차하는 의료 봉사인으로 규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의료봉사 목적의 이동이 확인 가능한 경우에만 무임 적용 발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임대상기준은 봉사이기 때문에 봉사가 아닌 차출로써의 공보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규정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대구시 보건건강과 관계자는 "파견의료인력에 대한 한국철도공사 철도비용 무료 제공 내용은 민간보집 인력에 해당함을 중수본에서 알려왔다"며 "공보의와 군의관 후보생에게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