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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피오돌 약가협상 앞둔 정부의 장단기 대응방안은

    식약처, 외국에서 긴급도입‧위탁제조‧국내사 제네릭 개발 독려 등 고려

    업계, 공공제약사 설립‧약가책정 근거 마련 등 국가 컨트롤타워 역할 당부

    기사입력시간 2018-07-04 06:05
    최종업데이트 2018-07-04 06:05

    ▲리피오돌 사태를 통해서 본 필수의약품 생산‧공급 방안 긴급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간암 치료 필수의약품인 ‘리피오돌’에 대한 약가인상 요구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 약가인상 요구를 수용할 경우 추가 약가인상 요구나 제2, 제3의 리피오돌 사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의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하는 조영제다. 전 세계적으로 이를 대체할 약제는 없는 상태다. 프랑스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는 현재 공급약가 5만2560원을 5배인 26만5000원으로 올려주지 않을 경우 국내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리피오돌 약가인상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 외국 판매업체를 통해 긴급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위탁제조,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개발 독려 등 다방면으로 대응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업계는 공공제약사를 설립하고 약가책정의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등 국가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가 3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리피오돌 사태를 통해서 본 필수의약품 생산‧공급 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정현철 사무관은 “약가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1차적 방어선 역할을 하고 2차 방어선 역할은 식품의약품안전처라고 본다”며 “약가협상이 잘 되면 좋겠지만 잘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의약품 수입에 있어 수입품목허가 없이 긴급 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며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했다.
     
    정 사무관에 따르면 식약처에서 외국의 판매공장을 조사한 결과 3개 국가에서 공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다. 다만, 이 경우 현지가인 30~40만원에 들여와야 한다.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할 예정이다.
     
    또한 “제조사인 게르베측이 향후 약가인상을 또 요구해올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다른 대안도 마련하고 있다”며 “위탁제조를 알아봤는데 가장 중요한 원료를 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에 리피오돌의 원료를 제조하는 곳은 두 곳이었다. 그러나 한 곳은 게르베, 다른 한 곳은 게르베 자회사였다”며 “위탁제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더 찾아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리피오돌이 대체약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네릭이 있긴 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그러나 생산이 되고 있는지 여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조사 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리피오돌의 연매출이 6~7억원밖에 되지 않아 5만원대 가격으로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끼어들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우리나라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가인상시 제네릭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정 사무관은 “민간에서 움직이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국내 제약사에서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신속허가를 진행할 것이다”라며 “허가 신청시 원료의약품을 등록하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 되는데 이번에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해 원료의약품 등록을 풀어주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필수의약품 생산공급방안 관련법이 시행된 지 1년밖에 안됐다. 법안이 미진해 매뉴얼을 많이 만들고 있다”며 “의약품통합관리시스템도 구축 중에 있고 병원협회, 제약바이오협회, 약사회 등 7개 전문 협회에 운영비를 투입해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이같은 사태를 대비해 지난해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 중이다”라며 “작년부터 시작단계에 돌입해 계속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은 “단기적으로는 약가로 해결이 되겠지만 기업과의 협상 과정에 대한 것은 보험정책과가 답할 사안이다”라며 “단기적인 과제를 벗어나 장기적으로 공공제약사 운영 등 정부에서 조금씩 진행해 가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지적되는 사항에 대해 조금씩 개선하고 있다”며 “곧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앞서 이날 발제자들은 약가인상을 요구한 게르베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향후 리피오돌과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약가 책정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정부 차원의 필수의약품 생산‧공급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강아라 정책부장은 “게르베의 약가인상 전략은 10% 인상, 20% 인상 수준이 아니라 굉장히 급격한 약가인상 요구이다”라며 “그럼에도 대체약이 없어 복지부나 심평원도 인상해줘야 한다는데 기울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르베는 외국 가격과의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약가가 낮은 것은 맞다. 이에 약가를 높여달라는 게르베의 요구는 리피오돌 퇴장방지의약품 원가보전 신청 이후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했다.
     
    강 정책부장에 따르면 리피오돌의 외국 약가현황은 일본 7만5654원, 뉴질랜드 22만454원, 덴마크 56만9847원,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우 비급여인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제약사에서 공급중단이라는 강수를 둘 때까지 관리를 안 한 것인지 의문이다”라며 “이후에 또 약가인상을 요구했을 때 대안 없이 약가를 올려줄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강 정책부장은 “의약품은 아니지만 화학색전술을 쓸 수 있는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있어 왔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리피오돌 사례를 보면 문제 지점이 다양하다. 해당 지점에 따른 적합한 해결방안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도출하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권혜영 교수도 “선제적 개입으로 국가가 공공제약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상은 필수성을 지닌 의약품으로 상시적으로 관리‧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과거 노바티스 글리벡, 로슈 푸제온주, 얀센, 프레지스타정, 노보노디스크의 노보세븐주 등 의약품 공급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발생할 때마다 약가인상밖에 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가 부끄러웠다”며 “과거와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사례의 공통점은 희귀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제로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이들 제약사들의 주 요지는 정부가 결정한 약가에 대한 불만이다”라고 했다.
     
    권 교수는 “제약사의 약가 책정은 외국 약가를 참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국가마다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 다르다. 단일가격정책(one price policy)이 맞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국가가 공공제약 컨트롤타워로서 거버넌스 등을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칭 ‘공공관리의약품센터’를 운영‧실행해야 한다”며 “전문가 평가를 통해 선제적 관리대상을 추출하고 대체성분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부재한 의약품의 생산‧수입 가능성을 조사하고 단일공급원이 아닌 복수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학계와 연구단체는 발제자들과 같이 약가인상을 요구하는 게르베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먼저 시민건강연구소 김선 연구원은 “게르베는 국내 가격과 생산량 논란에 대해 미국 등 다른 국가의 공급가 보다 낮은 세계 최저가로, 손실이 누적돼 왔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수년간 사용량 급증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늘리지 않은 게르베의 책임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생산량이 부족한 와중에도 진입하지 않은 국가 진입을 위해 리피오돌 무상으로 공급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약가인상이 어떻게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약가가 인상되면 생산량을 늘릴 것인지 궁금하다”며 “또 중국의 리피오돌 약가가 30만원에 책정됐는데 한국에서 26만원으로 올리면 그 이후에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는지도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학회와 시민사회는 특허뿐만 아니라 베타적 소유권과 시장주도성이 문제라고 꾸준히 지적해왔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를 당지 퇴장방지의약품 계도에 대한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바람직하고 가능한 의약품 생산체제의 공공성은 맥락에 따라 다르다. 외국사례 참조가 늘 답은 아니다”라며 “전제돼야 할 원칙은 환자와 공급자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특허가 없는 경우 공공제약사가 위탁사례를 하도록 하는 등 세대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리피오돌의 경우 당장 약가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약대 배승진 교수는 “사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경우 지속적으로 약가를 인상시켜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주요 의약품들은 대체적으로 수입을 통한 공급 중심이다.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 교수는 “지난 2002년 삼성서울병원 교수와 녹십자가 협력해 헌터증후군치료제인 ‘헌터라제’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사례가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산학협력이지만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패널토론에 참석한 환자단체는 리피오돌의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리피오돌에 사용되는 비용은 매우 낮다”며 “리피오돌 가격인상은 환자의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리피오돌이 막대한 이윤을 주는 약이라면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이미 복제약을 만들었을 것이다”라며 “리피오돌의 가격 인상으로 보다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할 수 있고 전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복제약을 만들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필수의약품의 빠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다면 공공제약사나 공공관리의약품센터 설립이 아니라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부터 취지대로 운영해야 한다”며 “약 4000억원에 달하는 퇴장방지의약품에 포도당 등 수액제가 왜 들어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필수적인 의약품의 퇴장을 방지해 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고, 무분별한 고가 약제의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의약품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 정부가 일부 지원금을 제약사에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