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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 합법화에 웃지 못하는 현장 간호사들…"의사 대신 더 값싼 인력 확보 위해?"

    전공의 이탈 후 진료공백 메우는 진료지원간호사…날림으로 통과된 간호법에 간호사들도 의구심 제기

    기사입력시간 2024-09-05 07:39
    최종업데이트 2024-09-05 07:3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이 제22대 국회를 통과하며 그간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진료지원간호사, 일명 PA가 합법화됐다.

    염원해온 간호법이 통과되자 대한간호협회는 숙원사업이 이뤄졌다며 환영하는 모습이지만 정작 현장에서 진료지원간호사로 분한 간호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새롭게 제정된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업무'라고 규정하며, 별도로 '진료지원업무'의 수행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간호법은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의 자격으로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하거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 및 교육과정의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한 자로 한정하고, 진료지원업무의 구체적인 범위와 한계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의사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PA의 업무 범위는 환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해당 문제는 향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PA를 합법화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간호계도 현재 전공의 이탈에 따른 진료 공백을 간호사로 메우기 위해 정부가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는 반발심이 커지고 있다.

    병원노동조합에 가입한 간호사들로 구성된 '행동하는간호사회'는 간호법 제정 소식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현재 병원 현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진료지원 업무범위, 인력 기준, 교육 수련과 관련된 내용이 보건복지부령으로 넘어간 데 대해 "이는 그 동안의 진료지원 시범사업에 대해 불법의료 시비 등을 피해가고, 앞으로도 값비싸고 부족한 의사 대신 의사보다 더 값싼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함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 자본과 윤석열 정부는 환자의 안전보다 병원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수를 줄이고, 전문적인 역할 분담이 아닌 값싼 인력이 대신하도록 하고, 의료 시장화의 길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번 간호법 역시 의사보다 전공의보다 값싼 간호인력을 병원 이윤을 위해 사용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간호사들이 간호법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국회가 또 다른 쟁점이었던 간호조무사 학력 기준 내용을 빼는 대신 '간호인력 양성 체계 및 교육 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각 이해단체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해당 내용이 2년제 간호실무사 제도 도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간호사 업무를 간호실무사에게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보건복지부의 진료지원간호사 시범사업 중에서도 진료지원 업무범위에 대해 간호사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인의 업무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교수가 시킨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며 "인턴과 레지던트가 하는 업무 중 본인이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하는 업무까지 몇 주의 교육만 받은 진료지원간호사에게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간호사는 "환자들도 PA에 대해 인지하다보니 지위와 신분에 대한 혼란함도 크다. 정부 입맛대로 간호사들의 업무범위를 정해놓고 정작 법적 시비가 걸리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처벌을 받을수도 있다. 그저 병원이 시킨대로, 복지부가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대책 없이 진료지원간호사를 늘리다가 전공의가 돌아왔을 때 헌신짝처럼 버려질 것이 우려된다. 전공의는 안 돌아오고, 전문의는 늘리기 어려우니 값싼 노동력인 간호사를 늘려 병원을 굴리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