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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락하는 내과, 수련 3+2년 제안

    미국 제도 도입으로, 위기 극복 가능할까?

    기사입력시간 2015-10-26 06:22
    최종업데이트 2015-10-26 09:23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라는 단어에 조금 익숙해지려니, 이번엔 또 '제너럴 인터니스트(General Internist)'다.

     
    지방 수련병원의 전공의 부족 사태가 수도권으로 퍼질 조짐이 보이자, 내과학회는 TF(기획단)를 구성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그 해결책의 일환인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일부 병원이 시범사업 중인 상황에서, 내과학회는 제너럴 인터니스트까지 도입한 '3+2년' 수련과정(3년의 내과전문의 + 2년의 세부전문의 옵션)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내과 추계학회에서 열린 '한국의 내과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세션에 참여한 유철규 학술이사(대한내과학회)는 "미국에서도 분과가 활성화되자 전체를 보는 의사가 없는 게 문제라는 생각에 제너럴 (인터널) 메디슨(General Medicine)이라는 하나의 분야가 생겼다"면서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제너럴 인터니스트(General Internist)
     
    제너럴 인터니스트(General Internist)란 분과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내과 의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분과전문의가 아닌 내과의사는 이미 많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미국은 일차진료 의사를 PCP(Primary care Physician)라고 묶어서 표현하는데, 여기엔 일반의(GP), 가정의학과(FM)는 물론 분과전문의가 아닌 내과(IM)와 소아청소년과(PED)까지도 포함시킨다.
     
    우리나라에선 전문적이라고 생각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의 진료조차 일차영역을 따로 나눠 PCP에 포함한 것이다.
     
    실제 개원가 환자 대부분이 전임의 과정 때 배운 지식이 필요 없는 질환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4년 미국 의사 연봉 통계에도 제너럴 인터니스트는 다른 세부전문의와 구분된다. <출처 : Medscape.com>


    이날 토론에서도 내과 수련을 3년으로 줄여 제너럴 인터니스트를 배출하자는 의견이 오갔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박중신 대한의학회 수련이사는 "남자들은 군대와 수련에 전임의까지 마치면 실제 활동하는 나이가 40세에 이르는 데, 이것은 의료과정의 낭비"라고 환기하고 "3년으로 단축해 수련을 마치면 일반내과 전문의(General Internist)를 따게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공의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제너럴 인터니스트 + 호스피탈리스트
     
    박 이사는 "과거에 실제 3년 수련 과정이었던 적도 있었고, 그 과정을 겪은 전문의들이 진료하는 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학회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단지 대통령령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바꾸는 게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제너럴 인터니스트라는 제도가 호스피탈리스와 함께 도입되면 내과 지원에 대한 거부감이 일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입원환자를 분담하면 전공의 업무량 압박이 줄뿐만 아니라, 수련 기간 단축 자체가 엄청난 장점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과학회 홈페이지에 있는 General Internist와 The Hospitalist에 관한 설명 


     
    미국처럼 호스피탈리스트가 수련 교육을 일부 분담하면, 수련의 질적 상승도 기대할 수 있고, 그 직업군 자체가 내과 의사에겐 새로운 일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동기 총무이사(대한내과학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약 4만명의 호스피탈리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이 총무 이사는 새로운 제도들에 관해 "미래의 내과 지원자나 현재 전공의에게 새로운 영역을 제시하고, 명실상부한 수련환경 개선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처음 취지와는 상관없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가정의학과가 그랬듯 만든 취지나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지원자들이 짧고 힘들지 않다는 특성을 활용해 전문의만 취득한 후 비급여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과 전공의는 모을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전문의는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쥐 10마리에게 7마리 분의 치즈만 주어진 상태"
     
    전공의들에게 수련이란 지나가는 과정이지만, 전문의 자격증은 영원히 남는다.
     
    이날 사회자도 언급했듯, 전공의들이 일부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근무환경도 환경이지만, 근본적으로 "개원가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경제적 수입보다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의대생이나 수련의들도 늘어났지만, 그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전문의 자격 취득 이후의 '먹거리'다.
     
    내과 전공의 부족이 개선되려면 수련과정이 편해지고 짧아지는 것 이상으로 매력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날 세션에서도 수가와 관련한 논의는 빠지지 않았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OECD 자료를 인용하며 "결국 대한민국 의료는 수가는 낮으면서, 의사들이 하는 일은 많은 상태"라고 소개하고 "CPR 수가가 7만원 전후로 알고 있는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장성은 강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 상황을 "쥐 10마리에게 7마리분의 치즈만 주어진 상태"라고 표현하고, "서로 싸우다 보니 외부에 공격받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데, 지금은 척박하더라도 전략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 이사는 재원의 한계성을 인정하고, 결국 '재원 확보를 대비한 설득 논리'와 '일부 비효율적인 지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기자는 "한국 의료에서 (정부가) 알아서 해주는 경우는 없다"라며 "분만 수가나 외과 수가처럼 언론에서 노이즈가 일어나 사회적 위기 분위기가 조성돼야 특단의 조치가 이뤄진다"고 충고했고, 손영래 보험급여과장(보건복지부) 역시 "수가 올리기는 쉽지 않은데, (올리려면) 외부 여론이 더 중요하다"고 동의했다.
     
    손 과장은 현재 "수술이나 처치 수가를 올려주면서 진단검사와 영상의학 수가를 떨어뜨리는 2차 상대가치 개편을 하반기까지 마무리하는 과정에 있다"고 소개하고, "진찰료의 경우 단일 코드로 11조의 액수라 규모가 커서 건들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개원가에서는 '한정된 수가의 대형병원 쏠림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신창록 대한개원개과의사회 부회장은 "의약분업으로 환자들의 약값이 병원 규모와 관계없이 같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대학병원의 진료비가 저렴해졌다"고 설명하고, "대형병원의 외래 환자가 늘면서 병원도 이게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외래에 투자해 무한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고 개원가 상황을 전했다.
     
    서 이사의 표현을 빌리면 '7마리분의 치즈만 주어진 상황에서, 소수의 쥐가 그마저도 독점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그 결과 대한민국 의료가 인구수 대비 고가 의료장비 세계 1위 수준"이라고 전하고, "가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대형병원에 가면서 (보험재정을) 깎아 먹는데, 자꾸 보장성 얘기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책으로 "진료의뢰 수가를 만들고 회송 수가를 올려야 하며, 정식의뢰 이외의 환자에게 대형병원 약제비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대형병원의 외래 환자 비율을 제한하고, 입원 환자 홀딩(잡아두는) 기간을 제한해 일차기간에서 다시 의뢰서를 받아야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