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가 22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진행했던 2019년 여름방학 '의대생신문 기자+의대생 인턴기자' 교육의 핵심 내용을 소개합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현재 의대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보고 미래 의사들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간으로 채워봤습니다.
①북미에선 의대 3,4학년생이 레지던트 1년차 수준의 임상실습
②신약개발에서 의사들의 역할 "약의 필요성 이해하고 새로운 적응증·타깃 발견"
③"사장님으로 불러드릴까요, 교수님으로 불러드릴까요"
④빅데이터가 만드는 의료의 미래는 의료정보학과 데이터과학자의 시대
①북미에선 의대 3,4학년생이 레지던트 1년차 수준의 임상실습
②신약개발에서 의사들의 역할 "약의 필요성 이해하고 새로운 적응증·타깃 발견"
③"사장님으로 불러드릴까요, 교수님으로 불러드릴까요"
④빅데이터가 만드는 의료의 미래는 의료정보학과 데이터과학자의 시대
[메디게이트뉴스 오승탁 인턴기자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본4] “’딴짓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색다른 일을 찾아나설 필요는 없다. 임상의사로서의 경험을 쌓다보면 다양한 기회가 온다.”
김현정 차바이오F&C 연구개발총괄사장 겸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는 '딴짓하는 의사들'이라는 제목으로 화장품 산업에 종사하게 된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생명공학 전공으로 피부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김현정 사장은 의학도의 길을 처음 걷게 된 때를 회상했다.그는 “생명공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면역학으로 석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의사가 될 줄은 몰랐다”라며 “연세의대에서 시범적으로 12명의 편입생을 선발했는데, 그 중의 한명으로 의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처음에는 내과 전문의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께서 말기 신질환을 앓고 계셨기 때문”이라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고민을 거듭하다 피부과를 전공하게 됐다. 특히 피부장벽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전임의 과정을 마친 후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된 곳을 서울의료원이었다. 아토피와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일을 도맡아 하게 됐다. 그는 “차병원그룹에서 지금의 자리를 제안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는데, 환자를 보는 일도 하면서도 다양한 업무를 맡을 수 있어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아토피 환자 진료가 서비스 디자인,디지털 헬스케어 장비 개발로
김 사장은 “피부과 의사로서 관심있었던 연구 분야는 아토피피부염, 소아피부질환, 피부장벽 같은 주제였다”라며“지금도 아토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면하고 교육하는 일은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라고소신을 말했다.
김 사장은 “서울의료원에서 일을 할 때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를 맡을 기회가 생겼다”라며, “공공병원의 환자 경험에 대한 디자인을 시작으로 다양한 업무를 접했다”라고 했다.
김 사장은 “서비스 디자인의 일부로 ’시립병원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삽니다’라는 제목으로 경진대회를 주최한 일이 있었다. 당시 무박2일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을 참관하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병원에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을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피부과 의사로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적용해 피부 수분도 측정장비를 개발할 기회도 많았다”라며 “수천만원 가량의 기존 장비를 대신해 IoT 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20만원대에 생산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진료실은 물론 화장품 업체에서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라며 “피부 수분도를 매일 측정하면 환자의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된다”라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차바이오F&C부임… 환자에 대한 관심이 연결된 것”
김현정 사장은 “차바이오F&C라는 회사에 부임한 것도 어느날 갑자기 색다른 일을 맡게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피부과 의사로서 환자의 피부장벽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고민하고 연구하던 일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화장품 회사들과 함께 원료를 개발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일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다”라며, “영업, 마케팅,개 발 등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들과 의논하고 개발하는 익숙한 일을 본격적으로 맡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처음에 서비스 디자인을 맡게 된 것은 아토피 환자들을 대하며 환자 경험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서비스 디자인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돌이켜보면 흥미로운 일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몇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해오던 일들이 연결될 때 나타난 것이었다"고 밝혔다.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분야는 의사 인력 필요로 해
의사로서 타 분야에 종사하는 일에 관심있는 의대생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의대생 신문의 한 기자는 “화장품 산업에서 ‘의사’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정 사장은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분야는 인구의 고령화와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며 “의사들은 이 분야에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화장품 개발은 매우 과학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화장품 원료에 대마초가 쓰이기도 하고,줄기세포 배양액,엑소좀(exosome),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같은 전문적인 소재도 사용된다. 이런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화장품을 생산하고 시판하기 전에 그 효능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하다”라며“SCI급의 논문을 제시하거나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수행할 때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는 개발 과정에서 의학적인 타당성이 있는지, 시장성이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데 관여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인으로서의 삶, 또다른 보람 느껴… 의사의 직분 잊지 말아야”
임상 의사로서의 삶과 현재의 생활을 비교하는 의대생의 질문도 이어졌다. 김 사장은 “이전보다 환자를 보는 데 할애하는 시간을 줄였음에도 일이 많고 바쁜 것이 사실이다”라며 “일과를 가득 채운 수차례의 회의를 소화하고 집에 가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장시간의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가 있을 때 오히려 일을 하기 위해 휴가를 낼 때도있다”라며 “이렇게 일하는 것이 고되긴 하지만, 공공병원에 재직할 때도 다양한 업무를 숨가쁘게 처리했던 경험이 지금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김 사장은 “논문을 쓰는 것도,직접 환자보는 일도 좋지만 내가 만든 제품을 실제로 환자들이 사용한 다음 좋다고 평가할 때 무척 보람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딴짓하는 의사라고 해서 의업의 본질에서 빗겨나가는 것은 아니다. 의사로서의 할 직분을 다른 방식으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