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인공지능이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미래에는 10명 이하의 소형 제약기업도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여 블록버스타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 정책위원회 4차산업 비상근 전문위원인 배영우 박사는 24일 열린 간담회에서 의료 및 제약 부문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기술로 인공지능을 꼽으며 해외 기업들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인공지능이 전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발빠르게 인공지능을 신약 개발에 도입했다.
얀센은 영국 인공지능회사 베네볼렌트AI(BenevolentAI)와 임상 단계 약물 후보 물질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베네볼렌트AI는 보다 나은 표적을 선택하고 화합물을 최적화하며 생물학적 개체와 비정형 문헌 간의 수 억개 연관성을 분석하는 등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약물 초기 발견 단계부터 임상 2상까지 다양한 범위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이자는 IBM 왓슨을 도입해 면역 항암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왓슨은 다양한 정보를 연결 분석하고 전문가에 편향(bias)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을 둔 가설 수립에 활용된다.
산텐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타트업 투사(TwoXAR)의 인공지능 신약 탐색 플랫폼 DUMA를 활용해 녹내장 신약을 개발한다. DUMA는 약물과 질병 간의 예상치 못한 연관성을 찾는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으로 유망한 후보물질을 확인하고 전임상 연구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데 특화돼 있다.
MSD도 미국 스타트업과 손잡고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2015년 다수 벤처 캐피털로부터 600만 달러(한화 약 67억 원) 규모의 시드 펀딩을 받은 아톰와이즈(Atomwise)의 AtomNet을 이용해 암, 신경질환,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후보 물질을 찾고 있다.
AtomNet은 구조기반의 합리적 약물 설계를 위한 첫 나선 구조형 신경망으로 많은 양의 표적 및 리간드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규명한다.
배 박사는 "국내에서는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신약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나 매출액 규모가 작아 블록버스터급의 신약 연구개발 분야는 미진한 실정"이라면서 "바이오마커 발굴로 약물 효용성이 높은 환자군 식별하는데 인공지능이 큰 역할을 할 것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 개발 벤처가 등장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업체인 인실리코 메디슨의 인공지능 기술로 노화에 대한 신약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 박사는 "상용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 제약사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더불어 이를 위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산업계 개방과 인공지능 신약 개발 지원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