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법조계 내 의견이 엇갈렸다.
고위험 진료의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경우 어느 정도 형사특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의사에게 형사특례가 필요하다면 환자에게 주어지던 '입증 책임 전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한국의료법학회 신현호 고문(법률사무소 해울)은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의료인 형사기소제한 특례 입법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한국 의사들의 사법리스크가 정말 큰 것인지 의문"이며 법안 필요성 자체에 질문을 던졌다.
신 고문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본래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의료인 보호에 치우친 의사 특례법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보수적으로 봐도 1년에 15억 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도 20만 명이 넘고, 약사까지 포함하면 의료인은 70만 명 이상이다. 이 엄청난 규모의 의료 행위 속에서 1년에 제기되는 민사소송은 817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분쟁 조정 신청도 2000여 건, 전체 3000 건이 안 된다. 극히 드문 비율인데, 이 때문에 '의료행위를 못 하겠다'거나 '의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개정안을 통해 이 정도로 의료인에게 특례를 주려면, 최소한 입증책임을 전환해 의사가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장치라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사고특례법이 사회적 강자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입법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신현호 고문은 "의료사고특례법의 존재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노동 3법, 장애인고용촉진법도 모두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든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지, 사회적 강자를 위해 만든 특례법은 없다"며 "정부가 정말 돈 안 되는 과를 키우고 싶다면 수가 구조와 재정 투입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특정 과만 필수의료라고 찍어 특례를 주면, 다른 과들도 ‘우리도 필수의료’라며 수가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전체 수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반면 매번 의사가 형사처벌의 불안 속에서 진료한다면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양대 로스쿨 방승주 교수(한국헌법학회 자문위원)는 의사와 화자의 관계를 가족 간 신뢰관계에 비유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형법상 존속살해 등 혈연관계 범죄에 대해 아직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의사와 환자 간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고려할 때, 일정한 범위에서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제도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승주 교수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선한 목적으로 환자 침습 과정에 개입하는 것일 뿐이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저지르고 싶은 의사는 없다"며 "의사가 매번 형사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진료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문제라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방 교수는 "고의적으로 잘못을 범하거나 형사 범죄 등에 대해선 당연히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엄격하게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경우 이번 개정안처럼 중대한 과실 유형을 일단 입법화해서 조금씩 보완해 나가는 실험 입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