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대한소화기기능학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③이해가 필요한 위식도역류질환의 유지요법
④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인
⑤소화불량과 역류 증상 환자에서 올바른 식이요법
⑥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소화기 기능성 질환
⑦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궁금증 해결을 위한 Q&A
⑧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⑨기능성 위장관 증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정신심리치료로 위장증상 조절
⑩난치성 기능성소화불량증: 삼환계 항우울제와 레트로
⑪만성변비의 약물 치료: 변비약 계속 먹어도 되나요?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③이해가 필요한 위식도역류질환의 유지요법
④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인
⑤소화불량과 역류 증상 환자에서 올바른 식이요법
⑥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소화기 기능성 질환
⑦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궁금증 해결을 위한 Q&A
⑧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⑨기능성 위장관 증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정신심리치료로 위장증상 조절
⑩난치성 기능성소화불량증: 삼환계 항우울제와 레트로
⑪만성변비의 약물 치료: 변비약 계속 먹어도 되나요?
보통 무분별한 다이어트, 과도한 약물 복용, 계절에 따른 변화, 노화 및 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변비가 올 수 있지만 이외에 여러가지 원인으로 오랜 시간동안 변비 증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있다. 6개월 이상 변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변비라고 하는데, 우선 생활습관 및 식생활 개선을 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비가 지속되면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만성변비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유지 치료를 위해 장기적인 약물을 처방하게 되는데, 이때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듣게되는 것은 '변비약을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이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신체에 다른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하고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히려 이런 우려 때문에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흔히 처방되는 변비약의 특성을 알아보고, 올바른 변비의 약물치료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변의 덩어리를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변비란 단순하게 말하면 대장 내에서 변의 이동시간이 느려지면서 대변 덩어리로부터 수분이 과다하게 흡수돼 단단해지고 잘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변 이동시간이 정상이고 변 형태도 정상이지만 힘을 주거나 배변 자체가 불편해서 변비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염소똥같이 단단한 변을 보거나 소량씩 드물게 보는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변비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변이 잘 이동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덩어리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대변의 재료가 되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거나 식사량이 아예 적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젊은 여성들에서 흔히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를 잘 하지 않고 대신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면서 이뇨 효과까지 겹치면 쉽게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식사량이나 섬유질 섭취량이 적은 경우는 우선적으로 장의 내용물을 증가시키는 부피형성 하제, 보통 식이섬유라고 하는 약제를 사용해볼 수 있다.
부피형성 하제는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 세균에 의해서도 분해되지 않아 대장 내 대변 덩어리의 부피를 증가시킨다. 이렇게 덩어리가 커지면 대장이 수축해서 쉽게 대변덩이리를 밀어낼 수 있기 때문에 대변양이 증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횟수도 증가할 수 있다.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약제로는 차전자씨 내피(psyllium husk)로 만든 무타실, 아기오 등이 있다. 자연섬유질이 아닌 합성섬유질인 폴리카르보필(Polycarbophil) 제형도 있는데 실콘, 웰콘 등이 있다. 부피형성 하제는 부작용이 드물고 안전성이 높아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며, 임산부에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복용 시에는 충분한 물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장이 막혀있거나 협착이 있는 환자, 또는 너무 변이 심하게 쌓여있는 환자에서는 사용 해서는 안 된다.
단단한 변을 무르게 하는 약제
대변의 덩어리를 크게 만드는 동시에 단단한 변을 무르게 만드는 것이 일차적으로 이용되는 변비치료법인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삼투성 하제다. 삼투성 하제란 삼투 효과를 이용해 소장이나 대장에서 물이 신체 내로 흡수되지 않게 해서 결국 대장 내 대변 덩어리가 물을 많이 함유하도록 하는 약제이다. 삼투성 하제는 염류성 하제(saline laxative)와 고삼투성 하제(hyperosmolar laxative)로 나눠지는데 마그밀로 알려진 마그네슘염(magnesium hydroxide)을 이용한 약제가 염류성하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 싸고 복용이 간편해 흔히 사용되지만 마그네슘염은 신장으로 배설되므로 신장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서는 고마그네슘 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복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삼투성 완하제는 다시 비흡수성 다당류 완화제와 합성 고분자 완화제로 나눌 수 있다. 비흡수성 다당류는 락툴로스(lactulose), 락티톨(lactitol)이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약제로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며 노인, 소아 및 임산부에게도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다. 다당류이기 때문에 단 맛이 나서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은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걱정하게 되지만 실제 흡수가 되지 않고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복용해도 문제가 없다.
아마도 대장내시경을 해본 사람들이면 가루약 4리터를 물에 타서 마셨던 고통스러운 전날 밤을 기억할텐데, 바로 이 가루약이 합성 고분자 완화제인 PEG(polyethylenglycol)이다. 대장내시경을 준비할 때보다 적은 용량으로 일반 변비 치료에 사용한다. 다당류와 달리 단 맛은 없으며 역시 장기 사용에도 비교적 안전하다. 또 PEG는 소아나 노인에서 변이 직장에 꽉 막혀 있는 경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래도 변비증상이 지속된다면?
이렇게 식이요법, 부피형성 하제, 삼투성 하제에도 배변이 잘 안된다면 2차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빠르게 대장을 자극해 변을 배출하게 하는 약제를 자극성 하제라고 하는데 센나(senna), 알로에, 카스카라(cascara) 같은 식물에서 얻은 생약제들이 대표적이다. 생약이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장기능개선 건강식품이나 변비차라고 팔리는 제품들에 많이 포함돼 있다. 실상은 이 자극성 하제효과 때문에 배변이 잘 되는 것인데 마치 장기능이 좋아진 것처럼 오인하게 된다.
약국에서 가장 흔히 사서 복용하는 비사코딜, 즉 둘코락스라는 제품도 자극성 하제이다. 자극성 하제는 급성 변비에는 효과적이나 대장 수축을 심하게 유발해 복통,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장기간 사용하면 대장점막이 검게 변하는 대장 흑색증(Melanosis coli)이라는 것이 생기는데 대장내시경 초심자들은 새카만 점막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자극성 하제는 대장 수축을 자극하는 기전이라 오래 사용하면 오히려 대장이 지쳐서 아예 움직임이 소실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요즘에는 이런 장신경 손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안정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보고가 없는 실정으로 장기적인 사용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이 약제는 장 수축과 함께 바로 배변하면서 시원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습관성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장기 복용할 경우에는 효과가 점차 떨어져서 용량을 늘려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일차약제로 조절이 잘 되지 않은 경우 자극성 하제의 도움을 받아 증상이 개선되면 가능한 다시 일차약제로 증상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변비에도 신약이 필요하다. 그런데 가격이 문제
변비가 간단한 질병 같지만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는 심각한 질환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변비에 대한 신약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먼저 대장에 존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를 자극해 연동운동을 일으키는 약제가 개발됐다.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이지만 오히려 95%가 위장관에 존재하면서 위장관 운동성을 담당한다. 세로토닌4 수용체에 작용하는 프루칼로프라이드(Prucalopride)는 대장 연동운동을 자극하고 통과시간을 단축시키며, 동시에 장관에서 분비도 촉진시킨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복용하고 첫 24시간 이내 두통, 구역, 설사 등이 발 생할 수 있는데 특히 두통이 잘 생긴다. 대개 2~3일 이상 지속되지 않으므로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로 조절하면 호전된다.
변비 개선을 위해서는 대변 덩어리를 부드럽게 하는게 중요하지만 삼투효과를 이용한 하제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 최근 새로 개발된 루비프로스톤(Lubiprostone)은 위장관 염소 채널을 활성화 시켜서 능동적으로 물을 장관내로 분비시키는 분비 촉진제다. 특히 이 약제는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에 의한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아직 국내는 심각하지 않지만 고령화되면서 퇴행성 관절염이나 수술 등 다양한 이유로 처방이 늘어나고 있어서 곧 이런 마약성 진통제 유발 변비가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부작용으로 오심, 설사, 두통, 복부 팽만, 복통, 부글거림, 구토 등이 있으나 신장애 환자에서는 특별히 용량조절이 필요하지 않다. 장기 연구가 별로 없는 기존 하제에 비해 신약들은 1~2년까지 장기 처방에도 안전성이 증명된 연구가 있는 것이 장점이다.
환자 뿐만 아니라 의사의 입장에서도 난치성 변비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는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 가지 큰 어려움이 있다. 바로 보험 문제이다. 변비를 심각한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국내에서는 한 알에 몇 천원씩 되는 변비 신약을 보험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지 않는다. 기존약처럼 몇십원~몇백원 정도로 팔게 아니면 보험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인데 아마도 '무슨 변비 따위에 그렇게 돈을 많이 쓰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실제 변비 환자들의 괴로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신약을 개발한 외국 제약사 입장에서는 통상의 약값에 비해 1/10이하로 받아야 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또 한국같이 잘 사는 나라에서 싸게 팔면 다른 나라에서 정상적인 가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프루칼로프라이드는 10년이상이 지나 특허가 풀리고 복제약이 나온 다음에야 환자들에게 편하게 처방할 수 있게 됐고, 최근 수입된 루비프로스톤이 이 과정을 다시 겪고 있다. 변비치료를 위해 다양한 무기를 선택해야 하지만 비싼 약가로 환자들은 부담스러워하고, 또 어렵게 수입한 약제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다시 철수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의사들은 참 난처한 지경이다.
정리해보면 약물치료에 있어 일차적으로는 부피형성 완화제나 삼투성 완하제를 사용한다. 만약 이런 약제에 효과가 없는 경우 자극성 하제를 사용해 볼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에는 자극성 하제보다는 장기투여 연구가 있는 새로운 신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변비 환자들이 변비로 인해 다른 질환으로 발전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인데,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계속 방치할 경우 변비 증상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변비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찾고 효과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도록 권유한다. 이와 동시에 신약의 급여에 대한 보험당국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