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임기 2년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가 의대증원을 필두로 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후반기 국회에서는 이만희 신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국민의힘∙경북 영천시청도군)이 보건의료 정책 논의를 이끌게 됐다.
3선 중진인 이 위원장은 경찰 출신으로 그간 주로 농해수위, 행안위 등에서 활동해왔다. 의료계와는 2년전 의정 갈등 과정에서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 위원장은 25일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나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후반기 복지위에서 다룰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며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 구축과 경북 북부권 의대 신설을 중요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수의료 수가의 지역별 현실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지역 거점병원 육성 등도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리 자화자찬하더라도 실제 예산 집행과 의료진 복귀로 이어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성과를 엄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추진과 관련해서는 당시 여당 의원으로서 “왜 그렇게 2000명을 고집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법안 발의를 준비하며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모두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며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이만희 위원장과 일문일답 내용.
지역∙필수의료 문제 우선적으로 다룰 것…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국민 인식 변화 필요
- 제22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되셨다. 위원장직을 맡은 소감과 후반기 복지위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현안에 대해 말해달라.
보건복지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이고, 연금과 돌봄, 저출생과 고령화까지 생애 전 주기를 다루는 대표적인 민생 상임위다. 위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현재 의료개혁부터 연금개혁, 저출산과 고령화 대응, 사회적 약자 지원까지 시급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지역∙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 인기과와 달리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기피과는 지방일수록 공백이 더 심각하다. 이에 지역에서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고, 지역에서 의료인력을 길러내고 정착시킬 수 있는 경북 북부권 의대설치도 중요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돌봄 문제도 있다. 통합돌봄 체제가 새롭게 구성돼 전면 시행되고 있는데,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잘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국민연금 문제도 여전히 살아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의 마지막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어떤 정권의 분위기에 따라 휘둘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걸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외에도 현안은 수도 없이 많다. 복지위가 가장 복잡한 상임위라는 평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 위원장 취임 직후 경북 북부권 의과대학 설치를 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와 추진 방향을 설명해달라.
경북 북부권 의대 설치는 단순한 대학 유치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생명권과 의료주권이 걸린 중대사안이다. 이 부분은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뿐 아니라 경북을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서도 중요하다. 경북 북부 지역 국립의대 신설은 경상북도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공약이고 추진 과제다.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내외산소 등 8개 필수과목의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는 경북이 0.36명으로 서울 3.02명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하고 정착시킬 기반 마련이 절실한 셈이다. 아울러 경북 북부에 의대가 설립될 경우 안동·영주뿐 아니라 충북과 강원도 일부 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 전 신설 의대 후보인 국립경국대를 직접 방문해 추진 현황을 살펴봤다. 현재 경북도와 안동시, 국립경국대를 중심으로 추진체계가 가동되고 있는 만큼, 지역이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게 힘을 모으고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정부의 의대 신설 논의 과정에 경북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하겠다.
- 지역·필수의료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며,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려운 문제다. 그 해답을 알았다면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가 의료 문제를 놓고 이렇게까지 고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피상적으로는 ‘의사가 부족하니까 그런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의사 숫자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순 없다. 낮은 보상과 과중한 업무, 여기에 더해 열악한 수련 및 정주 여건 등이 겹친 문제다.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한다고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의대정원 확대만 논할 게 아니라, 필수의료 수가의 지역별 현실화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지역 거점병원 육성 등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추진해야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 지역구인 경북 영천의 상황은 어떤가.
심각하다. 지자체에서 기존 응급의료시설을 유지하는 데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오는 의사가 없는데 어떡하느냐”고 하소연한다. 의사 정원 문제도 있고, 수가 문제도 있다. 한편으로는 응급실도 어느 범위까지 환자를 다룰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경증환자까지 모두 응급실에 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앞으로 달라져야 한다.
-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 문화에 일정 부분 문제가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예전에 다른 나라에서 근무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급성 디스크로 응급실에 실려 가다시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곳 의료진은 진통제를 주면서 “당신이 엄청나게 아프단 건 알지만, 여기서 치료를 받을 순 없다”고 하더라. 응급실은 갑자기 심장이 멎거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니, 나중에 외래로 가서 진료받으라는 것이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응급실 이용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혼재돼 있다. 결국 한정된 의료자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다.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사법리스크로 의료진 위축되면 국민 피해”…건보 국고지원 책임도 강조
- 최근 의료인의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환자의 알 권리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지금도 위기에 몰려 있는 필수의료 분야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쉽지 않은 문제다. 이소희 의원의 주장에도 일면 일리가 있고,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여러 단체의 목소리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더 많은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 같다.
-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이 법적 처벌에 대한 우려로 의료행위 과정에서 위축된다면, 결국 국민들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이 치료를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서 양식이나 지식, 배움 등의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분들이다. 믿어야 한다. 물론 최소한의 장치는 갖춰야 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또 모든 사람이 항상 선하다고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지역의료의 한 축인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제도가 현역병보다 긴 복무기간의 영향으로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가 늘면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병역법 개정에 찬성한다. 육군과 해병대는 복무기간이 18개월까지 줄어든 반면, 공보의는 여전히 36개월이란 긴 복무기간 등으로 지원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바뀐 현실에 공보의 제도도 적응해야 한다. 아울러 주거와 처우 개선을 적극 검토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공보의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거점 의료기관의 의료인력을 통한 의료취약지 순회진료 등으로 지역의료 공백을 보완하는 방식도 모색해야 한다.
- 고령화와 지역·필수의료 투자 확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 보상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재원 및 지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나.
필수의료 보상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 정책 비용까지 건강보험에 과도하게 떠넘겨선 안 된다. 대표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은 중증환자 진료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정책사업인데 이를 건강보험 재정의 재원으로 추진하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다. 지난 2년간 해당 사업으로 지출된 건강보험 재정만 약 2조1000억원 규모다. 지역수가와 필수의료 수가는 강화하되, 지역의료 인력과 공공 인프라 확충처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은 건강보험이 아닌 국가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
재원 마련도 무작정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현행법상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해 20%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14% 내외만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선은 정부가 법에서 정한 만큼 재정 부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과보상된 영역이나 불필요한 장기 입원, 부정수급 등 지출 누수도 우선 정비해야 한다.
탈모 급여화, 여론이 '시기상조' 결론…정부, 의료개혁 '자화자찬' 엄밀히 따져볼 것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탈모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주문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임신중지 의약품인 미프진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직접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두 사안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대통령의 공개 발언만으로 정책방향을 정하거나 행정 절차를 앞당겨서 되겠나. 탈모치료제 부분은 일단 국민들의 인식도 아직은 시기상조 아니냐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탈모 치료제는 환자의 고통과 삶의 질을 고려해야겠지만, 중증희귀질환과 필수의료에 대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건강보험 적용의 우선순위와 비용효과성, 장기적 재정 영향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임신중지 약물(미프진) 사용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법 개정 없이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고, 이후 정부도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미프진은 여성과 태아의 생명에 관한 매우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힘들더라도 논의를 많이 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하는 여러 나라에서도 사용과 관련해 여러 제한 제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공론화를 한다면 그런 부분까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공론화 없이 당장 내일부터 시작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대화와 설득을 통해 의대정원 문제 등 의료개혁에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 정부의 전체 보건의료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아무리 의료개혁 성과를 자화자찬하더라도 예산이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고, 의료인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은 2025년 본예산 대비 실집행률이 17.6%에 불과하다. 계획 발표만 앞세우고 현장수요와 집행 가능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묻지마 추진’ 사례다. 예산 편성을 성과로 포장해선 안 된다. 전공의 복귀와 필수과 충원, 지역병원의 진료 역량이 실제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기준으로 정부의 의료개혁 성적표를 엄정하게 따져 묻겠다. 또 최근 발생한 전북 신생아 사망사건 등 필수의료 체계의 붕괴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응급실 뺑뺑이 해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다만 의료인력 확충 부분은 지난 정부부터 이어져 온 내용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쉽다.
- 아쉽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왜 2000명이라는 숫자를 그렇게 고집했어야 했느냐는 생각이다. 5년에 1만 명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꼭 5년 안에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6년이 걸릴 수도 있고, 7년이 걸릴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왜 1년에 2000명이라는 숫자를 금과옥조처럼 삼아서, 의료계와의 대화를 더 진전시키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특히 이후에 여야의정협의체에도 참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 복지위 여당 간사인 서영석 의원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후반기 복지위원회의 핵심 입법 과제 중 하나로 학제 통합에서 출발하는 의사-한의사 ‘의료일원화’를 제시했다. 의료일원화 추진 필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로 현재 시점에서 언급하기엔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의료일원화는 교육체계부터 면허범위, 진료행위, 국민의 의료선택권까지 연결된 매우 복합적인 이슈다. 특정 이해관계자의 주장이나 정치적 일정에 따라 로드맵을 미리 정해놓고 추진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어야 한다. 의료일원화라는 큰 명제 아래 모두 통합하고 교과과정부터 통합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좀 더 많은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 보건의료 현안 외에 후반기 복지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복지·연금 현안이 있다면 말해달라.
통합돌봄이 중요하다. 시작은 됐지만 과연 개별 가정을 직접 찾아다니면서까지 그런 서비스가 다 이뤄질 여력이 갖춰젔는지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취약지역의 복지 전달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잘 갖춰져 있는 경로당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복지 예산이 얼마나 제대로 필요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지도 철저히 따지겠다. 올해 복지부 예산은 약 137조원으로 중앙부처 중 단연 1위다. 그럼에도 급증하는 의료와 돌봄 수요를 모두 재정으로 감당하기엔 현실적 우려가 있다. 일례로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부정수급 적발액은 2021년 73억원에서 지난해 487억원으로 6배나 늘었다. 성과가 저조하거나 중복된 사업, 부정수급과 집행누수는 과감히 정비하고 절감된 재원은 취약계층과 필수 서비스에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따뜻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체계를 조성하겠다.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최근 정부가 국내 주식 비중을 크게 늘렸다. 국민연금이 증시에서 일정한 비중을 활용해 안전판 역할도 해야 하고 수익성도 추구해야 하는데, 최근 과정을 보면 오히려 널뛰는 장세를 만드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상당한 손실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자금이다. 늘 고갈 시점을 전제로 얘기하는 상황인 만큼 더욱 귀하게, 잘 지켜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