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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시경수가의 5가지 한국적 상황

    '0원' '아랫돌 빼기' '외국의 1/10'

    기사입력시간 2016-03-21 07:01
    최종업데이트 2016-03-21 07:32


    소화기내시경학회 한정호 보험이사가 내시경수가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모습


    "내시경 세척 및 소독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20일 춘계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시경 수가 소독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학회 보험이사인 한정호(충북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내시경수가는 외국의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낮고, 일본의 반값도 안된다"면서 "장비 값은 올라가고, 일회용 기구나 소독약에 대한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시경 기구를 세척하고, 소독하는데 들어가는 원가는 얼마일까?



    소화기내시경학회가 2015년 3월 3차 개정한 내시경 세척 및 소독지침에 따르면 내시경 기구는 ▲전세척 ▲세척 ▲소독 ▲헹굼 ▲건조 ▲보관 등의 과정을 거친다.

    내시경 부속기구, 송수병과 연결기구는 별도의 세척과 소독이 필요하다. 총 세척 및 소독시간은 40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런 세척 및 소독 과정의 비용을 산출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항목이 소독액과 자동세척기다.

    모 대학병원에서 소독 비용을 산출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독액 'Cidex-OPA'의 경우 1갤론(3.8L) 당 약 4만원에 구입해 자동세척기에 약 3.5갤론을 채운다.

    이를 25 cycle 돌린 후 세척액을 교체하므로, 내시경을 1회 소독하는데 소요되는 소독액의 가격은 약 5600원이다.

    자동세척소독기 가격도 2500만~3500만원대. 기기에 따라 최저 5년에서 10년까지 사용한다는 게 제조사들의 설명이라고 한다.

    의료기관의 형태에 따라 소화기내시경 검사건수에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1일 10회 365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1회 소독당 342.5원에서 958.9원의 감가상각비용이 발생한다(소독기기 1000만원/5년/365일/10회~소독기기 3500만원/5년/365일/10회).

    그 외에 시설관리, 부대비용 등의 간접비를 편의상 배제하면, 1회 내시경을 시행할 때 소요되는 세척 및 소독의 원가는 인건비, 소요재료, 내시경 보관장(감가상각 고려), 자동세척소독기(감가상각 고려)의 합이다.

    1분당 간호사 인건비를 최소 244원으로 계산할 때 244원x40분=9760원이다.

    따라서 내시경 세척 및 소독의 원가는 인건비(9,760원) + 소요재료(솔, 장갑, 공기 등 약 2000원) + 자동세척소독기 감가상각 중간값(500원) + 소독액(5,600원)이므로 총 1만 7860원이다.

    내시경수가는 위내시경이 약 4만원, 대장내시경이 약 6만원이다.


    이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내시경수가의 현실을 보자.



    '0원'

    현재 보험급여체계에서 내시경 세척 및 소독 수가는 '0원'이다.

     

    총점고정

    다음은 2010년 5월 심평원 상대가치개발부가 소화기내시경학회에 보낸 공문이다.




    "진료과별 총점고정에 따라 내시경 세척 및 소독 비용을 (수가에) 추가하면 소화기내시경 관련 다른 의료행위의 상대가치점수 하향(조정)이 발생해 추후 상대가치점수 개정작업을 할 때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면 진료과별로 상대가치점수 총점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내시경 세척 및 소독 비용 수가를 신설하려면 그만큼 다른 의료행위의 상대가치점수를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수가 항목을 신설하지 않고,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겠다는 의미다.

     

    관행수가의 30% 보존의 법칙

    심평원은 모 대학병원을 현지 실사해 내시경 1회 소독 비용으로 6400원을 산출했다.

    이는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산출한 금액의 약 35%이다.

    하지만, 현재 복지부는 심평원에서 제시한 내시경 1회 비용 6400원을 관행수가로 보고, 벌써부터 6400원의 30%인 1900원을 내시경 소독수가로 산정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아서 하세요!!!”

    다음은 A대학병원 교수의 말이다.

    "내시경적 위점막 절제술을 하다보면 여러 전기칼을 사용하는데 보험에서는 하나만 인정한다."


    "대장내시경을 처음하면 용종이 3~4개 발견돼 위점막절제술(ESD)를 하면 정부에서는 한번 할 때 1개만 수가로 인정한다. 나머지 절제술 수가를 인정받으려면 15일 후 다시 해야 한다. 의사들이 원칙을 지키면 불편한 것은 결국 국민이다."
     

    "포셉(집게)으로 조직검사를 하면 두 번째부터 수가가 20%씩 깎이고, 그것도 5개만 인정한다."


    "소독액 유통기간은 15일이다. 뜯어서 유통기간이 지나면 버려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실제 사용한 만큼의 수가를 보존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 유통기간을 어기면서 편법으로 사용하라는 이야기냐."

     

    착한 내시경수가




    소화기내시경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위내시경 수가는 미국과 최소 14배 차이, 많게는 57배 차이가 난다. 심지어 싱가포르도 한국보다 6~18배 더 높다.
     
    대장내시경 수가 역시 미국이 한국보다 적게는 19배에서 많게는 95배 더 받았다.



    소화기내기경학회 김용태(서울의대) 이사장은 "국민 입장에서 정부와 원만하게 협의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