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인쇄된 '의학사와 의철학을 넘나드는 지혜의 향연'이란 소개 글이 이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한다. 이 책은 의철학을 주제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에세이집이다.
의철학은 의학을 철학적 측면에서 탐구하는 의학 분과 학문으로 질병이나 환자와 관련해 존재론, 인식론, 의학 본질, 의학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 등 철학적 문제를 다룬다. '질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 자체가 질병 실재론과 유명론 논쟁을 품고 있다.
유 교수는 이 책에서 ‘질병은 존재하는 실체가 맞는가?’를 비롯 ‘의학 교과서에서 서술되어 있는 의학적 사실들이 팩트가 맞는가?’, ‘의학은 자연과학인가?’ 등 다소 어려운 주제들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고 있다. ‘눈색과 눈빛’, ‘세포의 생사’, ‘편도체’, ‘유전자 삭제’, ‘물’과 같은 의학 주제들도 저자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스토리를 가진 인문학 에세이로 탄생했다.
유 교수는 의사과학자로, 해부학을 전공한 그는 동아펠로우 교수와 대한해부학회장을 역임했으며 부산과학기술상, 대한의사협회 의당학술상, 동아대 석당학술상 등 주요 학술상을 받았다. 현재 대한의학한림원 정회원이다.
유 교수는 활발한 연구 활동 중에도 일간지 등에 많은 글을 써왔다. 생소한 과학과 의학 관련 내용이 유교수에게서 낯익은 인문학 이야기로 순식간에 변신하게 된다.
유 교수는 자신의 사유의 토양 ‘테루아’를 언급하며 “의학, 과학, 문학, 역사, 철학, 분석심리학 등이 자양분으로 공급된 테루아에서 의학과 과학 이슈가 나만의 이야기가 돼 빠져나왔다”고 말한다.
지난 2020년 차의 과학과 미신을 정밀하게 구분해 잘못 알려진 상식에 메스를 대고 차 본연의 순기능을 전파한 '차 오디세이'를 출간했던 유 교수는 지난해엔 출생부터 경력 은퇴기까지 인생을 타악기 소리에 얹어 훑은 에세이 소설 '드럼 이야기'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