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한의학에 대한 정부의 맹목적인 정책적, 재정적 지원은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보건의료 정책임에도, 철저한 검증보다는 시대착오적인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낡은 명분에 갇혀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담할 뿐이다.
한의계는 종종 일본의 전통의학인 '캄포(Kampo)'를 예로 들며, 일본 의사들은 전통의학을 존중하는데 한국 의사들만 배타적이라며 정부 지원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철저한 사실 왜곡이다. 일본은 철저히 현대의학 중심이며,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나서서 전통의학을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
'네이처(Nature)'지 논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전통의학 지원 예산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본은 전통의학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조차 없으며, '한방 주치의' 제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웃 나라는 냉정한 과학적 잣대로 전통의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데, 대체 우리나라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한의계가 정책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과학과 검증이라는 개념 자체를 기만하고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의 '한방 난임 치료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발언에 한의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그들이 과학적 타당성을 입증하겠다며 내세운 '한방 난임치료 지침'의 실상은 처참했다. 해외 논문을 인용해 특정 한약재가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정작 그 논문에 쓰인 한약들은 한국 한의원에서는 사용조차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는 마치 '타이레놀'이 두통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논문을 들고 와서, '흰색 알약'이 효과가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같다. 실제 환자의 생명을 다루고 약물의 엄격한 기전을 따지는 임상 현장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과학적 궤변이다.
최근 한 SNS에서 논란이 된 한 한의사의 게시물은 이러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당 한의사는 '시험관 시술에 실패하면 한약 치료를 병행하라'며, '좋아요 10개가 넘으면 일본 산부인과 의사들이 난임 환자에게 많이 쓰는 3대 캄포 한약을 알려주겠다'고 환자들의 절박한 심리를 자극했다. 하지만 대단한 비법처럼 추켜세운 캄포 한약조차 정작 일본 의료계 내에서는 찬밥 신세다.
의료는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통과한 뒤 환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한의학 지원 정책은 얄팍한 근거로 과학을 입맛에 맞게 왜곡하여 포장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전통을 핑계로 정부 지원을 늘려보려는 시대착오적인 시도는 진작에 끝났어야 했다. 이제는 지원 규모를 논할 때가 아니라, 근거 없는 정책적, 재정적 지원 자체를 전면 중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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