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하룻밤 사이 이태원에서 15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재난사태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경창철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응급의료를 제공한 재난지원병원 소속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 의료진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기사=[단독] 특수본 조사 받은 병원 DMAT팀 "사직하고 싶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 받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응급의료의 거부금지 조항)에는 '응급의료기관등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항상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하여야 한다',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DMAT를 비롯한 의료진은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해에 대한 응급의료 요청에 그 즉시 응답해 현장으로 출동해 인명 구호 활동을 펼친 이들이었다.
이후 현장에 파견된 의료진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11월 3일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을 찾아 감사를 전하며 응급의료에 투입된 의료진 등에 대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지원 및 추가 심층상담을 제공하는 등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한 대응인력의 심리 회복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응급구조 활동을 펼친 DMAT팀은 사건에 대한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특수본으로부터 수사 요청을 받았다. 늑장 출동을 한 건 아닌지,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건 아닌지 등을 알아본다는 명목에서였다.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 의료 활동을 펼친 서울대병원은 이에 응하지 않았으나, 한양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DMAT 의료진은 특수본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이태원 압사사고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재해였다. 아수라장과 같은 재해 현장이었지만 의료진들은 늦은 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살리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 환자들을 돌본 이들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이 최선을 다한 응급의료 활동 후 받은 것은 서슬퍼런 특수본의 수사였고, 사고 현장에서도 느끼지 못한 불안과 초조함으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사직에 대한 마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한재난의학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을 희생하며 달려 나간 재난대응 민간조직에 대해 특수본, 국정조사 등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이들에 대한 책임 추궁에 앞서 DMAT의 법적 권한 및 보호 장치 등을 재확인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밤낮없이 촌각을 다투고 있는 의료진들의 노고를 치하하지는 못 할망정 수 시간 동안의 참고인 조사를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관계법령의 개정을 통해 응급상황에서 활동한 의료인에 대한 법률적 보호장치, 국가적 보상체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참사로 그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 투입됐던 의료진의 사기가 꺾였다. 안그래도 열악한 응급의학 현실에서 또 다른 재해가 발생할 때 누가 DMAT을 나서서 하려고 할지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의료진에게 마치 사망자 발생의 책임을 물으려는 태도는 의료진의 응급 활동을 위축시킬 뿐이다. 밤낮으로 응급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꺾는 사건이 계속된다면 응급의료현장을 떠나는 이들만 늘어날 뿐이고, 우리 사회는 결코 재해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