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법원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34년간 유지돼 온 기존 판례가 폐기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벌금형을 파기하고 사건을 각각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 박씨는 2020년 서울 용산구의 한 미용실에서 두피 문신 시술을, 백씨는 2019년 경기 성남시의 한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의료인이 시행한 미용 목적의 문신 시술이 의료법상 금지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앞서 대법원은 1992년 판결에서 눈썹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비의료인의 시술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이날 판결에서 사회적·의료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어떤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방법, 의료 환경의 변화, 수요자의 인식, 사회적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준에 비춰볼 때, 비의료인이 수행하는 미용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문신이 의료행위와 구별되는 독자적 영역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신은 의료인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시행돼 왔으며, 의학과는 별개의 직역으로 형성돼 왔다”며 “반드시 의료인 수준의 전문적 의학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료인 면허 취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역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미용 문신 시술을 위해 의료인 자격 취득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비의료인의 직업 선택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신 시술을 받는 개인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등도 고려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모든 규제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신 시술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상해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별도의 입법적 규율 역시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편,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문신사법’은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오는 2027년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