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그간 기술이전과 특례상장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의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횡령·배임·감리 이슈로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면서, 투자자 관점에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은 자사에서 실천 중인 ESG 경영을 거래 상대방에게도 요구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어 기술이전(기술수출) 등을 준비하는 바이오기업들도 이를 대비해야 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박세연·김형수 수석연구위원은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제약바이오와 ESG 세미나에서 투자 관점의 제약바이오 ESG를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전략을 실행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적 요소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으로도 사용되는 개념이다. 이는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 심화 등으로 국제 규범화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으며, 실제 ESG로 투자 자금이 이동하고 ESG 관련 채권 대출도 높게 성장 중이다.
보호무역주의와 더불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ESG 기준을 도입해 환경, 인권, 노동 관련 규정에 따른 무역협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한미 FTA 조약에는 다자간의 통상조약에서 ESG 관련 조항이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형태로 발전했다.
해외 투자자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위탁투자자를 선정시 ESG를 보고 신용평가등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을 통해 ESG에 대응하고 있다. E는 ISO14001(환경경영)과 ISO50001(에너지경영)으로, S는 ISO27001(정보보안경영), 27701(개인정보보호), 37001(부패방지경영), 37301(컴플라이언스경영), 45001(안전보건경영)으로 대응한다. G는 전문경영인 선임과 사외이사 비율 확대, 배당 정책 마련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산업은 기술이전, 특례상장 등으로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배임, 횡령, 감리 이슈로 리스크가 부각됐고, 코로나19 관련 호재가 위드코로나 이후 빠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돼 투자자 입장에서 ESG 활동을 요구하는 추세"라며 "기관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투명성, 컴플라이언스 등 ESG 경영 실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실제 국민연금, 일본 공적기금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큰 규모로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책임투자가 확대되면서 투자자금을 이동하고 있으며, 전체 투자 자산 중 ESG 비중은 2016년 27.9%에서 2020년 35.9%로 확대됐고 국내 펀드 설정액도 2019년말 1조4000억원에서 2021년말 5조6000억원으로 30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채권, 대출시장에서도 ESG 관련 상품이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낮은 금리에 조달이 가능한 글로벌 녹색채권 발행 금액은 2016년 845억 달러에서 2021년 5088억 달러로 500% 넘게 증가했다"며 "기업 공급망 전반에서 ESG 이슈를 소홀히 하는 경우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ESG경영은 이제 필수사항이다. ESG 등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프레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ESG에 대한 기준과 평가기관이 매우 다양한 상황이다. 평가기관별로 상이한 평가 결과로 인해 투자자들이 혼선이 생길 수 있는만큼, 지난해말 산업통상자원부가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산자부 K-ESG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주요 13개 평가기관의 3000개 이상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해 환경경영목표, 에너지, 온실가스, 오염물질, 폐기물, 노동, 산업안전, 인권, 동반성장, 정보보호, 이사회구성, 주주권리, 윤리경영 등 27개 범주의 61개 기본진단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제약기업들은 거버넌스,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특히 기술수출 등 글로벌 기업과의 계약, 해외 시장 진출 등을 준비하는 기업일수록 ESG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빅파마들은 이미 자사에서 실천 중인 ESG 요건을 거래 상대방에게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제품 품질과 안전 이슈를 비롯해 GMP 등 전반에 대해 관리를 해야하고 CEO 승계과정에서의 절차가 잘 지켜졌는지, 또 승계절차나 규정을 만들고 있는지 등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ESG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으나 최근 기술수출 등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이 확대되면서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 중이며, 이들 기업을 비롯해 종근당, 녹십자,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대원제약, 환인제약, 대웅제약 순으로 ESG 경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대표이사 연임이 불가하고 주총 6개월전 후보자를 확정한 후 선임시까지 승계 준비를 하도록 최고경영자 승계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준법지원인을 선임하고 CP전담조직을 마련하는 등 내부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삼바는 승계 후보군 선발시 매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SEP를 운영하고, 내부통제를 위해 감사위원회 직속 내부회계평가 그룹을 운영하고 내부 회계운영규정과 관리지침을 마련했다.
한편 이날 그룹사 전체가 ESG 경영실천을 추진 중인 동아에스티(동아ST)가 현재 ESG 경영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동아에스티 소순종 지속가능경영실장은 "동아에스티 등 동아쏘시오그룹도 초반에는 ESG 전담부서도 가이드라인도 부재한 상황이었으나,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가 모든 그룹사를 방문해 설득하면서 전사적으로 ESG경영을 하고 있다"며 "그룹사 모두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조직하고 전담부서를 마련했으며, 적법한 대기오염 방지 시설을 운영하고 매달 2회 대기유행 물질을 측정, 관리 중"이라고 소개했다.
소 실장은 "고효율 인버터를 통해 전력과 온실가스 저감에도 노력하고 있으며, 폐기물과 수질 환경 관리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소개 활용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은 물론, 회의시간 제한 등 기업문화 개선 활동과 조제 오류 예방을 위한 패키지 디자인 변경 등 찾아가는 CS제도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의약품 지원이나 폐의약품 수거 등 사회공헌활동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 결과, 통합등급 A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 특성에 맞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비재무적 정보를 계량화해 관리할 방침"이라며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임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 개인정보보호 강화, 의약품 병포장 간소화 등 보다 체계적인 ESG 경영시스템을 운용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