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집행부가 4월 27~28일 임기 중 첫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있다. 의협은 정부로부터 진찰료 30% 인상 등을 거부당하며 정부와의 전면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제2기 의쟁투를 조직해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의협, 그리고 의협회장이 정부와의 관계, 그리고 투쟁 국면에서도 의료계가 원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얻어내려면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각 직역의 의료계 인사, 전직 의협 임원 등으로부터 의협이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마감순)
1. 의쟁투, 선도적 입장 정리와 로드맵 발표로 회원 단합부터 이용진 미래한국의사회 사무총장
2. 최대집 회장, '문재인 케어 저지' 회원과의 약속 지켜라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
3. 일차의료 의사는 아사 직전,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최우선으로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4. 의협 회장 선출제도 개편 논의할 때- 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앞으로 의협, 그리고 의협회장이 정부와의 관계, 그리고 투쟁 국면에서도 의료계가 원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얻어내려면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각 직역의 의료계 인사, 전직 의협 임원 등으로부터 의협이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마감순)
1. 의쟁투, 선도적 입장 정리와 로드맵 발표로 회원 단합부터 이용진 미래한국의사회 사무총장
2. 최대집 회장, '문재인 케어 저지' 회원과의 약속 지켜라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
3. 일차의료 의사는 아사 직전,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최우선으로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4. 의협 회장 선출제도 개편 논의할 때- 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분업 소용돌이 속에 회원들의 직선제 열망에 따라 지난 2001년 7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직선제 회장 선거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후 32대 신상진 회장부터 김재정 회장(33대), 장동익 회장(34대), 주수호 회장(35대), 경만호 회장(36대)과 추무진 회장(38, 39대), 최대집 회장(40대) 등이 차례로 회원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됐다.
37대 노환규 회장은 선거인단에 의한 선출방식으로 선출됐다. 선거인단 선출 방식은 지난 2009년 61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됐다. 이처럼 직선제 출범 8년만에 다시 간선제로 회귀한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간선제→직선제 회귀, 낮은 투표율과 특정 직역 몰표 탓
1. 지나치게 낮은 투표율과 득표수
역대 직선제 회장 선거의 총투표수는 1만5000표 내외에 불과했다. 의사 회원수가 10만명이 넘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게다가 직선제 회장의 득표수는 전체 회원의 5%내외에 불과하다.
김재정 회장 5378표, 장동익 회장 4039표, 주수호 회장 6223표, 경만호 회장 6081표, 추무진 회장의 경우 38대 5106표와 39대 3285표였다. 현 최대집 회장의 득표수는 6391표였다.
2. 우편투표 방식의 문제점
직선제 도입 당시 직선제를 통해 회원들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직선제 선거 방식에 대한 충분한 토의나 대책 없이 밀어붙이면서 결국 대안은 우편투표밖에 없었다. 우편투표는 대리투표, 비밀 선거 원칙의 훼손이 의심돼왔다.
실제 대형병원 의국 앞에 선거용지가 든 봉투가 훼손된 채 무더기로 발견되거나 우체국 소인 없이 일괄 기표돼 반송되기도 했다.
3. 특정 직역의 몰표 가능성
유효투표수가 채 2만표가 되지 않은 가운데, 전국 전공의는 매우 중요한 직역 집단이 됐다. 대개 전공의는 협회비를 납부하므로 투표권을 갖게 되는데, 그 수는 대략 1만5000명이 넘는다.
즉, 이유야 관계 없이 또 옳고 그름을 떠나, 전공의는 회장 당락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직선제 회장, 회장 후보 정보 부족과 특정 집단 판세 흔들기
이 같은 문제 외에도 직선제 회장 선출 방식에는 이런 문제도 있다.
1. 회장 후보에 대한 정보 부족
회장 후보는 전국을 상대로 유세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표가 많은 곳에 방문하거나 유세하게 된다. 일반 회원들이 실제 후보들의 유세를 듣거나 보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소문과 짐작으로 투표하며, 분위기에 휩쓸려 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2. 특정 집단의 판세 흔들기
의협회장 투표율이 낮고 적은 득표수로 당선될 수 있다. 이에 회장직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특정 집단이 의협회장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게 됐다. 실제 37대 이후 이런 경향이 매우 뚜렷해 보였다.
회장 선출방식의 구조적 문제는 모름지기 대한민국 의사를 대표하는 의사협회와 회장의 권위, 리더십에 큰 결함이 됐다.
실제 여러 회장들이 재임 도중 회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고 소송에 연루됐다. 회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아우성에 시달려야 했으며, 실제 회장이 파면을 당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일부는 유효표가 많은 전공의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사실 어떻게 회장을 뽑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회장이 충실히 회무를 다하는지, 그래서 의료계에 희망이 보였는지는 의문이다.
의료계는 현재 매우 위험한 지경에 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앞세우고 지불제도 개편을 통해 완벽한 사회주의 의료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의사의 고유 영역은 각종 직업군에 의해 침탈당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회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회원들의 관심은 사라지고, 오로지 각자도생에만 몰두하고 있다. 무능하고 권위가 실추된 의협에 대한 더 이상의 기대가 없는 것이다.
의협의 권위가 실추되고 붕괴되면 의사의 권위도 마찬가지로 땅에 떨어진다. 이제는 이런 문제에 대안을 생각해야 할 때다.
직선제를 한다고 회원의 권리가 더 커지고, 간선제로 한다고 회원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선거제도는 직선제나 간선제의 이분법 논리로 볼 것도 아니다.
의협이 의사의 권위와 의권의 영역을 제대로 옹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회장을 선출하려면, 더 많은 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회장 선거는 이를 이끌어내는 축제의 장이 돼야한다.
직선제와 간선제를 절충한 선거제도 대안 가능성
직선제와 간선제를 절충한 방식의 의협회장 선거 제도를 만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방식이 있을 수 있다.
1. 선거 당해년에는 전국 16개시도를 8~10개 지역으로 합쳐 지역의사회 총회를 개최하되, 각지역 정기총회 일정이 겹치지 않게 짠다. 서울 경기부터 시작해 부산에 이르기까지 연달아 총회를 개최한다.
2. 당일 총회에 참석한 지역의사회 회원에게 일련표를 나눠준 후 전체 의사수의 일정 비율로 선거인이 되도록 추첨한다. 예를 들어 의사 10~20인당 1표의 선거인을 추첨할 경우, 약 1만~2만 명의 선거인을 뽑을 수 있다. 만일 부산회원수가 전체 의사수의 20%라면 부산 지역 선거인은 전체 선거인의 20%가 되도록 정하면 된다.
3. 당일 회장 후보자들을 모두 참석시켜 유세하도록 하고 정견발표, 질의응답을 한 다음 선거인단이 투표한다.
4. 모든 투표함은 밀봉 후 마지막 투표 후 동시에 개봉한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선거인은 후보자의 면면을 직접 보고 정견을 듣고 투표할 수 있다.
2. 지역의사회 총회의 참가률을 높이고 의협 회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3. 약 10여일에 걸쳐 전국적인 유세, 투표 투어를 통해 국민, 언론, 정치권 등의 관심을 이끌 수 있다.
4. 특정집단과 직역에 의한 선거판세 흔들기를 막을 수 있다.
5. 선거를 축제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예시의 하나일 뿐이다. 더 바람직한 선출 방식을 논의할 수 있다.
지금이 선거제도 논의의 적당한 시기인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무언가 큰 틀의 변화 없이 지금의 의협 구조와 역대 의협 회장들이 보여준 능력으로는 정부와 시민단체, 각 직군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칼럼(기고)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