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한의계는 치매치료의 해답을 중국의 태극권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한방의 침이나 한약이 치매치료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부터 연구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의계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개최된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 토론회에서 “태극권이 인지기능과 체력, 우울증 척도 등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의협 최대집 회장은 “태극권이 치매에 효과가 있다면 취권이나 영춘권, 다른 권법들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환자는 무분별한, 근거 빈약 치료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취권이나 영춘권 등 다른 무술들을 거론하며 조롱했다”고 반발했다.
또한 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태극권 효과의 근거로 우리나라의 의사가 연구한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는 밝은빛 태극권 엄기영 대표와 동아대 천상명 교수팀이 경도인지장애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한 ‘브레인업 타이치’ 운동법과 인지훈련의 효능을 비교한 소규모 임상시험”이라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천상명 교수는 한의계에서 자신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한 것에 대해 “이번 연구는 한방원리와 전혀 무관하다. 이번 연구를 한방이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특위는 “이번 연구로 타이치와 다른 운동의 효과를 비교할 수는 없다. 임상시험의 규모가 매우 작아서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
한특위는 “근거의 질을 고려했을 때 태극권은 치매에 대해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올해 초 영향력지수(impact factor) 19.384를 자랑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인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치매와 운동요법에 대해 기존에 발표된 임상시험들을 근거의 질을 고려해 종합해 분석한 논문이 발표됐다”고 했다.
이어 “저자들은 여러 가지 운동 요법들이 노인들의 인지기능을 개선시키거나 인지저하 및 치매를 예방한다는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태극권에 대해서도 인지기능을 개선시킨다는 결론을 내릴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한특위는 “실제로 치매와 인지장애에 관련해 태극권 외에도 여러 가지 운동법들의 효과가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태극권이 다른 권법이나 운동에 비해 더 나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한특위는 “학계에서 태극권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태극권만의 신묘한 효과를 기대해서가 아니다”라며 “태극권의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이 노인이나 환자들이 따라 하기 쉽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운동법 중 하나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특위는 “무엇보다 중국의 태극권과 한국의 한방은 전혀 관계가 없다. 태극권을 한방 치료의 일종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의계는 한방의 침이나 한약이 치매치료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부터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