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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의사 리원량이 세상 떠나며 한마디 "나는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신종코로나 위험성 알렸지만 중국 공안국에 소환...언론탄압 반대 여론 부상

    기사입력시간 2020-02-10 10:09
    최종업데이트 2020-06-22 10:30

    리원량 웨이보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우한에서 처음 외부로 알린 중국인 의사 리원량이 신종코로나로 사망한 가운데 그의 유서가 공개돼 주목된다. 누리꾼이 한글로 번역해 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리원량은 중국 정부의 정보 봉쇄와 미진한 초기 대응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처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렸지만 오히려 중국 공안국에 소환돼 훈계서를 받았다.

    이에 리원량은 "더 이상 유언비어를 유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쓰고 풀려났고 지난 6일 기관 쇠약으로 인한 심박정지 증세를 보이다 숨졌다.

    리원량은 유서를 통해 "훈계서 한 장 가지고 나는 간다.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간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진다. 그립다. 눈송이가 눈시울을 적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날 하느님이 나에게 그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이지 않냐고 말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다"고 전했다.

    리원량이 사망하자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내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의 화중사범대학 탕이밍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이라며 "신종코로나 확산은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 강조했다.

    장첸판 베이징대 법학 교수는 "리원량이 사망한 날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리원량의 유서 전문이다. 
     
    나는 갑니다. 훈계서 한 장 가지고!

    1985~2020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집니다. 그립습니다. 눈송이가 눈시울을 적십니다.

    캄캄한 밤은 어둡고, 어두움에 집집마다 환하던 등불조차 떠올릴 수 없습니다. 일생 빛을 찾았습니다. 스스로 반짝인다 자랑했습니다. 온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젯밤 눈바람 무릅쓰고 나를 보러 왔던 여러분! 가족처럼 저를 지키며 밤새 잠 못 이루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입니다. 어느날 하느님이 나에게 그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이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왕관을 쓴 치명적인 황후는 반란을 위해 속세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천하는 다시 북적거렸습니다. 누구도 몰랐습니다. 거대한 비극이 곧 성문을 잠그리라고는.

    이후 하늘이 대노하고 산하는 시들고 나는 병들었습니다. 내 가족까지 모두 병들었습니다. 우리는 천 송이 만 송이 눈보라처럼 송이송이 흩날렸습니다. 봄이 오고 강물이 녹으면 가족과 만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노란 유채꽃밭에 앉아 흩날리는 꽃 송이 송이 새며 하루 일 분 일 초를 보내리라 여겼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어젯밤 눈 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느님이 내 머리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착하지, 나와 같이 가자. 인간은 가치가 없어! 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비록 인간은 빈한하고 하늘은 따뜻한 곳이더라도 말이죠.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두렵습니다. 고향을 떠올려도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나의 기개는 보증서 한 장으로 죽었습니다. 나는 계속 햇볕이 비치듯 살아 생명을 노래하고 소나무 잣나무를 찬미하고 싶었습니다. 이 나라 이 땅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이제 내 육신은 죽지만 한 줌 재가 되기 전에 조용히 고향의 검은 땅과 하얀 구름을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바람은 마음껏 춤추고 눈은 새하얗게 티 한 점 없습니다.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한 동호(東湖)로 봄 나들이를 갈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우한대학 벗꽃 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흰구름 깊은 곳까지 연을 날릴 수도 없습니다. 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것입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나는 네가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음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평민 영웅이 되었구나.

    하늘이 곧 밝습니다. 나는 가야합니다. 한 장의 보증서를 들고서, 이 일생 유일한 행낭입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나를 이해하고 나를 동정하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 나는 당신들이 모두 동트는 새벽을, 내가 산마루 건너기를 기다릴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합니다.

    이번 생애 태산보다 무겁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새털처럼 가볍기를 두려워 하지도 않았습니다. 유일한 바램은 얼음과 눈이 녹은 뒤 세상 모든 이가 여전히 대지를 사랑하고 여전히 조국을 믿기를 희망합니다. 봄이 와 벼락이 칠 때 만일 누군가 나를 기념하려는 이가 있다면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우람할 필요 없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왔다 갔음을 증명해 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름과 성은 있었지만 아는 것도 두려움도 없었다고.

    내 묘지명은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