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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택의료, 고령환자 다제약물관리가 핵심…"지역사회 의·약사 협력 방안 마련해야"

    약사 방문관리로 약 관리 복용법 개선 가능하지만…처방 조정은 지역 의사 역할 중요

    기사입력시간 2023-06-09 07:19
    최종업데이트 2023-06-09 09:46

    '방문을 통한 지역사회 다제약물관리의 의‧약 협력방안 토론회’가 8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 고령환자 70.2%가 3개월 이상 5개가 넘는 의약품을 만성으로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자로 나타나 지역사회 다제약물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제약물관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노인환자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사와 약사 간 협력체계 미흡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나타나 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백종헌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 서영석 의원, 최혜영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주관으로 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린 '방문을 통한 지역사회 다제약물관리의 의‧약 협력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됐다.

    고령화 재택의료 활성화 필요한데…"의‧약사 간 소통 문제로 다제약물관리 어려워"

    이윤성 서울의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주제 발표에서 연세의대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는 '노인 다약제 복용의 문제와 재택의료'를 발표했다. 그는 "고령이 되면 병원을 이용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노인 환자가 진료를 위해 병원에 오려면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현재 우리나라는 진료 시간을 단축해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3분 진료' 시스템이 만연해 있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 진료에서의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산에 거주하는 고령 환자가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3분간 진료를 받기 위해 보호자와 함께 KTX를 타고 하루 종일 시간과 고비용을 낭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일찍이 재택의료를 실시했고 국내에도 재택의료를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시범사업이 시행됐으나 국내 정착은 묘연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정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시범사업을 수행했지만, 지역사회 협력 이슈로 정답을 내리기 힘들었다. 그 중에서도 중증환자 재택의료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있었다"며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약물관리 문제였다. 재택의료에서 의학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약과 처치인데, 약 관리가 너무 안 된 게 크다. 재택의료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다제약물관리가 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인 환자는 생리적 기능 저하로 여러 질환이 동시 발생해 필요로 하는 약제가 많아진다. 노인질환은 만성적이고 퇴행적이라 약을 줄이기가 어렵고, 약 복용 기간도 늘어나 약물 부작용도 많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5개 이상 약물을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75세 이상 환자 비율이 70.2%로 OECD 국가 평균 46.7%와 비교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제약물 복용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88% 높이고, 입원 가능성을 4배 증가시킨다”며 “약물관리를 잘하려면 노인 포괄평가를 통해 환자 상태에 맞춰 약제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의사와 약사의 협업을 통해 환자 리뷰를 통해 약물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에서는 의사와 약사의 협력을 통해 다제약물관리가 잘되고 있는데, 재택의료에서는 이러한 협업 시스템이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지역약사제 및 주치의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다 보니 환자의 약물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모호하기 때문이다"라며 "결국은 지역사회 일차의사와 지역약사의 협업을 독려할 인센티브 등을 통해 다직종 전문가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천대 약학대학 장선미 교수 역시 "우리나라도 지역사회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통해 환자에게 복약불순응 개선, 의약품 사용법 개선 등 유의미한 효과를 얻었으나 의사와의 연계 부족으로 방문약물관리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논의할 만한 부작용, 중복, 상호작용 등이 제대로 의사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사회 다제약물 관리사업에서 의약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사, 약사, 환자 모두 정보교류와 의견교환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능하면 DUR처럼 의사, 약사가 바로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축하고, 자발적인 의약협력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회 및 약사회가 협력할 수 있는 지역협의체를 통해 의‧약사 협업모형을 마련 제안

    뒤이어 발표에 나선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지영 만성질환관리 실장은 인구 고령화 및 만성질환자 증가로 만성질환 1개 이상 보유자 중 10개 이상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자가 2019년 81.5만 명에서 2022년 117.5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이러한 부적절 복용은 65세 이상에서 입원 1.32배, 사망은 1.35배 증가시킨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은 2018년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사업’을 도입해 2023년에는 '지역사회 모형'으로 전국 100개 시‧군‧구가, ‘병원 모형’에 총 48개 병원으로 확대시켰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모형에서 2018년∼2022년 서비스 제공 대상자는 1만 2331명이었으며, 복약불이행, 유사효능 중복 등 복용약 관련 개선 항목 5개 모두에서 36.0%∼70.2%의 개선 효과를 나타냈고, 서비스 제공 3개월 후 재입원 위험은 23% 감소(65세 이상은 27% 감소)했다.

    병원 모형에서 2020년∼2022년 서비스 제공 대상자는 4859명이었으며, 서비스 제공 3개월 후 재입원 위험은 18% 감소(65세 이상은 21% 감소), 서비스제공 1개월 후 응급실 방문 위험은 47% 감소(65세 이상은 50% 감소)했음을 보여줬다.

    박 실장 역시 "지역사회모형을 운영해 보니 상담결과와 처방 검토 간 연계에 어려움이 있었다. 약사 상담으로 약 관리나 복용법 등은 개선할 수 있으나 처방의 조정은 어렵기 때문이다. 상담 결과가 의사 진료 시 검토되지 않아 환자의 중복 약물 사용 개선 등에 한계가 있었다"며 "상담 결과를 환자 및 보호자 나아가 의료진에게 공유하는 정보시스템 미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공단은 지역사회모형에 비해 다학제 협업이 원활한 병원 모형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을 정책 제안하고 지역사회모형은 한계로 지적됐던 의‧약사 간 협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 의사회 및 약사회가 협력할 수 있는 지역협의체를 통해 의‧약사 협업모형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 실장은 "최신 투약 정보를 확보하고 상담 결과를 의사와 약사가 공유할 수 있도록 심평원 DUR 서비스와 같은 정보 시스템을 마련하고, 관련 학회 및 연구기관과 협업으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처방 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