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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전문의들 "정신과 수가개편, 의사도 환자와 대화하고 싶었다"

    정신과 수가체계개편 7월 적용,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 6명의 의견은

    의사-환자 신뢰 도움, 보험가입 제한·취업불리 등 개선점도 있어

    기사입력시간 2018-07-06 06:05
    최종업데이트 2018-07-06 07:08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7월부터 환자 부담은 낮아지고, 상담수가는 인상되는 정신과 수가체계 개편으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번 수가체계 개편이 환자와 보다 진정성 있는 상담을 가능하게 해 환자에게는 만족감을, 의사에게는 전문성을 높여줄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일부개정' 고시를 통해 정신치료 수가개편과 인지행동치료 급여화 관련 개정 내용을 알렸다.
     
    당초 정신과 수가체계개편은 올해 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해당 내용을 심의·의결하고, 이르면 5월부터 적용키로 했지만, 인지행동치료 등 여러 급여기준 재정비와 시행령 개정 등으로 다소 시기가 미뤄졌다.
     
    이번 정신과 수가체계개편에 따라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마주하고 있는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소속 봉직의사 6명을 대상으로, 이번 수가개편이 가지는 의미와 향후 환자들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치 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번 수가체계개편이 환자와 의사 간 신뢰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상담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타 여러 제도들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담체계를 5단계로 나누고 수가를 인상했다. 또 환자의 본인부담은 인하됐는데, 이것이 가져올 영향은 무엇이 있나?
     
    Y 의사 : 의사도 환자와 대화하고 싶다. 과거에는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즉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약 처방을 위한 짧은 진료만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환자에게 진료다운 진료, 상담다운 상담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의사도 환자도 진료에 더욱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C 의사 : 수가 향상과 환자 본인 부담금 완화로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의사가 이전과 비교해 적정한 진료를 할 수 있는 치료비를 일부 보전 받게 된다. 환자와 좀 더 오래 면담 시간을 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J 의사 : 환자 부담이 일부 완화되면 접근성도 확대될 것으로 본다. 즉 개원초기 의사에게 주는 부담이 일부 완화되고, 이것이 개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환자 접근성도 좋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L 의사 : 의사들이 환자 면담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고, 환자로 하여금 약 타러오는 곳이 아닌, 내 얘기를 들어주는 곳으로 인식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C 의사 : 기존에 정신과를 다니는 환자들이 혜택을 크게 느낄 것이다. 또 새로 정신과에 올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줘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J 의사 : 이전 수가체계에 비해 면담 비중이 높아져 진료의 질이 향상돼 환자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상담에 대한 정신과의 전문성 또한 강화될 것이다.
     
    -이번 수가체계개선으로 인해 단순히 자살률 또한 낮아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실제로 비슷한 언론보도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는지?
     
    Y 의사 :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문턱이 높은 것은 본인부담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한정신건강재단 등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도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한 오랜 시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잘 되지 않았다. 정부에서 나서서 힘써줬으면 좋겠다.
     
    C 의사 : 자살의 경우 단순히 면담 시간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부분은 아니다. 물론 정신 치료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장기적인 우울감이나 불안감의 완화에 분명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당장 자살 위기에 빠진 환자들을 적절한 치료 세팅에서 개입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자살 위기 환자를 외래에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순간 적절하게 입원 치료와 같이 집중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중요하다.
     
    L 의사 : 단순히 비용뿐 아니라 정신과를 다니는 것에 대한 편견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살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C 의사 : 자살은 여러 요인이 있어 이를 확신할 수 없다. 우울증 환자가 증상이 생긴 후 정신과 진료를 실제로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7년이라고 한다. 다만 이번 변화로 정신과 진료로의 접근이 빨라져 자살률이 의미 있게 낮아지길 바란다.
     
    J 의사 : 경제적인 문제로 초진이 부담되거나, 계획된 진료를 환자가 자의적인 이유 등으로 이행하지 않는 환자군에게는 어느 정도 순기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J 의사 :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살률 완화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의문이다.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다른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상담이 필요한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Y의사 : 가장 먼저 정신과 진료력이 있다고 해서 민간보험회사가 환자의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부당한 사례를 철폐해야 한다. 더불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력이 취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1-2개월 치료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적응장애, 간단한 수면제 처방이 국민들의 취업과 민간보험가입에 절대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치료가 필요했던 많은 국민들이 손쉽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영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J 의사 : 정신질환 인식 개선을 위해 학교와 직장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 일정 인원 이상이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를 두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C 의사 : 상담이 필요한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적 낙인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사보험이나 취직 불이익 걱정이 크다. 사회에서 불필요한 공포를 제거해줄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학내 상담소를 인근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학생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직장인들은 정신과 방문을 어려워한다. 병가를 내기 위해서는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건강의학과 특성상 바로 진단서가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다니면서 근처 병의·원에 다닐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등의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L 의사 : 누구나 정신과 환자가 될 수 있다. 진료 보는 의사인 나조차도 그렇다. 그렇기에 정신 질환 인식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취업과 보험가입에서의 불리함을 없애는 노력도 물론 있어야 한다.
     
    J의사 :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인식 변화는 많이 개선됐는데,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취업과 보험 가입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수가체계개편으로 7월 2일 진료시작에 있어서 전산 오류가 잦았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어땠나. 
     
    다수 의사 : 복지부 고시가 6월 27일에 나와 청구프로그램회사들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다. 실제로 2일 오후에나 적용돼 혼란이 있었다. 일선 개원가에서 혼란이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C 의사 : 심평원이 수가개편 내용에 대한 전달이 늦어 프로그램 업체에서 일찍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업체 프로그램은 2일 당일 오전까지도 반영이 되지 않았다. 환자들이 수가 개편에 따른 혜택을 보지 못해 실망한 경우도 있었고, 치료진의 경우, 진료가 아닌 수가 체계의 혼란으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정신과 수가체계개편은 기존 15분 미만이었던 지지요법과 15~45분의 집중요법, 45분 이상 심층분석요법으로 나눴던 정신요법료 3단계를 5단계로 등급화한 것이다.
     
    개선된 정신과 수가는 10분 단위로 나뉘는데, 10분 이하인 경우에만 현행 수가보다 5%가량 인하되고, 10분 초과부터는 모두 수가가 인상됐다.
     
    10분 이하로 상담한 경우 금액은 1만 3630원이며, 10분 초과 20분 이하 치료 시 수가는 2만 7220원이다. 20분 초과 30분 이하는 4만 4510원, 30분 초과 40분 이하 6만 3240원, 40분을 넘어가면 8만 3860원이 된다.
     
    환자 본인부담률은 종별로 20%p씩 인하됐다. 환자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검사나 처방 등을 제외하고 상담만 30분 받을 경우, 기존에는 1만원대 초반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했지만, 이제는 7000원대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