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AI 기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사업에 뛰어든다. 의사 없이 스스로 진단하는 AI, 한 번의 검사로 모든 암종을 검진하는 MRI,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신약 개발까지 더해 10년 뒤인 2033년에는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루닛은 24일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담은 ‘비전 2030’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AI 플랫폼 통해 암 관련 데이터 수집∙분석…암 진단∙치료 예측 정확도 향상
이날 루닛 서범석 대표가 강조한 부분은 의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AI 플랫폼’ 개발 사업이다. 전 세계 검진센터, 지역거점 병원, 임상시험 기관, 암센터 등에서 암 관련 다양한 데이터(영상, 조직, 유전체, 혈액, 전자의무기록, 보험청구 등)를 수집하고 고도화된 AI 학습 모델을 통해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이후 의료 데이터를 의료기관 시스템에 직접 설치해 관리하는 통합형 AI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루닛이 개발하는 AI 플랫폼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자동화된 AI 모델을 통해 학습함으로써 암 진단 및 치료 예측 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서 대표는 “지금까지는 엑스레이, 유방촬영술, 병리 등 좁게 좁게 접근해왔다. 회사 규모도 작았고 자원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는 더 성능이 뛰어나고 효과가 좋은 AI를 만들기 위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플랫폼 개발”이라고 했다.
이어 “AI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데이터가 받쳐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각 사이트마다 니즈(수요)가 다르고, 데이터의 특성도 있는데 AI의 정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각 사이트의 로컬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게 본질적 해결 방법이라고 봤다”며 통합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AI가 우수한 성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또 “기존에는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제품을 보급하는 전략을 갖고 있었는데, 향후 더 성장하기 위해선 파트너사에 대한 의존성이 너무 높으면 위험하다고 봤다”며 “우리만의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플랫폼이 잘 구축되면 AI를 판매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플랫폼 자체를 갖고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질 것”이라며 “데이터 판매, 다른 AI 회사들과의 협업, 환자 대상 진료예약 및 의료진 추천 서비스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의사없이 진단하는 '자율형 AI'와 모든 암종 검진하는 전신 MRI 개발
기술력을 인정받은 암 진단 분야에서는 AI가 스스로 진단하는 ‘자율형 AI’ 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의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AI가 혼자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의료영상으로 온몸에 존재하는 모든 암을 검진하는 ‘전신 MRI’게발도 추진한다. 전신 MRI는 기존 영상진단 방식에 비해 높은 검출률과 낮은 위양성률을 보이고 있고, 방사선 노출 위험도 없어 암 검진을 위한 차세대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게 루닛의 판단이다.
서 대표는 “자율형 AI의 경우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확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정확도가 100%라면 사람이 필요 없어지고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율형 AI의 오진에 대한 법적 이슈도 발생할 수 있는데, 회사가 배상책임보험을 적용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AI가 성능이 완벽해서 놓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면 말이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전신 MRI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검진을 하는 암종은 매우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췌장암은 전혀 검진이 되고 있지 않고, 치료가 어려운 말기가 돼서야 발견하게 된다”며 “이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암종을 하나씩 쫓는 대신 모든 암종을 MRI와 AI를 결합한 하나의 검사로 커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멀티오믹스 바이오마커∙신약 개발…M&A도 적극 추진
루닛은 병리, 의료영상 데이터 등을 통합 학습해 더 높은 항암제 치료 예측 효과를 보여주는 차세대 멀티오믹스(Multiomics) 바이오마커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유망한 신약 후보 물질에 루닛 스코프를 적용해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이후 직접 개발해 상업화하거나 대형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도 구체화 할 방침이다.
서 대표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자 하는 우리의 미션을 이루기 위해선 신약 개발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약을 개발하고 바이오마커를 만드는 게 아니라 바이오마커를 먼저 개발하고 그 바이오마커에 기반한 약을 만드는 방법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10년 뒤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달성을 위해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 및 인수∙합병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실제 해외의 의료 플랫폼 기업 중 한 곳을 M&A 대상으로 적극 검토 중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끝으로 “이 계획들이 다 이뤄지면 루닛은 모든 암 영역의 중심에서 글로벌 표준이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10년 내 10조원 규모의 매출과 5조원의 영업이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그렇게 큰 회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