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중환자실을 인력, 시설, 장비 기준으로 4단계 등급으로 구분하는 등급화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석경 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는지난 4월 28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학술대회 정책 특별세션을 통해 중환자실 등급제에 대한 화두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레벨1은 상급종합병원 최소 1유닛 기준으로 인력기준 1유닛당 환자 1명당 전담전문의 6명 이하, 간호사 0.32 미만이면서 시설기준은 1유닛 12병상 이하, 1인 격리실 80% 이상 등을 담았다. 레벨2는 상급종합병원 최소 기준으로 인력기준은 유닛당 전담전문의 1대 15, 간호사는 0.32 이상 0.5 미만으로 두고 시설기준은 1유닛 20병상 이하, 1인 격리실 50% 이하 등으로 설정했다.
레벨 3의 인력기준은 전담전문의 1대 20이고 간호사는 0.5이상 0.63미만, 시설기준은 1유닛 30병상 이하,1인 격리실 30% 이상 등으로 정했다. 레벨 4는 병원종별 최소기준으로 인력기준은 전담전문의 1대 30 이하, 간호사는 0.63이상 0.88 미만, 시설기준은 1유닛 30병상 이하, 1인 격리실 20% 이상 등으로 책정했다.
이때 성인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전공은 내과, 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로 제한했다. 소아중환자실은 소아청소년과로 제한했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우리나라 중환자의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낙후돼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양적, 질적으로 취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라며 “이는 단순히 의료계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며, 최소한이나마 이상적인 중환자실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중환자 인프라를 위한 인력, 시설, 장비 기준이 유지되기 힘들고 수가 개선 역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환자의학회 측은 현실을 감안한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현재 간호사 한명당 상급종합병원은 2.5명을 보고 종합병원은 7.3명까지 환자를 보고 있다. 인력이 그만큼 힘들게 환자를 보면서도 질이 유지가 되지 않고 있다”라며 “24시간 환자를 볼 수 있게 하는 전담전문의와 간호사를 둘 수 있는 이상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환자실 기준에서 최우선적이어야 하는 기준으로 '인력'을 재차 강조했다. 홍 기획이사는 “현실화된 기준보다 이상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현실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의료기관법이나 질 평가, 적정성 평가 등 다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복지부와 각 부서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기획이사는 “복지부는 중환자의료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주무부서를 지정해야 한다. 필수의료과, 보험급여과, 의료기관 정책 등 복지부 주관 부서별로 논의는 하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있으나 어느 정도까지 제도 개선이 가시화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라며 “우리나라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편차를 최소화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수호하고 재난이 발생할 때 대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
서지영 회장도 등급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일세션에서 일본 연자들에 따르면 일본은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나서 중환자의학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별도의 전문과목으로 인정했다”라며 “오는 10월부터 전문과목으로 지정하고, 거기에 맞게 전문인력을 키우는 계획을 수립했다”라고 부러움을 드러냈다.
서 회장은 “중환자실 개선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질향상 지원금으로 보상하거나, 여러가지 수가 개선책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기획이사는 “경험이 있는 중환자실 전담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가 적을수록, 중환자실에 전담 전문의가 있을수록 환자 치료 결과가 좋아진다는 데이터는 이제 너무 많다. 메시지는 명확한데 문제는 인력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이사는 “의료진의 번아웃 이슈가 많은게 가장 큰 문제다. 젊은 중환자 의사들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중환자 인력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병원도 인력을 충원하고 그 인력들이 지치지 않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등급제를 비롯해 중환자 이송 시스템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병원별 편차 줄이고 인력 외에 시설·장비 기준 마련도 고려
복지부는 현재 인력에 대한 수가는 어느 정도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상급종합병원 외에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설 과 장비 기준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보험수가에서는 현재 인력에 대한 차등만 가지고 있다. 입원기본료 내에 간호인력과 관련된 차등수가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상당수 간호등급 1등급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상적인 기준보다 이행 방안에 대해서도 보다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학회 측이 상당히 높은 기준의 제시했고, 방향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행 방안과 관련해 고민이 있다. 특히 인력 기준도 그렇지만 독립된 중환자실 공간이나 일정 비율 이상의 1인실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는 추가 가산을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인력을 두지 못하고 있어 점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간호인력 기준을 어느 정도 따라오고 있지만, 종합병원이나 병원급은 편차가 크다. 향후 인력기준을 강화하면서 수가감산을 강화해 병원별 인력 편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과장은 “나머지 시설이나 장비 쪽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다. 전통적으로 시설이나 장비를 가지고 입원료 차등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학회 측이 등급제에 따라 일정 기준 등급을 충족하면 기준에 따라 결국 중환자실 수가 차등을 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실 시설 기준은 법적 기준을 개정하거나, 수가 차등 또는 수가 개선으로 유도하는 두 가지 정책을 같이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학회 측이 중환자실 시설 기준과 관련해 현실과 맞는 방향인지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에 요구하고 같이 협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