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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 CCTV 지원 예산 150억→ 37억?…"이대로라면 전국 병원 강제화 불가능"

    병원급 이하 1436개소 지원 예산 중 24%만 반영...여력이 되는 상급종합·국립대병원부터 시행하거나 연기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2-09-15 07:24
    최종업데이트 2022-09-15 08: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비용 지원 문제가 또 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수술실 건물 당 2500만~5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추산과 달리 보건복지부는 약 37억 정도의 예산만 책정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정부 지원 예산안이 터무니 없이 적다며 법안 시행을 연기하거나 CCTV 설치 및 촬영에 따른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 국회는 전신마취를 전제로 모든 의료기관에 수술실 CCTV 설치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2023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그 사이에 하위법령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지원금 37억…의료계 "전국 수술실 모두 설치 시 수 천억 있어야"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서 수술실 CCTV 설치비용 지원 명목으로 37억 6700만원의 예산안을 포함시켰다. 

    설치비 지원 대상은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 1436개소로 복지부의 2020년 수술실 전수조사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비 총액은 150억원이다. 즉 복지부는 전체 설치비 150억원 중 24%(37억원) 정도만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해당 지원액이 말도 되지 않는 수치라는 입장이다. 실제 전국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해선 몇 천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설치비 이외 보안과 유지·보수 비용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37억원으론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용이 불가하다고 봤다. 

    대한의사협회 수술실 CCTV 하위법령 대응 태스크포스(TF) 박진규 위원장은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연구용역에 따르면 수술실 한 건물 당 보안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만 2500만~5000만원 가량이 든다. 실제 전국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하려면 몇 천억원은 있어야 가능하다. 37억원 가지곤 설치비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적정 지원금 규모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방안 및 의료법 시행규칙안 연구 자문단 회의에서 이미 논란이 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연세의대 장성인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술실 CCTV 설치 인프라 구축에만 2500만~5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모된다는 결과를 내놓자 보안 등 소프트웨어 기능을 대폭 축소해 설치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에선 계속 2015년 어린이집 CCTV 설치 선례를 언급하며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어린이집 4만2300여개소의 CCTV 설치비 지원이 272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그러나 수술실은 어린이집과 전혀 다르다. 민감한 내용이 찍히고 그에 따른 보안과 암호화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형병원부터 '순차적 시행' 요구부터 설치·운영 장기적 지원 위해 '수가 신설' 주장도 

    지원 범위에 대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CCTV 설치를 상급종합병원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거나 아예 법안 시행을 미루는 방안 등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는 지원금으론 설치 이후 유지비용 뿐만 아니라 설치도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상대적으로 여력이 되는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등으로 CCTV 의무 설치 대상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지원 예산 마련이 당장 어렵고 이에 따라 동네 병·의원의 CCTV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법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법안 시행 연기나 CCTV 설치와 촬영에 따른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협 이성필 의무이사는 "소방법에 따라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할 때처럼 현실적으로 당장 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강제하기 어렵고 지원금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선 설치를 연기한 사례가 있다"며 "연기가 어렵다면 1회성 지원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CCTV 설치와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3년 예산안에 포함된 지원금은 아직 관련단체들과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에 법안이 시행돼야 하니 일괄적으로 잡아놓은 예산범위"라며 "관련해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지 범위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확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복지부 연구용역을 진행한 연세의대 장성인 예방의학과 교수는 "책정된 예산안이 내부적으로 어떤 식으로 검토돼 책정됐는 지 알지 못한다. 다만 의무 설치가 이뤄지려면 비용 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라며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37억원 이외 추가로 필요한 부분들이 더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