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24년 의정갈등 사태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병원의 재무성과가 의료기관 유형에 따라 엇갈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체 병원의 평균 의료이익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지만,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이익률이 0.5%에서 –4.6%로 5.1%포인트 하락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비수련병원은 반대로 적자 폭이 줄었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조덕영 의료경영학교실 교수, 이지훈 연구원 등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사직이 의료기관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근 보건행정학회지 제36권 제3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의료기관 회계정보공시 자료를 활용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재무제표를 지속적으로 공시한 종합병원급 이상 287개 의료기관의 자료 861건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수련병원 127곳과 비수련병원 160곳으로,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 45곳과 종합병원 242곳이었다. 설립 형태별로는 공공병원 71곳, 민간병원 216곳이 포함됐다.
분석결과, 전체 분석 대상의 평균 의료이익률은 전공의 사직 이전인 2022∼2023년 –11.5%에서 2024년 –9.5%로 2.0%포인트 개선됐다.
전체 평균과 달리 병원 유형별 변화는 뚜렷하게 갈렸다.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이익률이 0.5%에서 –4.6%로 5.1%포인트 하락해 의료수익 대비 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반면 종합병원은 –13.8%에서 –10.4%로 적자 폭이 줄었다. 두 집단의 전후 변화는 각각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연구팀은 "전공의 중심의 대형병원에서는 진료 축소가 발생한 반면, 중소규모 병원에서는 환자 유입에 따른 수익 증가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따른 수가 가산과 사후보상 역시 단기적인 의료수익 감소를 완화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체 평균 의료이익률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지만,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악화됐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은 2022∼2023년 평균 188.3%에서 2024년 140.7%로 47.6%포인트 떨어졌다.
또한 총자산 중 자기자본의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도 29.8%에서 17.5%로 12.3%포인트 하락했다.
연구팀은 "유동비율 하락이 단기 채무에 대한 지급능력과 현금흐름 악화를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약품이나 진료재료 대금 지급 지연에 따른 매입채무 증가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원인이 직접 확인되지는 않았다.
비용구조에서는 의료수익 대비 관리비율이 24.4%에서 22.4%로 낮아진 반면, 재료비율은 25.9%에서 26.8%로 높아졌다. 인건비율은 60.8%에서 59.6%로 감소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진료일정 조정과 인력 재배치, 비용 절감 등이 단기 수익성 유지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공병원은 민간병원 대비 상대적 악화를 경험했다. 전공의 사직 이전의 인건비율·유동비율·자기자본비율 등을 반영한 확장모형에서 공공병원의 의료이익률 변화는 민간병원 대비 약 7.9%포인트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사직은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적인 재무성과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보였으나, 의료기관 특성에 따라 이질적인 재무 변화 양상이 관찰됐다"며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급격한 인적자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인력 운영 및 비용 관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지훈 연구원은 메디게이트뉴스에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한 의료기관 경영, 특히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소규모 단위 기사나 논문은 있었지만 전국 단위의 의료기관 회계 자료를 통해 그 변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연구 수행 계기를 소개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의미 있게 보는 부분은 의정갈등 이후 나타난 재무적 변화가 의료기관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라며 "특히 공공병원에서 상대적인 재무 악화가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에, 지역 필수의료 제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공공병원에 대한 지속적 재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