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 국민에게 절대적 통계자료로 알려진 OECD 의사 수 통계 숫자에서 각기 세부적인 ‘해석’은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양자역학 분야의 천재로 꼽히는 Werner Heisenberg는 ‘부분과 전체’라는 그의 유명한 저서에서 전체 시스템과 분리해서 각 부분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즉, 절대 수를 표시하는 양자역학도 하나의 수가 나타난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별도로 상황에 따라 제각각 해석하는 것을 지극히 경계한 것이다.
각종 언론 매체나 정치인과 정부 측 주장을 보면 ‘부분’과 ‘전체’에 대한 보다 차원 높은 ‘고등적 사고’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단순 숫자 비교를 통한 포퓰리즘을 동원하여 국민의 이성적 사고보다는 감성적이고 순간적 선택을 조장시키는데 활용한다. 자칭 국민만을 위한 사람들이라는데 쉽고 단순한 사고를 선호하는 것 같다.
미국과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은 의사 인력 산정에 있어 단순한 머릿수(Head Count)가 아닌 나라마다 정한 일정 시간의 노동을 전일제(Full Time) 기준으로 환산한 값인 ‘FTE’를 대입, 산출해 적용한다.
FTE를 우리말로 알기 쉽게 표현한다면 의사의 노동시간을 전일제 기준으로 나눠 계산되는 일종의 ‘노동투입량 지표’이다. 주로 ‘주 40시간, 260일 근무’를 기준으로 적용한다. FTE 자료가 단순 머릿수와 다른 점은 시간제 근무 의사와 전일제 근무 의사의 노동량을 모두 전일제 노동투입량으로 변환한 조정된 수치로 대입해 산출한다. 때문에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국가 간의 비교성을 높이려면 자료의 표준화가 필요한데,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하면 속칭 영점 조정을 통해 보다 정교한 비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나라 전공의가 주당 80시간 근무가 기본이고, 휴가는 잘해야 연간 2주 정도인 조건임을 감안하면, 전공의 1인당 ‘2명’의 의사 업무량이 산출된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의사 수 평균과 흔히 비교되는데, 기왕에 제대로 비교하려면 FTE 개념을 적용한 통계자료의 채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자료 제공은 복지부를 대신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대행해 제출하는데, 의사 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활동 의사 자료를 근거로 산출할 수 있다.
늘려야 된다는 오판에 불리한 지표 배제 증원에 유리한 변수 찾아 산출 ‘추계 몰이’
OECD 통계는 전일제 기준에 대한 통일된 원칙이 없고 다만 국가별 표준 근로 시간이 달라 원칙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수치는 각국이 제시한 데이터에 의존한다. 우리나라 의사의 근로 시간이 세계적으로 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반 근로자에 비해서도 근무시간이 훨씬 길다. 이에 따라 한국 의사들의 연간 총 근무 일수도 매우 높다.
의료정책연구원이 실시한 ‘2020 전국의사조사(KPS)’ 중 의사의 근무 환경 분석에서 연간 근무시간은 2260시간으로 산출된 바 있다. 얼마 전 조사한 자료에서는 이 보다 높아진, 2023년 기준 연간 근무시간이 2303시간을 기록했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의사의 FTE는 약 1.2에 이른다. 이를 대입하면 현재 인구 1000명당 2.7명으로 된 사람 머릿수 자료는 3.2로 변환됨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수치도 절대적인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도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머릿수 계산으로 보면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해 보이지만, 의사 노동투입량 격차를 살펴보면 그보다 작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특히 OECD 평균도 안 되는 의사 인력으로 세계 최고의 수진율과 높은 보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최근 의료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의사가 전체 79.7%에 이르고 있으며, 일요일에 근무하는 의사도 약 19.8%로 조사됐다. 이중 개원 의사의 95.9%는 토요일에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원가는 모두 자영업이고, 병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영 논리 원칙에 의한 운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강제로 근무를 제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면에 OECD 회원국의 대부분은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들이다. ‘의료 공공화’가 잘 발달돼 있다. 또한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개인 부담 비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의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수가체계도 우리와는 다르다. 의료가 기본재정에 의존하든 보험료나 기금에 의존하든 의사의 영리활동이 우선되지 않도록 의료수가는 원가 보존의 원칙을 존중한다.
의사 수를 OECD 기준으로 조정하려면 우선 근무 환경도 OECD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자영업의 생존을 위한 근무시간 연장과 ‘주말 휴일 근무’를 못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대책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넘쳐나는 의사 인력에 지역 의료 텅 비고 도시 집중 극한 상황 그리스 사례 경계해야
FTE 방식에 준하는 의사 수 산출 방식으로 계산하면 그 숫자가 모자라 보일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숫자로 증원하려면 우선 당장 의사의 근무 형태를 현재보다 느슨하게 해야 하는데, 어떻게 당장 주 40시간에 연간 4주 정도의 휴가와 다른 이유로 인한 2주 정도의 휴무를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의사의 근무 환경이 과연 앞으로 5년 내, 10년 내 도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고안돼 강제로 적용해 왔다. 의료제도의 형태에 따라 의료 소비나 공급 등 모두 제도적 요소의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우리나라 정부가 그려낸 의료의 형태와 의사들의 근무 환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의사 수 이외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의료 소비와 의료비 증가 문제도 지속이 가능하고 감당할 수 있을까?
의사 수가 많아지면 과연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해소될까?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도 실제로 존재한다. 현재의 의료 이용과 의사 수, 의사의 근무시간은 이미 저수가 구조에 의료가 보여주는 ‘적응 반응’이다. 현재의 수진율도 당장 OECD 국가 평균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현재 수준의 약 3분의1 정도로 조절해 낮춰야 하는데 과연 정부 생각대로 의사가 부족한 상황일지 모를 일이다. 원가 보전을 기본으로 하는 ‘공정한 수가’로 전환 시 발생할 의료 소비의 변화는 과연 관리가 가능할 것인지?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하여 적용하면 의사 추계는 과학적으로 재단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급격한 의대 정원의 변화로 갑자기 불어난 학생들에게 어떤 저급한 의학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 정부는 잘 살펴보고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준비도 안 된 의대 입학 정원 증원으로 나타날 각종 시나리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가장 우려되는 공급과잉의 부작용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무려 7에 가까운 그리스의 사례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많은 의사 인력으로도 고질적인 지역 의료가 해결되기는커녕 지금도 ‘도시 집중’ 현상만 더 악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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