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의사보다 초음파 판독 능력이 있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초음파 의료기기를 사용하다가 1심 법원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80만을 선고받은 한의사 박모 씨의 변호사가 20일 항소심 법정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모 한의사는 2년 3개월 동안 환자 A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을 했지만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결국 환자 A씨는 한의사 박모 씨를 의료법 위반으로 법정에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씨 측은 국민 건강을 위해 한의사도 초음파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 A씨는 대학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인터넷에서 자궁난소 치료 전문병원이라는 광고를 보고 박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이날 박씨 측은 "초음파 의료기기가 현대과학에 기초해 개발됐고, 현대과학은 서양의학적 원리에 기초한다는 이유로 한의사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무조건 사용할 수 없다면 호롱불을 켜놓고 진단하라는 것이냐"고 따졌다.
또 박씨 측은 "의료행위의 개념이 포괄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고, 안전하다면 한의사도 초음파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씨 측은 최근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사용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박씨 측은 한의원에서 사용한 초음파 기기가 2등급 진단기기로서 안전하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그러자 재판부는 "의료기기 자체의 안전성이 아니라 판독의 정확성, 안전성이 문제"라면서 "의료기기의 안전성은 이미 검증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씨 측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의사가 의사보다 초음파 진단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박씨 측은 "의사들은 영상의학 전문가가 초음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초음파기기를 사용 중인 의료기관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곳은 1%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
이어 박씨 측은 "반면 전국의 모든 한의대에서 아주 오랜 시간 초음파 교육과 실습을 하고 있다"면서 "전국의 의대, 전공의 교육과정에는 초음파와 관련된 게 없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건 의사들이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씨 측은 "이것만 보더라도 (의사, 한의사 중) 어느 쪽이 판독능력이 있고, 안전한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 측은 "한의사가 국민 건강을 위해, 더 정확한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것인데 왜 막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12월 6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인데, 치과의사도 안면부 보톡스,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지난 8월 대법원 판결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