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의료대란에 건강보험 재정이 대거 투여되고 있는 데 대해 '문제 없다'고 발언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특히 2028년에는 건강보험 준비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산정책처의 예측이 있는 만큼 공단 이사장으로서 가입자가 아닌 정부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정기석 공단 이사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정 이사장은 정부가 의료대란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 2조원, 의료개혁에 20조원을 써도 "지금까지 계획되고 진행된 과정을 봤을 때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고 답해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정 이사장을 향해 "건보공단은 보험자 단체로, 의료 가입자, 보험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오전 답변을 보면 정 이사장은 공급자 혹은 정권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공단은 국민이 낸 보험료를 가지고 운영되는 조직이기에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 의원은 "코로나 시기에는 감염병에 의한 국가 재난 위기였기 때문에 건보 재정 7조원이 투여됐는데, 지금은 사실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없었으면 굳이 건보 재정이 그렇게나 많이 나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정 이사장은 건보 재정 투입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이 잘 됐으면 건보 재정이 1조원, 2조원씩 나갈 이유가 있었겠느냐”며 “가입자 입장에서라면 그 재정이 굳이 나갈 필요가 없는 돈이다. 이사장은 누구 입장에서 답변하고 있는 것이냐.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전문가이고 공단 이사장인데 정말로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현 재정 지출은 가입자를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추석 응급실 운영을 위한 비상진료 지원, 경영이 어려운 수련병원에 대한 3개월분의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까지 하면 건강보험 1조9436억원이 투입됐다. 의료대란이 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재정 투입이 반복해서 일어나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백 의원은 "정부는 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위해 연간 3조 3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곶감 빼먹듯이 계속 빼먹으면 어떡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2023년에서 2032년 전체 전망 기간 동안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인 수입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2024년부터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2028년에는 준비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에는 준비금이 완전 고갈된다고 하는데 의료대란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공단 이사장이 그렇게 편안한 자세로 얘기할 문제인지 황당하다"며 "국민들이 병원을 안 가니까 건보 지출이 조금 줄었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가겠나. 암 수술만 해도 예전보다 30% 이상 줄었다. 이게 나중에 다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다. 건보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혈세로 정부 정책 실패를 땜빵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라며 "건정심에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 공적 자산인 건강보험 재정이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신중하고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