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의 글로벌 지침인 골드 가이드라인이 그 동안 핵심 진단기준이던 'FEV1(폐기능 수치)'을 진단기준에서 제외시켜 임상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17일 34차 추계학술대회에서 전날 발표된 '세계폐쇄성폐질환기구(GOLD)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소개했다.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이창훈 교수는 "이번 개정안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환자 분류기준을 간추렸다는 것"이라며 "기존에는 FEV1에 따른 환자 분류가 중요했는데 FEV1 기준이 없어졌다. 대신 급성악화 횟수,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으로 환자를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FEV1이 COPD에서 가장 경계하는 급성악화의 예측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연세의대 호흡기내과 정지예 교수는 "기존 연구를 보면 FEV1 수치로 환자를 분류해도 골드 가이드라인 상 B그룹 환자와 C그룹 환자가 비슷한 급성악화를 보였다"면서 "FEV1이 치료 계획에 필요한 인자인가에 대한 의문이 따랐고 결국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치료계획 수립에서 FEV1이 빠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상 및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A, B, C, D로 나누는 것은 이번 지침에서도 고수했고,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있던 mMRC 검사(호흡곤란 중증도 관련 환자 설문)도 포함됐다.
FEV1의 제외는 환자분류뿐 아니라 약물 선택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치료가 골드 가이드라인을 상당히 따라가기 때문이다.
이창훈 교수는 "이르면 내년 경 국내 가이드라인도 바뀌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니 임상 현장에서는 지금부터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흡입용 스테로이드 입지 대폭 축소
정 교수는 FEV1을 대체할 객관적 진단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러 바이오마커와 접목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질환 활성도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툴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번 개정의 또 다른 핵심 변화는 흡입용 스테로이드(ICS)의 역할 감소와 기관지 확장제(bronchodilators)의 역할 증대다.
이 교수는 "FEV1이 주요 진단기준에서 빠지면 중증인 C, D환자군이 3분의 1까지 줄 것"이라며 "FEV1 기준으로 진단되는 대부분의 환자가 C, D군이고 ICS는 이들 환자에서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이젠 첫 번째 치료로 기관지 확장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증도의 A군 환자에서는 '숏액팅'이든 '롱액팅'이든 기관지 확장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B그룹은 롱액팅 기관지 확장제 사용이 권고되는데, LABA(지속성 베타2 항진제)와 LAMA(지속성 무스카린 길항제) 중 한 가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단독요법으로 관리되지 않을 때에는 병용요법을 쓸 수 있다.
정 교수는 "초기 환자에서의 병용요법에 대한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병용요법의 효과가 더 좋다는 여러 보고가 있어 중증 이상의 호흡곤란 호소 환자는 초기부터 LABA+LAMA 복합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C그룹 역시 롱액팅 기관지 확장제를 제시했는데, LAMA의 우선 사용을 권장했고, 그럼에도 급성 악화 컨트롤이 안될 때 LAMA+LABA 병합을 권고했다. LAMA+ICS도 권고했지만 LAMA+LABA를 더 선호했다.
D그룹에선 LAMA+LABA 병합을 우선 추천했고, 상황에 따라 단독으로 시작해야 할 때는 LAMA를 선호했다. ACOS(천식-COPD 중복증후군)가 있거나 호산구 수치가 높을 때에는 LABA+ICS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LAMA+LABA에도 조절 안되는 환자의 다음 단계는 ICS 포함 3제요법과 ICS+LAMA의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다만, 3제 요법 관련 제대로된 연구가 없어 여전히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으며, LAMA+ICS도 LAMA+LABA보다 효과가 더 좋다기 보다는 스위치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창훈 교수는 "COPD는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버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와 달리 천식은 여전히 흡입용 스테로이드가 핵심이라 두 질환의 갈 길이 갈라지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