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강민지 인턴기자·가톨릭관동의대 본1] 홍혜걸 의학전문기자는 의사 출신 1호 의학전문기자다. 현재는 구독자 83만명의 의학정보 유튜브채널 '비온뒤'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홍 대표와 온라인으로 의학전문기자의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 대표는 의대생들에게 남들이 가지 않았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하고 싶은 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에 기꺼이 뛰어들 것을 조언했다. 그는 "세상은 넓고 의사가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연봉의 차이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1호 의사 출신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이라면 기꺼이
-과거에 처음 의학전문기자로 진로를 정하게 됐을 때 당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이야기를 하자면 ‘얼떨결에’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어느 날 우연히 의학전문기자 공고를 보게 됐다. 이 공고를 보고 의학전문기자를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시험을 본 후 입사를 했다.
-1호 의학전문기자로서 대부분의 의사들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는데, 막연한 두려움은 없었나.
나 역시 초반엔 두려움이 있었다. 당시 미국에 티모시 존슨이라는 의학전문기자가 있었는데 그를 롤모델로 삼으며 도전했다. 아마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두려움은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과거와 달리 고정돼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진로에 따른 성공과 실패가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평균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몇 년 간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다고 해서 사회가 그런 시간을 실패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용기를 가지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에 기꺼이 투신했으면 한다. 두려움을 최대한 떨쳐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혹시 전문의 과정을 마칠 생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전문의가 되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의학전문기자를 하던 중 돌아갈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니 적성에 맞아 계속 활동할 수 있었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모든 언론사에 의학전문기자가 있는 추세다. 아마 내가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한 것이 ‘언론사에도 의학전문기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전문의가 되는 대신 예방의학 분야의 박사 학위를 마쳤다.
‘저널리즘’ 측면에서 본다면 의학전문기자는 깊게 아는 것보다 얕고 넓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전문의가 되는 4년의 수련과정보다는 인턴을 마친 후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학위를 마치는 것이 의학전문기자에게는 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의학전문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줄만한 조언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의학전문기자가 되기 위해 인턴 수련도 필요하다고 보는가.
소위 ‘계급장’이란 것을 떼고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다른 기자들과 똑같이 열심히 할 각오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의사라는 직업이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에 있어서 어떤 특권을 준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인턴 수련과정은 추천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인턴 수련까지는 꼭 받았으면 한다. 최소한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개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의학의 중요성은 압도적으로 높아졌지만, 정파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의학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또한 언론 환경이 열악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언론의 경제적인 자립역시 필요하다. 언론 외에도 독자와 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한 요소다.
정통의학 표방하는 의학채널 비온뒤, 의사들과 매일 라이브 방송 진행
-의학채널 유튜브 운영자로서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현재는 몸이 좋지 않아 채널운영 전반에 많이 관여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의학채널 운영을 위해 우선 다양한 의사들을 모시려고 하고 있다. 비온뒤 채널이 추구하는 것은 정통의학이다. 믿을 만한 의사들을 모셔서 매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의사들의 인터뷰는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하려고 한다. 비온뒤가 하나의 미디어채널로써 성장하는 것을 바란다.
-'의학채널' 유튜브 운영자로서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나.
의학채널 비온뒤는 절실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학채널의 조회수는 타 채널에 비해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조회수 하나로도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유튜버를 기반으로 종합병원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국제적으로 하나의 의료 툴(tool)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온뒤라는 채널은 훌륭한 의사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사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의대생 때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하다. 당시부터 글쓰기나 영상편집에 관심이 많았나.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다. 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였다. 글쓰기나 영상편집에 관심이 많았다기보다는 다른 의대생들보다는 조금 낭만적인 편이었다. 나는 좀 나이브(naïve)한 편이었는데 이를 꼭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손해를 보고 철저하지 못할 수 있어 엉뚱한 행동을 많이할 수 있지만 ,이런 나이브한 면이 오히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후배들도 너무 근시안적으로만 당장의 성적에 일희일비해 큰 안목을 놓치는 것을 경계했으면 한다.
"의대생들에게 앞으로 유망한 기초 분야와 의료산업 분야에 많이 진출하기를"
-기자생활을 했을 당시 의사로서 불리했던 점과 유리했던 점이 궁금하다. 또 의사라는 직업이 현재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장점은 안정적이고 전문가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식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내가 쓴 기사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많이 개입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했을 때 조기 위암에 대해 ‘림프절 전이와 상관없이 점막에 국한된 암’이라고 표현을 했으나, 이를 데스크에서 고쳤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나의 표현에 대한 지식적인 확신이 있었고 이에 대해 다시 원래 표현이 맞다고 말할 수 있었다. 다른 분야의 기자들보다는 전통적인 위치를 고수할 수 있다는 점이 의사의 장점이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한계점도 분명 존재한다. 언론사 내의 승계의 승진에 있어 정치, 사회, 경제부에 비하면 불리한 편이다.
-임상의사로 활동을 하면서 비임상 분야에서 '부캐'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전직 의학전문기자로서, 또 현직 유튜버로서 두 분야의 경우에는 임상의사와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임상의사의 유튜브는 사실 생존에 가까운 편이다. 자신의 병원이나 브랜드를 PR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편이다. 기자도 하나의 전문직종이기 때문에 병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칼럼을 쓰거나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 자신의 분야에서 지명도가 있거나 성공을 해야 가능하다. 물론 SNS로 활동할 수도 있지만 이 시장 역시 포화된 상태라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곳이든 ‘먼저’ 뛰어드는 과감함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임상의사의 길 외에 비임상 진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많다. 비임상 진로를 생각하는 의대생들에게 조언 한말씀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분야를 추천하고 싶다. 첫번째는 기초의학 분야다. 기초의학 분야는 여전히 많은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두번째는 의학산업 분야를 추천하고 싶다. 의학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벤처나 산업과 같은 분야를 추천하고 싶다. 면역항암제, 줄기세포, DNA 칩, 의료기기, 인공장기와 같이 의학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 분야에 많이 진출했으면 한다. 이 분야들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물론 임상의사로의 길도 갈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진로보다는 임상의사를 하면서 의학 분야의 시장을 넓혀가는 방향도 좋다. 세상은 넓고 의사가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연봉의 차이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