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위해 범국가 차원의 장기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위한 정부 방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항생제 적정사용을 위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 연구(연구책임자 김동숙 연구위원)’ 보고서를 통해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지침 개발과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 방침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microbial Stewardship, AMS)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특성들을 바탕으로 정의를 종합해보면 항생제 적정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통합적 전략 및 중재들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질병관리본부의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서 다제내성균에 국한해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평원 연구진은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 대상 항생제에 대해 현재의 항생제 다제내성균 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문제가 되는 항생제 내성균 등으로 범위를 확대,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기생충 등 미생물이 항생제·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항말라리아제, 항구충제 등과 같은 항균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에 노출됐을 때 항균제가 내성균에 대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해 내성균이 주변으로 전파되는 것을 말한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세계적 화두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연간 2백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연간 2만3000명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한다고 예측했다.
영국 항생제 내성보고서(Jim N’Oneill, 2016)는 매년 7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2015~2050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100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1월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 문제에 우려를 표하고 공동 대응을 다짐하는 ‘항생제 내성 대응을 위한 정상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의료계도 항생제 내성 문제가 가진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정 사용을 위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소재 A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내에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느슨한 측면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병원이란 곳은 법과 제도에 의해 움직이게 돼 있다. 병원이 항생제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끔 인센티브 마련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위한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대한항균요법학회가 개최한 '2018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에서도 나왔다.
대한항균요법학회 배현주 항생제관리분과 위원장은 “우리나라 병원의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은 감염내과 전문의에 운영되고 있으나 대개 병원 당 1~2명으로 이들의 수가 충분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개별 환자의 항생제 치료 성과 개선을 위해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지원할 전문인력이 국가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 또한 “항생제 스튜어드십 활용 등 정부의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거나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