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 공식석상에서 만나 대화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 내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제해결이 묘연한 상황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정부가 원하는대로 의료계가 끌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직 전공의들과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 대화를 보이콧하고 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비대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은 10일 오후 2시 장상윤 대통령실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과 의료개혁 관련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도권 빅5병원 사직 전공의는 이날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전공의와 대한의사협회가 정부를 믿지 못하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의대 교수들이 공식석상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하고 의견을 청취했다는 빌미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 관계자도 "현재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장상윤 수석비서관 자체가 그동안 의료계에 공분을 살만한 발언들을 이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통해 실질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의협과 전공의가 요구하는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토론회에 그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여야의정협의체 등을 통해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선 전공의와 의협이 실질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 측 입장변화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토론회 준비 과정에서 비대위 측에 제안한 아젠다는 '2000명 의대증원이 왜 필요한가'로 의대교수 측과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논의가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기도의사회는 10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서울 의대 비대위는 장상윤 수석, 정경실 단장이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듣겠다는 것인가"라며 "정부 측에 최종 수시 강행 전 의료계와 소통을 했고 의료계 의견을 들었다는 명분만을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회는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비상시기에 투쟁하는 비대위인가. 죽어가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에 칼 꽂는 정부 어용단체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당 우려에 대해 강희경 위워장은 "여러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의료를 포기할 순 없다. 이번 토론회도 의료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진행한 일"이라며 "성과가 없다면 어떤가. 노력은 해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를 위해 우리가 먼저 대통령실에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