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으로부터 시작된 내부 갈등에 대해 절차적인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비대위의 구성과 활동에 대한 결정은 대의원회의 권한이므로 아무리 회장 당선인이라도 절차를 무시할 수 없다며, 4월 30일로 예정된 임기까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 열린 의협 비대위 브리핑에서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최근 의협 내부 갈등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는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원들의 총의를 받들어 의협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다. 의대 정원 저지에 대한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아 의료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의협 회장 선거를 마치면서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비대위는 비대위원장이나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 안건이 상정되고 이에 대한 비대위원 전체의 뜻을 물어 결정된 사안을 반영하는 기구로 비대위의 결정은 곧 의사 회원 모두의 뜻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제(8일)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가 공문을 통해 임현택 당선인의 비대위원장직 수행을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며 비대위 운영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차례 이뤄졌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당선 직후 비대위원장직을 요구했으나 비대위로부터 거절당했고,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결사 반대'했으나 의협 비대위가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민주주의는 행위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때 그 의미를 갖는다. 규정에 따르면 비대위의 구성은 의협 대의원회의 권한이며 대의원회의 위임을 받아 운영위가 현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다. 운영 규정의 내용상 비대위의 해산 또한 전적으로 대의원회의 권한이다"라며 "이러한 규정에서 벗어난 주장은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과 같이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발언한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유감"이라며 "비대위는 첫 회의 때 천명한 바와 같이 전공의들이 정부에 제시한 대화 조건을 존중하고 활동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의 주어진 활동 기간은 4월 30일까지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런데 혼돈에 빠진 현재의 상황을 수습하고 극복해야 할 정부의 의지는 잘 보이지 않고, 의료계의 분열을 노리는 다양한 활동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매우 염려할 만한 상황이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의대생, 전공의, 비대위, 차기 집행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에 충실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뒤이은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의협 비대위가 이번주로 예정한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등과의 합동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전날 해당 기자회견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성근 언론홍보위원장은 "원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로 계획했다. 이를 결정하는 회의에는 박 위원장도 참석했다. 해당 사안은 당장 그 자리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라며 "대전협도 내부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아직 의견 조율이 덜 된 것 같다. 당장 이번 주 예정된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가능하면 빨리 모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내용을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이번 주 목, 금은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의견을 모아 자리를 만들고자 하지만, 당연히 주체들이 다 준비가 돼야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의 단체는 동의가 된 상태지만 일부만 모여서 하는 발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가능하면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료계에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을 논의하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합리적인 안을 내놓으라고 한 데 대해 "(의협 비대위의 기존 입장인) 원점 재논의는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 줄이겠다를 미리 결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숫자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