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월 14일까지 2개월간 6094명 간호사를 상대로 ‘의료기관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를 진행한 1차 분석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그 결과, 6094명의 간호사 중 83.8%(5105명)의 간호사가 직무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41.4%(2524명)의 간호사가 태움(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태움은 선배간호사가 후배간호사를 재가 될 때까지 태울 정도로 괴롭힌다는 뜻을 말한다.
욕설이나 모욕적 언사, 반말, 험담, 무시, 비하 등 폭언을 경험한 간호사는 65.5%(4000명)였다. 폭행을 경험한 간호사는 10.5%(641명),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는 13.0%(794명)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를 계기로 간호사 태움문화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라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이 직무스트레스와 태움, 폭언·폭행·성폭력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간호사들의 근로조건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간을 100% 보장받는다고 응답한 간호사는 5.9%(361명)에 불과했다.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54.5%(3321명)였고, 일부만 보상받는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37.9%(2309명)였다.
식사시간을 100% 보장받는다고 응답한 간호사 역시 11.3%(687명)밖에 되지 않았다. 31.6%(1925명)가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했고, 56.2%(3427명)이 일부만 보장받는다고 했다.
휴가를 100% 보장받는다고 응답한 간호사 역시 21%(1302명)에 불과했고, 일부만 보장받는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58.5%(3564명)였다.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18.4%(1120명)나 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실태조사 결과는 간호사들이 식사시간이나 휴게시간, 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엄청난 업무하중 속에 힘들게 일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라며 “밥 먹을 시간이나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간호사의 72.7%(4433명)가 일찍 출근하고 퇴근시간에 퇴근하지 못해 늦게 퇴근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업무와 관련된 교육이나 워크숍, 회의 등에 참가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57.2%(3486명)이나 됐고, 56.4%(3429명)의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개최하는 공식행사(체육대회, 송년행사, 환자위안행사, 바자회 등)에 참가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시간외근무를 하고도 시간외근무수당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28.3%(1722명)나 됐다.
특히 열악한 근무환경과 직무스트레스, 태움 때문에 70.1%의 간호사가 이직의향을 갖고 있고 신규간호사의 33.9%가 1년이 되기도 전에 못 견디고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그만큼 환자들이 의료사고와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병원에게 인력은 비용이지만 환자에게 인력은 안전이고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는 더 이상 간호현장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경고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26일 창립 20주년 기념 국내세미나와 기념식과 27일 국제세미나에서 ‘보건의료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핵심 주제로 다룬다.
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의료기관내 갑질과 인권유린 근절 ▲시간외근무 줄이기와 공짜노동 없애기 ▲의료기관평가인증기간 인력과 업무 유지 ▲야간·교대근무제 개선 ▲실노동시간 단축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을 중심으로 한 노동존중일터 만들기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