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에 직접 비대면 진료를 수행해 온 의사도 기계적이고 단순한 '초진'과 '재진' 여부로 비대면 진료 대상을 정하는 것은 비효율과 모순을 낳아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초·재진 여부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제한하는 대신 질환의 경·중을 따져 경증 환자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할 경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낮고, 환자의 편의성은 더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업계 역시 '재진'으로 한정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가 수행하지 못하는 영역을 채워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해 온 비대면 진료를 옥죄는 것이라며, 초진까지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촉구했다.
비대면 진료 경험한 의사 "초진 허용 안하면 환자 피해…초·재진 아닌 경·중으로 나눠야"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이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4회 스타트업 토크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서 격렬한 찬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가정의학과 임지연 전문의는 의사이면서도 비대면 진료를 '초진'까지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활용해 코로나19 기간 적극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 온 임지연 전문의는 "비대면 진료를 하면서 사지마비, 협심증, 골절, 심각한 화상 및 암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사례는 없다. 직접 진료한 환자의 99%가 초진 경증 환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의료사고 한번 없이 하루 50명 이상의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전문의는 비대면 진료를 '재진'으로 한정할 경우 병원 갈 시간이 없는 직장인, 자영업자, 주말에 동네의원이 문을 닫았을 때, 소아과 대기가 많을 때, 타 지역 출장 중 약이 떨어졌을 때 등의 사례에서 환자의 병원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 전문의는 "초진과 재진의 기계적이고 단순한 분류는 무의미하다. 비대면 진료를 재진으로 한정하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필요할 때 진료를 받지 못해 건강이 악화되는 굉장한 비효율과 모순을 불러일으킬 것다"라며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을 현실적이고 세부적으로 나눠야 하며 초진, 재진 여부가 아닌 질환의 경중에 따라 비대면 진료 허용 여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면에 나서서 저의 경험을 말씀드리는 것이 처음이라 고민도 많았지만,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를 하면서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됐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가 추진될 위기가 발생해 이렇게 목소리를 내게 됐다"며 "지난 3년간의 경험이 물거품이 되지 않게 국회와 정부가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재진' 한정 시 한계 커…'초진' 허용 필요성 강조
비대면 진료 업계 역시 한 목소리로 '초진'을 포함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필요성을 촉구했다.
굿닥 길은진 대외협력실장은 "굿닥은 2022년 2월 7일부터 비대면진료를 론칭했다. 초진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굿닥은 진료 신청 후 N:N으로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 30초 안에 진료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기에 굿닥은 실시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길 실장은 "초진이 금지된다면 1:N으로 돌아와서 대면 진료 후 원격 모니터링에 가까운 서비스밖에 제공하지 못한다. 재진으로 한정될 경우 서비스를 통해 효능을 얻었던 유저에게 병원 대면 방문 이후 진료를 받으시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환자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약사 출신 헥토클리닉 임현정 대표 역시 "비대면 진료 시작 전 오진의 위험, 의료사고의 법적 리스크 책임, 대형병원 쏠림 등 병원의 우려와 달리 현실에서는 비대면 진료로 인한 오진 사례가 없었고,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시행됐으며 오남용 가능한 의약품 처방이 제한됐다. 약사분들도 조제약 공장형 약국, 오투약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으나 현실에서는 배송보다 픽업을 원하고 대체조제 활성화로 구비해야 하는 의약품 개수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초진이 아니면 비대면 진료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제한이 너무 크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초진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비대면 진료 효용성 면에서 '유의미'…"시범사업으로 공백 없게"
한편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은 "현재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이 6건 발의돼 있다. 내용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으로, 공통적으로 대면 진료가 원칙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관은 "아직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부딪히는 의견이 많아 법안소위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법안소위에서 심사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복지부는 빨리 입법을 통해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정책관은 "특히 만성질환 관리와 복약 처방과 관련한 비대면 진료 결과를 분석했을 때, 비대면 진료가 처방 지속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렇게 비대면으로 처방받고 복용하신 만성질환자의 입원이나 수술이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결과도 있어서 비대면 진료가 유효성과 안전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울릉도의 경우 주민은 9000명이지만 관광객이 한해 45만명이다. 도서벽지 혹은 노인, 장애인을 위한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의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작년 3월 17일 오미크론 변이 발생하면서 확진자가 하루 63만명 발생했을 때, 일반 방역체계로는 대처가 불가능했다. 당시 의원급 의료기관도 본격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동참하면서 국익에 기여해 주셨다"고도 덧붙였다.
이 정책관은 "앞으로 의료법이 개정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주요 참여자 그룹과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놓고 상의하고자 한다. 물론 의협과 큰 틀에서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재진 환자 중심 운영하면서 의원급으로 한정하자는 합의는 있었다. 그에 따라 법안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복지부는 다음달 초 위기단계 조정 전까지 이법 절차가 완료되기는 어려워 입법 공백이 있을 수 있어 시범사업도 준비 중이다. 그는 "국회 상임위에서 이해 관계자들 간의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내용을 시범사업에 담으려고 한다. 법안소위에서 심의를 통해 의견을 들으면서 공통사항 및 우려되는 부분이 더 드러날 것이고 그걸 반영한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 진료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